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거북선 실제 모습은..."등껍질 가진 형태 아냐"

고재원 기자 2023. 3. 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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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무기 연구자 채연석 전 항우연 원장
1795년 통제영 거북선의 설계도로 복원한 거북선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했다. 유클리드소프트 제공

거북선은 1592년 임진왜란 때 왜적을 격퇴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유물이나 사진이 남아있지 않아 이때 사용된 거북선의 실제 모습은 베일에 싸여있다. 연구자들은 설계도로 모습을 유추하고 있다. 제일 오래된 설계도 기록은 1795년 왕명으로 편찬된 ‘이충무공전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기록을 기반 삼아 복원된 거북선은 실제 거북이처럼 둥그런 등껍질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국내 연구자가 거북선의 지붕이 전체를 둥글게 씌운 형태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동안 알고 있던 거북선 모습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거북선은 갑판의 중앙 부분에만 판자를 세우고 그 위에 지붕을 올린 형태를 지녔다”고 19일 밝혔다. 지붕이 거북이 등껍질 같은 둥그런 형상보다는 거북머리가 달린 정면에서 볼 때 옆에 챙이 달려있고 가운데 부분이 솟아 있는 밀짚모자와 같은 형상을 지녔다는 것이다. 

1795년 통제영 거북선의 단면도. 채 위원장 제공

‘이충무공전서’에는 통제영 거북선과 전라좌수영 거북선 두 종류의 설계도가 명시돼 있다. 이 중 통제영 거북선은 규격과 구조가 비교적 상세히 기록돼 있다. 

연구자들은 이 자료를 기반으로 거북선 복원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이 사료 역시 미비한 점이 존재한다. 거북선 입체 그림과 1층 밑바닥 크기와 높이, 2층의 높이, 3층의 개판 구조는 설명돼 있으나 1층 앞부분과 3층 개판 규격 등은 내용이 없다. 채 위원장은 “몇 년 간격으로 계속해 거북선을 건조했기 때문에 목수들이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층과 3층 갑판의 크기가 연구자마다 추정치가 달랐다. 채 위원장은 “거북선에 대해 부족했던 정보를 주로 조선사신선의 규격을 참고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2층 여객석인 조선사신선은 3층 형태의 군선인 거북선과는 배의 특성이 달라 규격도 다르다”고 분석했다. 조선사신선은 현해탄을 건너기 때문에 근해에서 함포를 싣고 운행하는 거북선보다 갑판이 길고 폭이 좁은 유선형이라는 분석이다. 

채 위원장은 거북선 관련 추가 사료를 발굴했다. 조선시대 각 관아에서 수수했던 문서를 베껴 편철한 ‘각사등록’에 수록된 ‘통제영계록’에 적힌 1882년의 거북선에 대한 기록을 기반으로 3층짜리 군선의 규격 특징을 분석했다. 

그 결과 거북선의 전체 길이(상장)는 배 밑에 댄 널빤지를 뜻하는 저판 길이의 1.31배로 분석됐다. 상장의 길이 대 폭의 비율은 2.65배로 조사됐다. 채 위원장은 “1795년 통제영 거북선의 상장 길이는 26.6m, 폭은 10m로 분석됐다”며 “기존에 알려진 거북선보다 상장의 폭이 넓은 것”이라 밝혔다.

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 16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거북선 복원연구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통제영계록 속에는 조선시대 수군의 대표적 전투선인 ‘판옥선’ 기록도 남아있다. 거북선과 판옥선의 제원을 보면 1층과 2층의 규격이 같다. 채 위원장은 이 점을 근거로 거북선이 별도로 건조되지 않고 기존의 판옥선 3층 갑판 중앙에 개판을 만들고, 그 속에 함포를 장착했을 것이라 추정했다. 화기는 2층에 3대의 대형 함포, 선미에 1대, 3층에는 좌우 24대, 선두에 2대 등 총 31대가 설치됐을 것이라 분석했다.

채 위원장은 "그동안 거북선 3층 개판 좌우에 함포를 배치해서 사용했는지 아니면 조총이나 활을 사용했는지 의견이 분분했다"며 "함포를 설치해서 사용했다는 확실한 근거를 찾았다"고 말했다. 

채 위원장은 거북선에 장교 6인, 포수 24명 등 182명이 탑승했을 것이란 분석과 군량미는 1층 창고에, 2층 중앙에는 수군들의 휴식 방이 배치됐을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채 위원장은 고(古) 무기 연구자다. 거북선을 포함해 신기전, 조선시대 화포 등을 연구해왔다. 채 위원장은 “거북선은 우리 민족에 수신과 같은 존재였다”며 “실제 쓰였던 거북선을 복원하는 연구를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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