[단독] '택시대란' 없애려 요금 올렸더니, 기사·손님 다 내쫓았다 | 팩플
서울시 택시 승객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서울시가 지난해 심야 택시대란 대책의 하나로 급격하게 요금을 올리자, 택시 수요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다. 수요를 억제해 대란을 해소하다보니 택시 업계도, 소비자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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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떠난 승객은 어디로?
반면 지하철과 버스 승객은 크게 늘었다. 올 7월까지 서울시 지하철 이용건수는 15억 2870만 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억 3430만여건) 대비 14% 증가했다. 시내버스 이용건수는 7억 6537만 여건으로 전년 대비 8% 늘었다.
모빌리티 업계 안팎에선 급격한 요금 인상의 여파로 택시를 타던 승객들이 버스·지하철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심야시간 ‘택시대란’ 대책 일환으로 택시 요금을 인상했다. 지난해 12월 심야 할증을 기존 자정보다 2시간 당긴 오후 10시부터 적용하고, 할증률도 20%에서 최대 40%로 조정했다. 올 2월부터는 기본요금을 1000원 인상하고 주행기본거리도 400m 줄였다. 잇따른 요금 인상에 부담을 느낀 시민들이 택시 대신 버스·지하철을 택하게 됐다는 것.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교통 요금은) 절묘하게 올려야 하는데 심야시간에 두 배 가까이 요금이 오르다보니 ‘택시를 타면 안되겠구나’ 하며 수요가 위축됐다”며 “요금은 올랐지만 요금 인상 효과는 보지 못해, 산업 전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정부와 서울시의 심야시간 택시 대란 해소 대책이 사실상 실패했다. 택시 대란 자체는 해소됐지만, 수요가 줄어서 해결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택시 부제 해소 등으로 심야시간대 택시 공급이 늘기도 했다. 하지만 자의 반 타의 반 택시를 안 타게 된 소비자들도 그만큼 많았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택시) 요금은 인상됐지만, 전체 이용 고객이 줄어 택시업계, 택시기사, 소비자 중 누구 하나 수혜자가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며 “정부가 미시적 관점에서 땜질식 처방만 내놓지 말고, 시민 편익과 택시업계 안정을 위해 거시적 관점의 청사진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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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직영택시도 휘청
서울시 택시 기사 수도 계속 줄고 있다. 지난해 말 6만 9728명에서 지난 7월엔 6만 9266명으로 약 300명이 줄었다. 요금 인상으로 택시기사 처우를 개선하고 택시 공급을 늘리려 했던 정부 전략도 먹히지 않은 것이다.
인력 기반이 흔들리다 보니 모빌리티 플랫폼 택시 회사들도 줄줄이 타격을 입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4월 직영택시 회사인 진화택시, KM2의 휴업을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법인택시 업계의 기사 구인난과 택시 수요감소로 택시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경영난이 극심한 상황”이라며 “고정비를 마련하기도 어렵다보니 손실 규모가 큰 두 곳을 일시 휴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플랫폼 가맹택시 2위였던 마카롱택시의 자회사인 마카롱T1과 마카롱T2는 지난 7월과 4월 각각 법원에서 파산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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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편익은 어디로
심야택시난을 해결하려 했다면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정교하게 요금을 조정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요금을 내린 후 택시 승객이 늘어난 사례도 나온다. 대형택시 운영사인 타다는 지난달 탄력요금 할증률을 조정해 최대 5000원 가량 요금을 인하했다. 그러자 평일 및 주말 포함 시간당 평균 매출이 12.1% 증가했다. 또 주당 호출 이용자 수는 13% 늘었고 주당 이용자 재방문율도 17.2% 증가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 과도하게 요금을 올렸다”며 “택시 잡기가 수월해진것처럼 보이지만 소비자의 불편함, 상권과 소비심리, 경기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요금 인상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타입1 서비스는 코액터스(100대), 레인포컴퍼니(220대), 파파모빌리티(현재 100대, 조건부로 연말까지 100대 증차) 등 3개사를 다 합쳐도 최대 520대에 불과하다. 25만대 가까운 택시의 경쟁자가 되기에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익명을 요구한 모빌리티 회사 관계자는 “요금은 잔뜩 올렸는데 서비스는 크게 달라진게 없으니 요즘 택시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것”이라며 “그런 택시를 자극해 경쟁할 서비스도 없으니 정부가 의도한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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