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대반격 이대로 끝나나…“진흙길 시즌까지 석 달 남아”
지난달 초 본격화 한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끝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시엔비시>(CNBC) 방송은 21일(현지시각) 서방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방어선을 뚫고 영토를 수복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곧 닫힐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면서 이렇게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은 수개월 준비 끝에 지난달 시작됐다. 서방에서는 우크라이나가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인 남부와 동부 영토를 더 빠르게 되찾기를 바랐지만,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겨울 내내 반격을 계획하고 서방의 추가적인 군사 지원을 기다렸다. 그동안 러시아군은 철저한 방어선을 구축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루한스크 국경부터 남부 헤르손까지 이어지는 약 900㎞ 전선을 따라 진지를 강화한 것이다.
군사 분석가들은 현재 반격 중인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지뢰와 대전차 장애물을 비롯해 드론과 포, 헬리콥터 등이 엄호하는 광범위한 참호, 벙커로 구성된 ‘두터운 방어선’을 마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일단 ‘시간’이다. 중요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여름철이 단 몇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방 분석가인 마이클 클라크 전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러시아의 방어 상태를 탐색하고 약점을 파악하는 1단계,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 2단계로 구성돼 있는데, 1단계에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고 짚었다. 그는 “1단계가 너무 오래 지속하면 2단계를 시작하기 전까지 시간이 부족하다”며, 자칫 우크라이나가 시간적 압박을 느껴 2단계에서 사용할 병력을 계획보다 빨리 배치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의미 있는 반격을 하려고 할 때 병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날씨’도 문제다. 땅이 진흙밭으로 변해 질퍽해지는 가을이 되면 공격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더 어려지기 때문이다. 군사 전문가 콘라드 무지카 로찬컨설팅 회장은 “날씨가 항상 관건”이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포탄과 총을 소진하기 전까지, 그리고 땅이 다시 매우 질퍽해지기 전까지 세 달이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우크라이나군은 계속 전진해 천천히 참호를 하나씩 수복하고 동시에 북쪽에서의 러시아 전력이 떨어지길 바랄 수밖에 없다면서 “이것이 얼마나 성공적일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향후 두세달 동안 “지루한 소모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선에서의 상황이 곧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 ‘아스펜 안보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을 밀어내기 위한 지난 수주 동안의 노력이 실제로 바랐던 것보다 늦게 시작된 점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이미 일부 지뢰 지역을 통과하고 있으며 지뢰를 제거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반격) 조치가 속도를 낼 수 있는 순간에 다가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탄약과 무기, 제대로 훈련이 된 여단이 부족했고 이 때문에 러시아가 지뢰를 깔고 방어선을 구축할 시간을 벌어줬다며 서방에 첨단 전투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더 공급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22일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크림반도에서는 지난 17일과 19일에 이어 또 폭발이 발생했다. 러시아 당국이 임명한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자치공화국 수장은 공식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크림반도 크라스노바르디스케 지역의 한 탄약고에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폭발이 발생했다며 반경 5㎞ 안에 있는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철도 운영을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자국군이 크림반도 중부 지역의 석유 저장고와 러시아군의 창고를 파괴했다고 인정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7일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를 드론으로 공격했고, 19일에도 크림반도 내 한 지역 군사 훈련장을 공격해 폭발, 화재가 발생했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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