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는 이렇게 몰락했다, 여기에는 미래가 없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처음으로 내놓은 대학 규제완화 정책을 두고 '지역 대학 죽이기'라는 비판이 상당합니다. 자율과 혁신, 규제개혁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지역대학과 지역경제의 쇠락을 재촉한다는 주장입니다. '공공적 고등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가 관련된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와 5회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말>
[전국교수연대회의 이상룡 기자]
▲ 대학 개강일인 2일 오전 경상도 한 대학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대학은 올해 정시 모집에서 8개 학과가 지원자 0명이었다. |
ⓒ 연합뉴스 |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기르자."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우리나라의 산아제한 정책 표어들이다. 지금은 돈을 줄 테니 제발 낳아달라고 애걸하고 있지만 저런 시절이 있었다. 산아제한 정책은 1996년 공식적으로 폐지되지만 1983년에 이미 인구 대체 마지노선인 2.1명에 들어섰다. 저출생은 예고된 일이었다.
실제로 1996년 교육개혁위원회의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보고서'에서도 2003년부터 대학 입학정원 미달을 예측했다. 그런데도 그해 김영삼 정부는 '대학설립준칙주의'를 도입하고 수도권 정원을 확대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1995년 304개였던 대학이 2000년에는 349교가 됐다. 입학정원은 49만 5000명에서 64만 6000명으로 15만 명 증원했다. 당시 교육개혁위원회의 위원이었던 사람이 지금 교육부 장관을 맡고 있으며, 그 장관은 라이즈와 글로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의 대학 행·재정권을 지자체로 이양하고, 30개 지방대학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는 '구조개혁 선도대학 지원사업'을 만들어 입학정원을 10% 감축하는 대학에 재정을 지원했다. 입학정원이 7만 1천 명 감소하였는데, 지방대에서 6만 명 감소하였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3만 6000명 감축되었고, 지방대에서 2만 8000명 감축됐다. 당시 경영부실대학으로 폐교된 대학은 모두 지방대였고, 재정 지원 제한 대학의 77%,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의 87%, 경영부실대학의 85%가 지방대였다.
박근혜 정부 역시 정부 재정지원사업 평가에 정원 감축 계획을 반영했다. 그 결과 입학정원이 6만 1000명 감소했다. 수도권 대학의 감소율은 –7.0%였고 지방대는 -13.6%였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의 강압적인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버리고 대학 자율의 '적정규모화 정책'을 시행했는데, 수도권 대학은 22개 대학만이 1953명(12%) 감축을 결정했다.
반면 비수도권의 74개 대학에서 1만 4244명(88%) 감축하기로 했다. 학부 재학생이 1만 5000명이 넘는 수도권의 대형 사립대 12곳은 적정규모화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의 유일한 성과는, 대학 자율로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역대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은 대학 평가와 재정 지원을 연계하여 정원 감축을 강제하는 방식이었는데, 취업률과 학생 충원율이 대학 평가의 핵심 지표였다. 그 결과 수도권과 사립대 편중이 심화됐고, 지방대와 전문대의 몰락이 가속화됐다. 정부의 시장 중심적인 고등교육 정책 결과는 대학의 몰락과 학술생태계의 파괴였다.
그리고 지역 소멸과 저출생은 해결 난망한 문제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이지만 서울은 0.59이다. 흔히 지방대 몰락의 원인으로 학령인구 감소를 말하지만, 실은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의 실패가 그 원인이다.
역대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은 입학정원 규모를 조정하는 것이었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고등교육 정책은 없었다. 대학 구조개혁의 방향은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비율을 조정하여 기형적인 사립대의 비중을 낮추는 것이어야 했다. 대학의 적정 규모를 설정해 입학정원이 1만 5000명이 넘는 대규모 대학의 비중을 낮추는 것이어야 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방대 육성이어야 했다.
역대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그러나 역대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은 정확히 그 반대 방향으로 진행됐다. 역대 정부는 시장의 논리를 따라 대학을 구조조정했다. 대학도 이에 편승했다. 새 정부의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극단적 시장주의를 따르고 있다. 30개 지방대에 5년 동안 1000억씩 지원하겠다고 한다. 그럼으로써 공멸을 재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공립대를 통합하여 세계적인 대학을 육성하자고 한다. 덩치가 크면 살아남는다? 하버드의 학부생은 6000명이다. 지방대에 재정을 집중 지원하자고 한다. 그런데 출산 장려금을 받기 위해 아이를 낳던가? 지방대에서는 직업교육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지방은 수도권의 식민지인가?
지방대를 평생교육기관으로 전환하자고? 대학 진학이 70%다. 주당 노동시간이 52시간인 나라고 69시간까지 일하도록 하자는 나라다.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하자고 한다. 정부가 만들 수 있는 일자리는 공공기관의 단기간 일자리와 중소기업 일자리, 청년몰이며, 이는 모두 학생들이 기피하는 저임금 불안정 노동이다. 여학생들을 위한 일자리는 지방에 없다.
지역의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고용 불안과 사회 불평등,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다. 고등교육 정책은 저출생과 따로 갈 수 없다. 지역을 살리고 학술생태계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전체 대학의 입학정원을 일률적으로 감축하고 교육과 연구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를 15명으로 낮추고, 전임교원 최대시수제를 도입하여 교수들이 연구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수들이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지방대를 다닌다는 것, 지역에서 산다는 것, 그것이 패배인 한 지방대 위기 극복은 불가능하다. 저출생 문제는 해결 난망이다. 경쟁 지상주의, 능력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 교수들 자신부터 그래야 한다.
가장 한심한 부류는 국립대 통합론자들이다. 대학의 덩치를 키워서 자기 대학만이라도 살겠다는 사람들, 그렇게 지방대 몰락을 재촉하는 사람들.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A유형을 만들어서 강사들을 갈라치기 하고 경쟁에 몰아넣은 사람들. 돈 몇 푼 더 쥐여주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만들어서 연구와 교육을 몰락시킨 사람들.
정작 대학에 필요한 것은 연구자의 저변 확대다. 그러니 선택과 집중으로 지방대를 육성하겠다는 사람들, 선택과 집중으로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사람들, 이들은 천박한 약육강식의 논리를 따르는 사람들이고, 파탄난 사회진화론자들이고, 대학 공동체를 파괴한 주범들이다. 지방대는 그렇게 몰락했다. 학술생태계는 그렇게 파괴되었다. 여기에는 미래가 없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자신이 사는 나라를 '헬조선'이라 명명했지만, 더 지독한 지옥이 오고 있다.
[관련기사]
지역 대학 몰락하는데... 글로컬 대학이 무슨 소리? https://omn.kr/23g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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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상룡 부산대학교 교양교육원 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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