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부 탓, 다음 정부에 떠넘기기... 어처구니없는 기후위기 해법
<오마이뉴스>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참여자들의 모임인 <포럼 사의재>와 함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전 영역에서 윤석열 정부를 집중진단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공동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총 열 세 편의 글을 게재할 예정입니다. 이 글은 그 열 번째로 기후위기입니다. <편집자말>
[포럼 사의재 기후환경특별위원회 기자]
▲ 전국에서 모인 환경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4월 14일 오후 세종 정부세종청사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앞에서 ‘414 기후정의파업, 함께 살기 위해 멈춰’ 집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기후위기 가속화 정책에 반대하며 제대로 된 정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
ⓒ 유성호 |
▲ 국무회의 주재하는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지난 4월 11일 윤석열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달성과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국가 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였다.
이번에도 '전 정부 탓'을 빼놓지 않았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이하 NDC)>에 대해 한덕수 총리가 "지난 정부는 산업 현장의 충분한 수렴 없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무리하게 상향 조정... 산업계와 현 정부에 큰 부담"이라고 '40%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NDC는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최초로 수립되었는데, 감축 목표치가 낮고 불명확하였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NDC는 배출전망치 방식(Business As Usual; BAU), 즉 추가적인 감축 노력이 없을 때의 2030년 온실가스 전망치를 8.51억 톤CO2e로 예측하고, 이것의 37% 감축을 목표로 설정했다. 그런데 배출전망치 방식은 도덕적 해이감(Moral Hezard)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요국들은 '절대치 방식'으로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있다.
2021년 문재인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40%로 상향 조정하는 NDC를 수립하여 UN에 제출하였다. 배출전망치 방식이 아닌 절대치 방식으로, 즉 2030년에 2018년 배출량(7.27억 톤CO2e) 대비 40% 감축을 약속함으로써, 실질적 감축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명확히 하였다. 눈여겨볼 대목은 산업부문 감축률이 14.5%로 매우 낮은 편인데, 수많은 산업계와의 대화를 통해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기후의 시간, 향후 10년이 중요하다
2050 탄소중립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감축경로가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2030 NDC 40% 목표는 연평균 4.17% 감축을 목표로 한다. 당장 실행에 옮겨 감축 효과가 초기에도 나타나도록 감축경로가 설계되어 있다.
지난 3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195개 참가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승인한 제6차 기후변화 종합평가 보고서를 공개하였다.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1.5도 상승할 것이며, 세계 각국이 세운 감축 목표로는 '1.5도 제한'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전 지구적으로 2030년에 온실가스를 2019년 대비 43% 줄여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 시한폭탄이 똑딱거리고 있으며, 주요 선진국들의 2050 탄소중립 목표를 10년 앞당길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렇듯 기후의 시간은 흐르고 있으며, 향후 10년 동안 기후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는 갈림길에 선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8위로서(2020년 기준) 지구적 책무에 최선을 다해야 함이 마땅하다.
거꾸로 가는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는 산업부문 감축 의지를 14.5%에서 11.4%로 축소하였다. 의지를 명확히 해야 함에도 윤 정부는 산업계의 도덕적 해이감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의 분명한 태도와 의지 없이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술과 제도, 재정이 소요되는 혁신을 기업이 쉽게 동의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2030년 50~52% 감축 목표를 수립하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 및 고용법(IIJA; 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을 제정하여 2026까지 1.2조 달러 규모의 천문학적인 재정투자를 통해 노후 전력망 등 인프라를 개선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을 제정해 4333억 달러를 청정연료 사용 자동차 산업 지원 등 기후변화 대응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43%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있으며, '기업의 탈탄소 지원을 위한 이행금융 기본지침'을 마련하고, 약 20조엔 규모의 이행금융을 지원할 계획이다. 일본의 태양광 발전 용량은 786.5GW(2021년 기준)로 세계 3위이다. 2022년부터는 'FIP 제도(Feed in Premium; 도매전력시장 판매수익 +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프리미엄 수익)'을 도입하여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의 전력시장 참여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독일은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65% 감축을 목표로 설정하고, 2038년까지 석탄화력발전 폐쇄, 탈탄소 전력원 발전 비중을 100%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탄소차액 계약제도(CCfDs : Carbon Contract for Difference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 비용과 탄소배출권 시장가격 간의 차액을 지원해주는 제도) 등 기업들의 탈탄소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을 줄여주고 있다(KOTRA Gobal Market Report 22.04).
이렇듯 주요국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목표치가 담대하고, 정부가 앞장서 이를 뒷받침하는 법·제도를 마련하고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법·제도와 예산 모든 영역에서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다시 '기후악당'으로 비난받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얼어붙은 재생에너지 시장
EU는 탄소국경제도(CBAM :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개시하여 26년부터 철강, 알루미늄, 비료 등의 품목에 유상 적용하는 등 2032년에 이를 완전히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을 통해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의 자국 유치를 유도하면서 수출국가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EU는 탄소 중립 산업법(Net-Zero Industry Act) 제정하여 미국의 IRA에 맞서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다.
바야흐로 탈탄소 무역 질서가 정착되어가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RE100'을 통해 기업경쟁이 가속화되고, ESG 경영(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을 통해 금융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이제 기후위기 대응은 기업, 산업, 무역 등 국가 간의 경쟁력으로 바뀌고 있다. 신(新)기후 경제질서로의 재편이 전면화하는 시점이다. 이 엄중한 시기에 윤석열 정부의 기후위기에 대한 진지한 대응을 촉구한다.
▲ ‘414 기후정의파업, 함께 살기 위해 멈춰’ 집회에 참석한 환경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4월 14일 오후 세종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기후위기 가속화 정책에 반대하며 청사 울타리에 요구사항이 적힌 종이를 붙이고 있다. |
ⓒ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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