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위기감? 한미일 정상회담 앞두고 유커 관광 푼 속내
중국이 한국행 단체 여행을 전면 허용한 것은 지난 2017년 3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을 중단한 지 6년 5개월 만이다. 한·미·일 정상회의를 열흘 앞두고 발표된 이번 조치는 미국의 고강도 견제와 한·미·일의 밀착에 직면한 중국이 일종의 ‘상황 관리’에 들어간 측면이 크다는 평가다.
2019년 하반기에 베이징·상하이·충칭 등에서 한국행 단체 여행 상품 판매를 재개했지만 전국적으로 허용된 적은 없었고, 2020년 1월부터는 코로나로 중국 국경이 전면 봉쇄됐다. 중국은 올해 초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2~3월 발표한 단체 여행 허용 60국 명단에서 한국을 배제했다. 현지 소식통은 “하반기에도 중국이 한국행 단체 여행을 허용하지 않으면 한중 관계를 회복할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며 “한국과 일본을 끝까지 배제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자국이 소외되는 듯한 모양새도 우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외교가에선 중국이 18일(현지 시각)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열흘 앞둔 시점에 이번 조치를 발표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 대통령 별장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지난 1년 동안 각급 협의가 100차례 이상 진행되며 탄력이 붙은 한·미·일 협력이 완성 단계에 이른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대만해협,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의 항행(航行) 자유, 공급망 강화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현안들이 의제에 올라 있다. 한·미·일은 지난해 11월 정상회의 때 공동성명에 ‘중국’을 명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어느 수위로 중국 견제 입장을 낼 것인가가 관심거리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과 일본은 (중국 명시에) 적극적인데 대중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한국 입장이 관건”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더 이상 한·미·일 밀착을 방치할 수 없어 한·일을 상대로 상황 관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미국의 강경한 중국 견제 행보에 함께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도”라고 했다. 미국은 쿼드(QUAD), 오커스(AUKUS),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중국 견제용 협의체들을 잇따라 출범시켰고 최근에는 중국과 해상 분쟁 이슈가 있는 베트남·필리핀에도 적극 관여하고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한국과의 관계마저 악화하면 중국에 유리할 것이 없으니 소통하고 관리하겠다는 메시지”라고 했다.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발언과 6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의 ‘베팅’ 발언으로 저점을 찍었던 양국 관계에 회복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간 대면 회담이 1년 만에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 왕 위원은 2019년 12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와 관련, “협의체 부활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한다. 중국은 우리 측에 외교·국방 차관이 참석하는 ‘2+2 대화’ 개최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에서도 한·미·일 협력 강화와는 별개의 트랙으로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핵 폭주를 두둔하고 있고, 최근에는 윤동주 시인 생가를 일방 폐쇄하는 등 한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한중 관계의 본질은 달라진 것이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각에선 중국이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한국과 러시아 간 관계 개선 분위기를 의식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북·러 무기 거래 의혹 등 한·러 간에 겉으로 드러난 악재가 많지만 물밑에선 관계 개선을 위한 물꼬가 트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러시아 대사에 잇따라 외교부 차관급 인사가 임명된 것에 대해 러시아 측에서 성의 표시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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