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될 줄 몰랐어요” 조회수 396만 찍은 유명 앵커 [더인플루언서]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5. 27.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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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앵커 된 유튜버 허우령 인터뷰

갑자기 찾아온 시각장애를 받아들이고 KBS 앵커로 데뷔한 인플루언서가 있다. ‘우령의 유디오’ 채널을 운영하는 허우령 씨(25)가 바로 그 주인공. 2019년 12월 유튜브를 시작한 그는 잔잔한 일상 브이로그와 시각 장애인 관련 영상을 게재하고 있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난무하는 요즘 그가 올리는 영상들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 있다. 그가 담담하게 올린 ‘시각장애인이 될 줄 그땐 몰랐어요’ 영상은 조회수 396만회를 돌파했다. 꾸준하게 만들어온 그의 공간은 10만 명의 단단한 팬덤을 보유한 채널로 성장했다.

허 씨는 후천적 요인으로 시각장애인이 됐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오른쪽 눈의 시력 저하가 찾아왔고, 중학교 입학 전에 왼쪽 눈까지 시력을 잃어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그는 “계속 원인을 찾는 데만 얽매여 있다면 실명을 했던 14살에 늘 머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방송 아나운서라는 꿈은 그를 단단하게 했다.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목표를 이어가기 위해 시작한 유튜브는 이제 다른 이들의 행복이 됐다. 그는 최근 꿈을 이뤘다. 허 씨는 KBS 뉴스 장애인 앵커로 합격해 현재 KBS 뉴스 12의 생활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우령의 유디오’ 채널을 운영하는 허우령 KBS 앵커. [사진 = 허우령 씨 인스타그램]
-우령님은 어떤 분인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우령의 유디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시각 장애를 가진 크리에이터이자, KBS 7기 장애인 앵커로 선발돼 활동하고 있는 아나운서 허우령입니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저의 꿈이 아나운서였어요. 시각장애인 특수학교를 다니면서 선생님 제안으로 우연히 방송부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시력이 나빠서 글자도 못 읽고, 그때는 점자도 못 읽었는데 내가 어떻게 대본을 읽으면서 방송부 활동을 하지 했는데 외워서 하다 보니까 됐어요. 선생님들이랑 같은 반 친구들이 너무 잘한다고 해주고, 사람들이랑 소통하는 걸 내가 좋아하는 것도 알게 됐어요. 이후 고등학교까지 방송부 활동을 했고, 대학교도 미디어 학부로 진학했습니다. 그러면서 방송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내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게 뭘까’라는 고민을 계속했죠. 그때 마침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알게 됐고, 내가 좋아하는 라디오를 하면서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시작하게 됐죠. 유튜브는 시각적인 플랫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브이로그까지 하게 됐고 지금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하게 됐어요.

-주로 어떤 콘텐츠를 올리시나요?

=예전에는 촬영이나 편집도 스스로 하는 것엔 시각적 제약 때문에 자유롭지 않았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비시각장애인 친구들한테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지금은 편집자님과 PD님이 계셔서 훨씬 더 영역이 넓어졌어요. 예전에는 집에서 정적인 콘텐츠를 많이 했다면 지금은 저의 세상이 더 넓어지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 콘텐츠도 많이 찍어보려고 하구요, 새로운 도전도 많이 보여주려고 해요. 물론 저의 일상이 중심이기 때문에 저와 함께하는 안내견 하얀이와의 하루, 화장하기 등 소소한 콘텐츠도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콘텐츠 아이디어는 주로 어떻게 얻으시는지요.

=저는 주로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제 경험을 콘텐츠화 합니다. 많은 분들이 봐주신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화장을 할까?> 영상이 생각이 나는데요. 이제 저도 대학생이 되고 좀 꾸미고 싶은 마음에서 화장을 시작했는데. 이런 영상이 많은 분들에게는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가 되는 것 같아요. 상황극 콘텐츠도 많이 하는데요. 특히 쇼츠로 재밌고 유쾌하게, 짧은 시간안에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다루고 있어요. 긴 영상에서는 진지한 이야기도 하고, 감성적인 내용도 있고요. 쇼츠랑 긴 영상이랑 전달할 수 있는게 다른 것 같아요.

-디테일한 콘텐츠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혼자 촬영하고 편집하기가 어려운지라, 일단 파트너들을 만나서 함께 전체적인 구성안을 짜고, 스트립트를 적은 후 촬영에 들어가요. 편집 전에는 제가 구체적인 피드백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몇 분 몇 초는 자르고, 몇 분 몇 초는 자막을 이렇게 써주세요, 이런 틀을 드리면 거기에 맞춰서 편집을 해주세요. 가끔은 제가 직접 촬영하기도 해요. 각도나 초점이 안 맞는 경우도 있지만 그게 정말 자연스러운 저를 보여드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채널의 구독자분들은 어떤 분들이신가요.

=주로 여성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연령대는 10대부터 30대까지가 가장 많습니다. 저와 같이 장애를 가진 분들도 있고, 장애에 대해 알고 싶어서 보시는 분들도 있고, 혹은 저에 대해 전혀 몰랐다가 우연히 추천을 통해 보시고는 제가 재밌게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구독하신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보통 댓글로 소통을 많이 했었는데요, 코로나도 조금 진정이 되고 10만 구독자를 달성한 기념으로 최근에 구독자 이벤트를 진행했었어요! 구독자분들과 직접 대면해서 시간을 보냈는데 정말 힘이 너무 많이 됐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허 앵커가 운영하는 ‘우령의 유디오’ 유튜브 채널. <유튜브 캡처>
-만들고 싶은 콘텐츠와 구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의 간극은 어떻게 줄여가고 계실까요.

