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 글쎄” 국내 건설사들 반응이 시원찮은 이유는
삼성물산·현대건설만 기반사업에 참여 중
사우디 사업 “수익 높지 않다”… ‘네옴시티’ 실현 의문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2의 중동붐’으로 언급하며 직접 수주지원단을 꾸렸던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를 두고 우리나라의 건설업계의 반응이 시원찮다. 네이버를 비롯한 ICT업체들의 참여가 돋보이는 가운데 대형건설사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그간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사우디에서의 건설수주가 특별히 큰 수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막 한가운데에 지어질 네옴시티가 실현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원희룡 장관은 ‘원팀코리아’라는 수주지원단을 이끌고 네옴시티 수주전을 대비해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방문한 바 있다. 이 때 원팀코리아에 참여했던 건설사는 총 9곳이었다. 그중 시공 순위 10위권 내 대형건설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이다. 삼성물산은 철강 모듈러 방식으로 주택 1만 가구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현대건설은 삼성물산과 함께 장벽형 친환경 신도시 ‘더 라인’ 터널공사를 수주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네옴시티는 프로젝트는 사우디가 추진하는 초대형 건설사업으로, 2030년까지 아라비아반도 홍해 인근 사막 한 가운데 인구 900만명의 친환경 스마트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면적은 서울의 약 44배로 사업비는 5000억달러(약 615조)에 달한다. 직선형 도시 ‘더라인’,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 산업 단지 ‘옥사곤’, 대규모 친환경 산악 관광 단지 ‘트로제나’ 등이 세워진다.
당초 기대감과 달리 건설업계에서 네옴시티에 대한 관심도는 크게 높지 않다. 우리나라 건설사들은 단순 수주·시공을 원하고 있지만 사우디 정부는 투자와 시공을 병행하는 일종의 파트너를 찾고 있어 서로 조건이 맞지 않다는 점이 우선적인 배경으로 지목됐다.
국내 A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참여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건설사가 몇 곳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단순 시공을 넘어서 돈을 투자해 파트너로 지분을 나눠 갖자는 개념인데 서로 원하는 사업 형태가 다른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사우디에 진출한 이후 수익을 크게 남기지 못했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 첫 진출한 것은 1973년으로 당시 삼환기업이 사우디 정부가 발주한 고속도로를 시공했다. 왕족 중심의 관료사회인 사우디에서는 영국계 에이전시들이 수주 계약을 총괄하고 있는데, 계약 단계에서만 역할을 할 뿐 그 이후 명확한 발주 주체가 없는 독특한 형태라는 것이다. 계약 단계 이후 시공 중 늘어난 시공비에 대해서 청구를 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는 건설사도 있었다.
B 건설사 관계자는 “사우디에 섣불리 진출했다가 남는 것이 없었다는 말이 건설업계에서는 정설”이라면서 “설계대로 ‘코리아 스탠다드’로 공사를 했다가 재시공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잦았고 늘어난 공사비는 지급받지 못해 손해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네옴시티가 실현 가능한 지에 대해서도 건설업계에서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폐쇄적인 사우디 사회에서 ‘더 라인’과 같은 모듈러주택 중심의 직선형 도시가 현실성이 없어보인다는 것이다. 네옴시티의 핵심인 ‘더 라인’은 높이 500m·길이 170km에 이르는 대형 건축물 형태의 직선형 도시다.
C 건설사 관계자는 “일단 지금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네옴시티에 알고 있는 것은 그래픽 사진 한 장 외에는 거의 없다”면서 “구체적인 발주계획이 나오고 나서야 건설사들이 움직여도 움직이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마스터플랜은 나와 있는데 세부 계획이 나오지 않아 관망을 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2010년대 해외사업에서 크게 손해를 본 경험이 있는 대형건설사들은 계약환경이 좋지 않고 마진이 남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일단은 참여를 꺼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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