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들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 해법 철회해야”

서혜미 2023. 3. 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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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서울대 민교협)가 '제3자 변제 배상'을 뼈대로 하는 정부의 강제동원 판결 관련 해법을 비판하며 정부에게 즉시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대 민교협은 14일 오전 성명서를 내 "윤석열 정부는 굴욕적이고 위험한 강제동원 판결 관련 해법을 철회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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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민교협 “헌법적 질서·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어”
서울대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교수들이 14일 오전 서울대 관정도서관 별관에서 강제징용 배상협상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서울대 민교협)가 ‘제3자 변제 배상’을 뼈대로 하는 정부의 강제동원 판결 관련 해법을 비판하며 정부에게 즉시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대 민교협은 14일 오전 성명서를 내 “윤석열 정부는 굴욕적이고 위험한 강제동원 판결 관련 해법을 철회하라”고 했다. 앞서 지난 6일 외교부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한국 민간 기업의 기부금으로 판결금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대 관정관 별정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민교협 소속 교수들은 정부 해법에 대해 “당사자인 일본 기업의 책임 언급이나 판결 이행 요구가 없다는 점에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짓밟은 결정”이라며 “사법부의 권위나 삼권분립의 원칙 등 헌법적 질서에 대한 존중이 온데간데없이 실종됐으며, 생존한 피해 당사자인 소송 원고의 반발이 보여주듯이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는 일방적인 해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교수들이 14일 오전 서울대 관정도서관 별관에서 강제징용 배상협상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2018년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중공업 등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희생자 1명에게 1억∼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렸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양국 간 청구권 협정 체결로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입장이었으나, 한국 법원은 국가 간 청구권 협정과 별개로 일본의 불법 식민지배에 대한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이행을 거부했고, 피해자들은 ‘해당 기업의 국내자산을 압류·매각해 판결금을 지급하게 하라’는 취지로 소를 제기했다. 이후 일본이 2019년 한국 수출 규제에 나서자, 문재인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을 제소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 경색됐다.

단체는 정부의 이번 방안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 것을 우려했다. 민교협은 “현 정부는 한일 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이 직전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편견에 찬 인식 위에서 그동안 어렵사리 진행되어 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완전한 실패로 규정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며 “(정부 해법이) 북미 간의 군사적 긴장 고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정치적·군사적 긴장을 부추김으로써 한반도 안보를 불안과 위기에 빠뜨리는 위험천만한 정치적 선택”이라고 짚었다.

또 단체는 “정부의 해법은 문제의 해결이 결코 아니며 새로운 문제와 갈등의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들이 전날 대리인단을 통해 제3자 변제안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앞으로 한국 정부와 피해자들 사이에 또 다른 법정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피해자들이) 정부 안을 받아들이는 것도 자유이겠지만, 그와 동시에 단 한 명의 피해자라도 정부안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또한 강요할 수 없다. 열린 해법은 이들의 입장도 존중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환 서울대 민교협 회장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평화의 문제고, 정당한 역사인식과 역사교육의 문제에 관련된 것이지 결코 해묵은 반일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고 발언 취지를 강조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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