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은평 전세 3억씩 급락… “집주인에 한시적 보증금 특례대출 필요”

정순우 기자 2023. 5. 27.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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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나간대요” 집주인은 철렁
“1억 내렸어요” 전셋값 뚝뚝 - 26일 서울 서초구의 한 상가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 창에 급전세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당초 보증금 13억원에 전세를 내놨지만, 거래가 안 돼 1억원을 더 내린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올 하반기 계약 만기가 되는 서울 아파트 전세계약 6만1508건을 분석한 결과, 2만7000여 채의 전셋값이 2년 전보다 하락해 역전세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운호 기자

서울 동작구의 입주 11년 된 아파트 흑석한강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2021년 8월 11억원에 전세로 거래됐다. 하지만 최근 이 단지의 같은 면적 아파트 전세는 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계약 만기를 앞둔 집주인 입장에선 3억5000만원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동작구만 놓고 보면 올 하반기 전세 계약이 끝나는 아파트 10채 중 6채가 이 같은 역전세 상황이다.

2021년 하반기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던 전셋값이 고금리 여파로 하락하면서 올 하반기 사상 최악의 역전세난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대차 3법 통과 시 예고된 재앙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강남·서초 등 집값이 비싼 지역은 물론, 도봉·은평 등 중저가 주택 비율이 높은 곳에서도 전셋값이 수억 원 단위로 떨어진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전셋값 1억 이상 떨어진 1만3000채

26일 본지와 부동산R114가 올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6만1508건(갱신계약 포함)을 전수 조사한 결과, 1만3054건(21%)은 전셋값이 2년 전보다 1억원 이상 떨어졌다. 집주인 5명 중 1명은 여유 현금이나 대출을 통해 1억원 넘는 돈을 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2년 전 ‘신규 계약’한 것만 따지면, 1억원 넘게 하락한 집의 비율이 38.7%나 된다.

역전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동작구(57.8%)였고, 서대문구(53%)와 은평구(52.4%)가 뒤를 이었다. 집값이 가장 비싼 서초구(50.7%), 강남구(47.9%)도 열 손가락 안에 들었다.

서민층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서 전셋값이 수억 원씩 떨어진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도봉구 북한산아이파크 전용 134㎡는 2021년 9억원이던 전셋값이 이달 6억원으로 떨어졌고, 은평구 백련산힐스테이트4차(84㎡)도 전셋값이 2021년 12월 9억5000만원에서 지금은 5억4000만원으로 4억원 넘게 빠졌다.

일부 고가 아파트 중에는 전셋값이 10억원 넘게 떨어진 경우도 있다. 용산구 LG한강자이(169㎡) 전셋값은 2021년 9월 33억원에서 올해 1월 18억원으로 15억원 떨어졌고, 서초구 래미안신반포팰리스, 반포자이, 강남구 대치아이파크, 동부센트레빌도 전셋값이 10억원 넘게 빠졌다.

◇인천·경기 전셋값은 20% 넘게 하락

역전세난은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이나 지방에서도 심각하다. 특히 집값 상승기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입)’가 몰렸던 경기와 인천은 전셋값 하락 폭이 서울보다 커, 역전세난 우려도 그만큼 크다. 서울 이외 지역은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아, 자기 돈을 적게 들이고 ‘갭투자’가 가능하다. 갭투자로 집을 산 집주인들은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1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경기(-22.19%)와 인천(-23.27%)은 서울(-19.31%)보다 전셋값이 많이 내렸다. 경기와 인천은 2021년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투자한 사람)들의 갭투자가 활발했던 지역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만3866건이던 경기도 아파트 갭투자는 2021년 2만3468건으로 69% 급증했다. 인천은 2020년 2301건에서 2021년 8850건으로 거의 4배로 늘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임대차 3법 부작용으로 전셋값이 급등했던 2021년 하반기에는 갭투자도 급증했다”고 말했다.

수도권 이외 지방에선 대구 지역의 역전세난 우려가 크다. 대구(-23.28%)는 2021년 말 대비 아파트 전셋값 하락 폭이 세종(-26.81%)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크다. 더구나 대구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도 올해 3만4000가구, 내년 2만1000가구에 달해 전셋값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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