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긁힘 스스로 복원… 현대차·기아의 첨단 나노 기술

박진우 기자 2023. 7. 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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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차가 스스로 긁힘을 복원하고, 근거리를 이동하는 전기차는 따로 배터리를 충전할 필요가 없어진다. 한여름 차를 야외에 주차해도 실내가 쾌적하고, 한겨울에는 앉는 즉시 금방 시트가 따뜻해진다.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 기술을 적용한 소재. /현대차·기아 제공

현대차·기아는 20일 다양한 일들을 해내는 첨단 나노 기술을 20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공개했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한다. 이렇게 매우 작은 크기 단위에서 물질을 합성해 새로운 특성을 만들어내는 것을 나노 기술이라고 부른다.

공개된 기술은 손상 부위를 스스로 코치는 ‘셀프 힐링(Self-Healing·자가치유) 고분자 코팅’, 나노 캡슐로 부품 마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시야를 가리지 않고 창문에 설치할 수 있는 ‘투명 태양전지’,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내는 모빌리티 일체형 ‘탠덤(Tandem) 태양전지’, 압력으로 사용자 생체 신호를 파악하는 ‘압력 감응형 소재’, 자동차 내부 온도 상승을 줄이는 ‘투명 복사 냉각 필름’ 등이다.

◇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차 상태를 보존하는 나노 코팅 기술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은 자동차 외장이나 부품에 손상이 생겼을 때, 스스로 손상 부위를 고치는 기술이다. 별도 열원이나 촉진제 없이 두 시간여 만에 회복이 가능하고, 반영구적으로 작용한다. 코팅된 곳에 상처가 나면 분열한 고분자가 화학적 반응에 의해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성질을 활용했다.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 기술 적용 부품의 손상 회복 과정. /현대차·기아 제공

현대차·기아는 자율주행 핵심 부품인 카메라 렌즈와 라이다(LiDAR) 센서 표면에 해당 기술 적용을 검토 중이다. 또 자동차 도장면이나 그릴 등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2년 내 상용화가 목표다.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은 부품 표면에 나노 캡슐이 들어간 코팅을 발라 마찰이 발생하면 오일 캡슐이 터지면서 윤활막이 형성되는 원리다. 기존 고체 윤활제가 가진 단점을 보완하는 기술이다.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내구성도 기존 윤활제의 2배 이상이라고 한다.

나노 물질이 스스로 상처를 복원하는 모습. 가운데 흰 부분이 상처로, 복원까지는 실제로 30초 정도 걸렸다(2배속 촬영). /박진우 기자

현대차·기아는 엔진 구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드라이브 샤프트에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기술을 적용, 양산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이 기술이 적용된 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 전기차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하는 나노 기반 태양전지

현재 태양전지는 실리콘 소재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투명한 창문에는 적용하기가 어렵다. 현대차·기아는 페로브스카이트라는 나노 소재를 활용, 투명한 창에도 적용이 가능한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투명 태양전지. /현대차·기아 제공

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전기로 바꾸는 광전효율이 실리콘 대비 30% 이상 높다. 현대차·기아는 페로브스카이트에 빛을 퉁과하는 투과성 특성이 있다는 것을 고려, 광흡수층 두께를 조절해 태양광 발전과 투명 상태를 동시에 구현했다. 현대차·기아가 개발한 투명 태양전지는 1.5W급 성능으로, 세계 최초 시도다.

기존 자동차 지붕에만 적용할 수 있었던 태양광 패널을 차의 모든 창으로 확장하는 게 가능하다. 태양광 발전 효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는 얘기다.

또 현대차·기아는 이 페보르스카이트 소재를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쌓는 탠덤 태양전지도 선보였다. 서로 다른 영역대의 태양광을 상호 보완해 35% 이상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꾀했다.

탠덤 태양전지 셀과 모듈. /현대차·기아 제공

현대차·기아는 자동차 보닛, 지붕, 문 등에 탠덤 태양전지를 적용하면 일상 주행이 가능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 평균 태양광 발전(국내 평균 일조량 4시간 기준)으로 20㎞ 이상의 추가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 쾌적한 실내 환경 만드는 나노 소재

압력 감응형 소재는 소재에 가해지는 압력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자동차 시트 폼(foam)에 적용돼 탑승자 부위만 정확하게 데우고, 필요하지 않는 부분은 열을 억제해 전력 소모를 줄인다.

압력 감응형 소재 체험폼. /현대차·기아 제공

이 기술에는 수십㎚ 이하의 탄소나노튜브(CNT)가 활용됐다. 튜브 모양의 구조는 가볍고 튼튼하며, 전기·열전도도가 뛰어나다는 특징을 가진다. 시트에 일정 수준 이상 압력이 생기면 튜브 접촉이 증가해 저항이 줄고, 전류량이 늘어나 해당 부위에 열이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은 더운 날씨에도 차 내부 온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는 친환경 기술이다. 자동차 창문에 부착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든 건 현대차·기아가 세계 최초다.

다층 필름 구조로 만들어 외부 자외선, 가시광선, 근적외선 등을 차단한다. 현대차·기아 시험 결과에 따르면 기존 틴팅 필름 부착차보다 실내 온도가 최대 7℃ 낮았다. 여름철 에어컨 사용량을 줄여 탄소배출량을 약 0.3~0.8%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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