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갈아엎은 디 엣지, ‘38년’ 쏘나타 명맥 이어가나 [면허 1년차 시승기]
무난한 디자인에 무난하지 않은 안정적 주행감
현대자동차 최장수 세단 모델 쏘나타가 4년 만에 칼을 갈고 돌아왔다. 4년 동안 간 칼로 얼굴을 뒤엎어 돌아온 쏘나타 디 엣지가 ‘38년’ 역사를 이어가게 될지 주목된다.
쏘나타 디 엣지는 이전 모델 쏘나타 8세대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부분변경은 통상 2~3년 걸리는데 이번에는 4년이나 걸려 현대차가 디 엣지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가장 큰 변화는 디자인을 꼽을 수 있다. 전면 부분에 수평형 램프부터 라디에이터 그릴, 에어 인테이크 등 디자인이 크게 바꾸면서 현대차는 풀체인지급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이전 8세대는 ‘메기’와 닮았다는 놀림을 받으며 소비자에게 외면받았지만 디 엣지는 디자인면에서 나아졌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연간 판매량이 감소한 쏘나타는 단종설까지 나오고 있어 디 엣지의 판매량이 중요한 시점이다.
‘국민차’라고 불릴 만큼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쏘나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면 안타까움도 들겠으나 추억만으로 차를 구매할 수는 없는 법이다. 디 엣지를 마지막으로 박수칠 때 떠나야 하는 차가 될지 아니면 다시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될지 시승해봤다.
지난 11일 하남시부터 가평군까지 쏘나타 디 엣지 N Line 가솔린 2.5 터보와 가솔린 1.6 터보 인스퍼레이션 트림를 번갈아 운전해봤다.
디 엣지를 처음 보고 ‘평범한데?’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전 모델에서 디자인으로 욕 먹었으니 4년 동안 좀 더 매력적인 디자인을 택해야 하지 않나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확실히 환골탈태하긴 했다.
만화 캐릭터로 비유하자면 이전 8세대는 치켜뜬 눈에 씨익 올라간 입꼬리까지 빌런 이미지였다. 반면 디 엣지는 과묵한 실력파인 실눈 캐릭터를 연상시킬 만큼 전혀 다른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면서도 일명 일자 눈썹 외에 크게 각인되는 특징이 없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주행감도 ‘무난’했다. 디자인, 주행 면에서 크게 모나지도 특별하지도 않다는 평가는 끝자락에 선 쏘나타가 내세우기엔 다소 약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시승자가 운전 초보 중의 초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왜 폭넓은 세대에 오랜 시간 인기를 누렸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운전 초보자도 무난하다고 느낄 만큼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운전면허 취득 1년 미만 운전자가 복잡한 시내부터 고속도로, 주차 등 난관을 헤치며 약 60km를 운전하는 것이 얼마나 험난하고 긴장되는 일인지 상상해보시라.
운전하면서 현대차가 안전과 편의성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느낄 수 있다. SDV 기반 편의 사양인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전 트림에 기본 탑재하고 첨단 편의·안전 사양을 트림별로 대거 적용했다는 현대차의 설명이 납득이 갔다.
디 엣지는 전형적인 실눈 캐릭터처럼 과묵하게 눈에 띄지 않다가도 결정적으로 안전과 안정성에서 실력을 발휘하며 운전자의 편, ‘내 편’이라는 안심을 줬다. 운전할수록 디 엣지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
일례로 과속방지턱 통과를 들 수 있다. 그동안 기자 가족은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차가 흔들려도 놀라지 말라는 의미에서 운전자가 미리 ‘덜~컹’하고 신호를 주는 집안 관습이 있다. 그러나 디 엣지를 운전한다면 사전안내를 하지 않아도 놀랄 일이 없을 것이다.
속도를 그다지 줄이지 않고 과속방지턱을 넘었음에도 부드럽게 통과해 기자의 불안을 다독여주는 듯했다. 승차감 개선 기술 ‘e-Ride Gen2’가 속도 방지턱을 통과하거나 가속 시 모터의 토크를 제어해 차량의 흔들림을 최소화 해줬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 스마트 센스’ 옵션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느껴졌다. 디 엣지가 기자에게 가장 많이 한 경고는 핸들에 손을 떼지 말라는 것이었다. 물론 한순간도 핸들에 손을 떼지 않고 있었지만 정말 얹고만 있었다.
고속도로에서만큼은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기능으로 미세한 조작의 필요성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NSCC가 안전속도나 곡선로 구간에 진입하기 전에 속도를 자동으로 줄여주고 그 구간이 지나면 원래 속도로 돌아온다.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주행하도록 도와주는 차로 유지 보조도 차와 함께 흔들린 멘탈까지 잡아줘서 고마웠다.
또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운전자라면 헤드업 디스플레이 옵션을 꼭 추천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옵션을 선택하기 위해 170만원짜리 컨비니언스 I 패키지를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다. 100만원 넘게 더 줄 가치가 있다. 운전 중에 오른쪽 하단 내비게이션까지 시선을 내려 번갈아 보는 것이 꽤 신경을 분산시킨다. 하지만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면 전면 유리에 속도, 내비게이션,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등 작동 상황까지 표시돼 시선 이동을 최소화시킨다.
시승용으로 제공된 차량인 N Line 가솔린 2.5 터보는 기본 차량가 3691만원에서 풀옵션 시 4331만원(개소세 5% 기준)이며 가솔린 1.6 터보 인스퍼레이션 트림은 기본 차량가 3596만원에 풀옵션 시 3934만원(개소세 5% 기준)이다.
▲타깃
-'SUV 대세' 소리에 귀막고 굳이 세단을 타야겠다면
-평소에 너무 눈에 띄어 피곤한 당신, 차라도 무난하게
-운전이 무서운 초보에겐 제격
▲주의할 점
-특별한 차별성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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