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살림살이…물가상승률 ‘5.1%’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가 5.1%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월 물가도 5.0% 상승해 고물가 흐름을 이어갔다. 상반기 에너지, 하반기 서비스 가격이 계속해서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고물가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이 어느때보다 컸던 한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내년 초까지는 5%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7.71로 지난해보다 5.1% 올랐다.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7.5%) 이후 최고치다. 2019년(0.4%)과 2020년(0.5%) 2년 연속으로 0%대에 머물던 연간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2.5%로 올랐다가, 올해는 그 두배가 넘는 5.1%로 높아졌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하고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올해 4.1% 올라 금융위기였던 2008년(4.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수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도 전년보다 6.0% 올랐다.
올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물가오름세를 주도했다. 특히 전기·가스·수도는 연간 12.6% 상승했는데, 별도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휘발유(13.6%), 경유(31.9%), 등유(56.2%) 등 석유류(22.2%)가 일제히 상승했다. 석유류를 비롯한 공업제품 물가 상승률은 6.9%였다.
장바구니 부담도 컸다. 일상에서 소비자들이 자주 많이 구입하는 생필품을 대상으로 한 생활물가지수(체감물가)는 전년 대비 6.0% 올랐다. 이 역시 1998년(11.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돼지고기(8.1%)와 수입쇠고기(18.3%), 닭고기(13.8%), 배추(35.7%), 귤(16.8%), 포도(17.2%), 딸기(14.3%) 무(38.6%) 등 먹거리도 크게 올랐다.
원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등은 시차를 두고 서비스 물가를 밀어 올렸다. 보험서비스료(14.1%), 치킨(9.4%)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5.4%를 찍었는데, 1996년(7.6%)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외식 물가는 7.7% 올라 1992년(10.3%) 이후 30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0%를 기록해 8개월째 5% 넘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도시가스(36.2%), 전기료(18.6%), 지역난방비(34.0%) 등 공공요금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전기·가스·수도가 1년 전보다 23.2% 상승했다.
가공식품도 10.3% 올라 2009년 4월(11.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원유(흰우유)·국제 곡물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식품가격을 끌어올렸다. 외식(8.2%) 물가는 지난달(8.6%)에 견줘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8%대를 웃돌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가공식품과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은 오름세가 확대되었지만 외식을 중심으로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둔화하면서 지난달과 같은 상승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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