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이렇게 당해야…" 대전 교사 생전 교권 침해 기록 공개

대전CBS 김미성 기자 2023. 9. 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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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지난 7일 숨을 거둔 대전 초등교사의 생전 교권 침해 기록이 공개됐다.

교사 A씨는 악성 민원 이후 교사로서의 무기력함, 자긍심 등을 잃고 우울증 약을 먹으며 지낸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교사노조는 9일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초등교사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A씨가 직접 제출한 교권 침해 자료를 공개했다.

A씨가 초등교사노조 설문에 남긴 말에서도 A씨의 괴로움과 무기력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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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교사 A씨에게 남긴 마지막 말. 신석우 기자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지난 7일 숨을 거둔 대전 초등교사의 생전 교권 침해 기록이 공개됐다. 교사 A씨는 악성 민원 이후 교사로서의 무기력함, 자긍심 등을 잃고 우울증 약을 먹으며 지낸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교사노조는 9일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초등교사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A씨가 직접 제출한 교권 침해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A씨가 2019년 1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겪었던 어려움이 상세하게 담겨 있었다.

A씨가 작성한 교권 침해 사례에는 반 학생 중 4명의 학생이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고, 같은 반 학생을 괴롭힌 정황이 담겨있었다.

그중 B 학생의 학부모는 A씨를 아동학대로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B학생이 교실에서 지우개를 씹고 있는 것을 목격한 A씨가 B학생에게 "껌을 씹었다"며 다른 아동 앞에서 공개적으로 혼을 냈다', '점심시간 급식실에서 B학생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중 친구와 장난을 치다 친구의 배를 때렸다는 이유로 A씨가 B학생을 한쪽에 몰아세운 후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큰 소리로 혼냈다' 등 7회에 걸친 정신적 학대를 했다고 적혀있다.

대전교사노조 관계자는 "고소한 내용의 대부분은 교사가 정상적인 교육활동 중에 할 수 있는 생활지도의 범주에 들어가는 내용이고, 검찰 조사 결과 역시 무혐의 판결이 나왔다"면서도 "학부모는 교사에게 일말의 사과도 하지 않았으며, 1학년을 마친 후에도 계속 고인을 괴롭힌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교권상담 신청했던 교사 A씨. 대전교사노조 제공


지난해 2월 A씨는 대전교사노조에 교권 상담 신청서를 보내 명예훼손이나 법적 조치를 취할 방법이 있는지 문의하기도 했다. 그리고 글의 마지막에는 "저의 평가 권한이 저런 식으로 폄하되는 상황이 너무 화가 난다"며 "언제까지 이렇게 당해야 할지 몰라 메일을 드린다"고 적혀있었다.

A씨가 초등교사노조 설문에 남긴 말에서도 A씨의 괴로움과 무기력함이 느껴졌다.

그는 설문에서 "1학기 내내 학부모가 지속해 힘들게 해 학생에 대해 지도할 수 없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학생은 수업을 방해하고, 참여하지 않고, 다른 친구들을 때리기도 해 무기력을 느끼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그 학생과 약 1년의 시간을 보낸 후 저는 교사로서의 무기력함, 자긍심 등을 잃고 우울증 약을 먹으며 보내게 됐다"며 "3년이란 시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다시금 서이초 선생님의 사건을 보고 그 공포가 떠올라 그날을 정말 계속 울기만 했다"고 했다.

A씨는 "저는 다시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을 것 같다"며 "어떠한 노력도 제게는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공포가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신석우 기자


A씨는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뒤 무혐의를 받기까지 홀로 기나긴 싸움을 이어 나가야 했다.

아동학대 조사 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은 A씨 행위를 '정서학대'로 판단했고, 사건은 경찰서에 넘어갔다. A씨는 이후 경찰 조사, 검찰 조사까지 받은 뒤에야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아동학대 조사 기관이 교육 현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글에는 A씨의 외로움이 그대로 드러났다.

A씨는 "그 당시에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저 혼자, 우리 가족들 도움을 받으며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며 "남편은 왜 회사 일을 하는데, 회사의 보호를 받지 못하냐는 물었지만, 나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리는 회사의 보호가 아니라 회사의 비난을 제일 먼저 받는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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