=구독자분들은 저의 재밌고 유쾌한 영상을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저는 초반에 했던 라디오 콘텐츠를 더 해보고 싶은데, 조금 잔잔한 분위기니까 그런 간극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또, 안내견 하얀이가 나오는 콘텐츠도 많이 사랑받고 있어요. 하얀이랑 함께하는 영상은 저도 너무 좋아해요! 이제 앵커로서 TV에 나오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대가 됩니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뿌듯했던 순간이 있을까요. 반대로 안 좋은 점은요.

=가장 뿌듯한 순간은 많은 분들이 ‘우령님 보면서 에너지 많이 얻어 가요!’ 이런 말씀을 해주실 때죠. 저는 사실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걸 염두에 두고 어떤 행동을 한 것은 아니었는데 많은 분들이 저의 솔직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시면서 힘을 얻으시는 것 같아요. 또, 시각 장애인으로서의 일상을 보여주고 안내견 하얀이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장애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간다, 오해를 풀었다 이런 의견을 보내주실 때 정말 좋아요. 반대로 안 좋은 점은 저를 처음 보시는 분들 중 장애에 대한 혐오적인 발언을 하거나, 악플을 다시는 분들도 종종 있어요. 상처를 입는 편은 아니라 장애에 대한 인식 수준이 이 정도구나, 더 열심히 해야지 하고 다짐합니다.

-다양성 그리고 우리 사회에 소외되는 계층에 대해서 많은 시사점을 주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기존 미디어에서는 아직까지 장애에 대한 다큐, 뉴스, 교양 프로그램 같은 콘텐츠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유튜브에서 활동하면서 나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어떤 건 힘들고, 또 어떤 건 내가 잘한다. 이렇게 솔직한 콘텐츠를 만들고, 또 이걸 많이 봐주시니까요. 또, 저는 안내견 하얀이와 함께하다 보니, 안내견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많고 불쌍한 인식도 아직 많은 것 같아요. 이런 인식을 계속 바꿔나가고 싶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가 있는지요?

=라디오 콘텐츠 중에서 제가 시각 장애인이 된 이야기를 한 영상이 있어요. 조회수도 제일 높고,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셔서 기억이 남아요. 이런 일이 있었지만 극복하고 잘 살고 있구나, 이런 의견들을 많이 주신 것 같아요. 앞서 얘기한 화장하기 콘텐츠나 월경에 대한 이야기처럼 시각장애인 여성으로서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도 기억에 남아요. 많은 분들이 몰랐던 부분을 알려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당연히 하얀이와 함께 하는 영상도요! 하얀이가 너무 사랑스럽기 때문이죠.

-유튜브를 통해 얻은 게 있을까요.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사람들이 저를 볼 때 자신감이 많을 것 같다고 얘기를 하는데, 저는 사실 고민이 많은 사람이에요. 이게 맞을까, 아닐까, 엄청 고민해요. 또,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고민해요. 근데 유튜브를 통해 내 모습을 보여주고,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시는 것을 보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구독자분들 덕분이죠.

‘우령의 유디오’ 채널을 운영하는 허우령 앵커 [사진 = 허우령 씨 인스타그램]
-늦었지만, 꿈을 이루신 것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원래 꿈이 아나운서였어서 자연스럽게 지원을 하게 되었는데요. KBS는 대표 공영방송이기도 하고, 또 현재는 장애인 앵커를 뽑는 유일한 방송사에요. 앞으로는 더 다양한 방송사에서 뽑아서 장애인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지면 좋겠어요. 저에 앞서서 길을 닦아주신 많은 장애인 앵커 선배님들이 계신데, 저도 다음에 오실 후배들을 위해서 열심히 길을 닦고 싶어요.

-앞으로 뉴스앵커로서의 포부와 목표는 무엇일지요.

=시청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는 뉴스를 잘 전달하는 앵커가 되고 싶습니다! 특히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이러한 사회적인 소식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직까지는 장애인처럼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분위기라고 생각하는데요, 서로가 잘 모르는 이야기를 전달해 주고 알려주는 앵커가 되겠습니다.

-어린 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요.

=방송부 활동을 하기 전까지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제가 조용한 아이라고 생각했대요. 제가 병원에 있었던지라 1살 늦게 중학교에 입학했는데요, 저도 시각 장애가 처음이다 보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1년 정도는 아무에게도 다가가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근데 학교를 다니다 보니까 같은 장애를 가진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면에서는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고, 또래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방법도 알게 됐어요. 방송부도 하고, 밴드부에서 색소폰도 불었고, 고등학교에는 학생회장까지 하면서 정말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우령의 유디오’ 채널을 운영하는 허우령 앵커 [사진 = 허우령 씨 인스타그램]
-하루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루틴이 있는지요

=너무 사소한 건데요. 매일 아침 7시 반에 하얀이 밥 챙겨주기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선 장애인 앵커로 선발된 만큼, 앵커로서의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유튜브에서도 아나운서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 보려고요! 장기적으로는 세계 여행 콘텐츠? 세계로도 나가서 놀아야죠!

<황순민 기자의 더인플루언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바야흐로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구축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플루언서 생태계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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