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북미 야생말이 사라진 이유

박정연 기자 2025. 5.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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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제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번주 표지로 빠르게 달리는 말 두 필의 모습을 담았다. 말은 원래 북미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이었지만 지금 북미에는 야생말이 없다. 과학자들이 고대 말 화석에 담긴 DNA를 분석해 말의 이동 경로를 밝혀내고 현대 북미에 야생마가 사라진 원인을 밝혔다.

클레멘트 바타유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북미와 시베리아, 유라시아 전역에서 발굴된 고대 말 화석 67개의 DNA를 분석해 말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그 결과 약 5만 년 전부터 1만 3000년 전까지 말은 북미와 유라시아를 오가며 유전자를 교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베리아뿐 아니라 유럽 이베리아 반도에서 발견된 말 화석에서도 북미 말의 흔적이 확인됐다. 말은 대륙을 넘나든 ‘여행자’였던 셈이다.

빙하기가 끝나며 상황이 달라졌다.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북극의 베링 육교가 물에 잠겼고 대륙 간 연결 통로가 끊겼다. 동시에 북미의 넓은 초원은 습지와 이탄지로 바뀌며 먹이 접근성이 나빠졌고 말의 이동성은 떨어졌다. 이런 환경 변화가 북미 말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무스나 엘크 같은 동물은 살아남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원주민 전통 지식인 라코타족의 ‘미타쿠예 오야신(Mitakuye Oyasin)’ 개념에 주목했다. 생명체가 서로 연결된 존재이며 공존하는 생태계 속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관점이다. 말의 유전적 다양성과 이동 경로는 이러한 관점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생물종의 생존이 단순한 서식지 범위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종이 속한 생태계 내 다른 생명체와의 관계에 따라 좌우된다는 원주민 생태 지식의 핵심 원리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며 "이러한 관점이 생태계 보전 전략 수립에도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북극권을 중심으로 기후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현재 고대 대형동물의 사례는 오늘날의 생태계 위기에 중요한 교훈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 doi.org/10.1126/science.adk4851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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