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뮤지컬로…‘영웅’이 보여준 뮤지컬 시장 ‘관객 확장’ 가능성

박정선 2023. 1. 25. 13: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뮤지컬·영화 동시 개봉으로 시너지 극대화

“이미 볼 사람은 다 본 것 같은데 새로운 관객이 찾아온다는 게 신기하고, 보람되죠.”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의사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정성화, 양준모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말이다. ‘영웅’은 지난달 21일 뮤지컬과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를 동시 개막했다. 이번 뮤지컬 영화화는 흥행 성적과는 별개로 그간 뮤지컬 시장의 과제 중 하나로 꼽히던 새로운 관객의 유입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면에서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뮤지컬 '영웅' ⓒ에이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뮤지컬 ‘영웅’은 LG아트센터 서울 개막 이후 뮤지컬 분야 월간 예매 순위에서 2위를 지키고 있다. 올해로 14년간 장수하며 9번째 시즌을 맞는 작품임에도 개막 전부터 대부분 매진을 기록하면서 스테디셀러로서의 명성을 입증한 셈이다.


뮤지컬이 오랜 기간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작품의 완성도 덕분이었다. 실제로 초연을 마친 후 이듬해인 2010년 뮤지컬 관련 시상식을 휩쓸다시피 했다.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최우수창작뮤지컬상을, 같은 해 제 16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 수상했고, 안중근 역의 주연 정성화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밖에도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연출상, 음악상, 무대미술상은 더 뮤지컬 어워즈와 한국뮤지컬대상 양쪽에서 모두 수상했고, 여기에다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조명음향상까지 수상했다.


특히 이번 시즌은 영화와 동시 개막하면서 긍정적인 상승효과를 이루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영웅’은 개막 3주차까지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한국영화 박스오피스에선 1위의 기록이다. 이후 ‘아바타2’의 꾸준한 흥행세와 신작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교섭’ ‘유령’ 등에 관객이 몰리면서 순위에선 밀려났지만 ‘영웅’은 현재도 꾸준히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 현재 누적관객수(24일 기준)는 295만9788명으로,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350만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영화 '영웅' ⓒCJ ENM

더구나 최근 OST를 발매하면서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재가공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배급사 CJ ENM은 대한제국 독립군 대장 안중근과 12인의 동지들의 강인한 결의를 담은 넘버 ‘단지동맹’을 시작으로 독립군의 정보원 설희의 가슴 저린 사연을 그려낸 ‘당신을 기억합니다, 황후마마여’, 안중근의 흔들림 없는 신념을 느낄 수 있는 ‘누가 죄인인가’ 등 조국의 안위를 위해 담대하게 나아간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넘버들을 앨범에 담아 발매했다. 뿐만 아니라 극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새로운 넘버, 설희의 ‘그대 향한 나의 꿈’까지 앨범에 담았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시츠프로브(sitzprobe, 오케스트라와 합을 맞춰보는 앉아서 하는 리허설)를 중계하기도 했다. 현재 이 중계의 풀버전 다시보기 영상은 유튜브에서 74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의 개발은 공연에 크게 관심이 없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주요하다. 이번 ‘영웅’의 영화화에 앞서 공연계에서는 꾸준히 영상화가 진행되고 있던 터다. 일각에선 코로나 시대의 대안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이는 뮤지컬 시장의 외연을 확대하고, 문턱을 낮춤으로 해서 공연장으로 새로운 관객을 유입시키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그동안엔 ‘도전’에 의미를 뒀다면 이번 ‘영웅’은 공연장과 영화관, 안방을 잇는 소비체계를 만들면서 기존 마니아 관객들을 넘어 새로운 관객 유입 가능성을 증명한 셈이다. 실제로 뮤지컬 ‘영웅’의 제작사인 에이콤 역시 ‘영웅’을 시작으로 다양한 작품의 영화화, 영상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뮤지컬 관계자는 “실제로 올 시즌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 중에는 영화를 본 이후 뮤지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경우가 많다”면서 “흔히 말하는 마니아층 관객들에 더해 일반 관객까지 유입시켜야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 이번 ‘영웅’이 영화와 함께 선보이면서 새로운 관객층을 유입시키고 있어 뮤지컬계에서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