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 장난치는 짓"…尹에 질타당한 국어 수능 킬러문항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대입 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이 출제되는 것을 두고 “학생들에게 장난치는 짓”이라고 질타했다고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비문학 국어 문제와 과목 융합형 문제는 수십만명의 고교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수능 평가에는 부적절하고 불공정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또 “사교육 부담이 고도 성장기에는 교육 문제에 그쳤지만, 저성장 시기에는 저출산과 고령화와 맞물려 치명적인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일단 공정한 수능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공교육 교과 과정 밖에서 복잡하게 출제되는 킬러 문항이 학생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으로 본 것이다. 이를 배제하더라도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고 정성을 기울이면 변별력이 확보된 공정한 수능이 가능하다는 게 윤 대통령의 인식이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이런 질타는 김광두(서강대 석좌교수) 국가미래연구원장이 SNS에 올린 글을 보고 한 반응이었다고 한다. 김 원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홀수형)’ 문제를 올리며 “경제학적 지식이 필요한 이런 어려운 문제를 국어 시험에서 풀어보라고 한다”며 “이걸 보고 나는 어안이 벙벙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썼다. 김 원장이 지적한 해당 문항은 자기 자본과 위험 가중 자산, 바젤 협약 등 전문적인 경제 용어가 복잡하게 등장해 선뜻 국어 문제로 보이지 않는 킬러 문제였다.
김 원장은 “정치인들은 이런 수능 문제들을 검토나 해보고 발언하기를 바란다”며 “사설 학원의 일타 강사들 도움 없이 이런 고난도 수준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고교생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개선하라는 취지로 이해된다”며 “5개월 전에도 지적했다는데 교육부에서 추진을 제대로 못 했으니 다시 개선을 촉구한 것 아닐까”라고 적었다.
윤 대통령은 이미 지난 3월부터 이런 문항을 배제하라고 지시했으나, 6월 모의고사(모의평가)에서 다시 킬러 문항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지난주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을 전격 경질한 윤 대통령은 오는 9월 모의고사와 수능에서 비문학·교과 융합형 문제 등 복잡한 킬러 문항을 빼라고 거듭 당부했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조국 전 서울대 교수 딸의 대입 부정 사건 등을 처리하면서 부패 카르텔의 실체에 대해서도 풍부한 식견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사교육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은 “학교 진도를 따라가기 버거워 일부 사교육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도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국회에서 ‘학교 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 협의회’를 갖고 수능에서 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배제하고 수능의 적정 난이도 확보를 위해 출제 기법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는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키로 결정했던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를 존치하기로 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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