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니 설계, 대만 TSMC 제조, 美 애플 탑재…낄 자리 없는 韓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이새하 기자(ha12@mk.co.kr) 2022. 12. 14. 17: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개국 반도체동맹 韓만 외톨이
삼성전자 견제 나선 애플
5년간 日에 132조원 통큰 투자
소니와 이미지센서 협업 굳건
TSMC도 日에 추가공장 검토
반도체 특별법 국회 표류
韓정부만 패권전쟁 한가

미국 애플이 일본과의 협력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가져가고 있다. 우방국인 일본·대만과의 공급망 연대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애플의 최대 라이벌인 한국의 삼성전자를 견제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한·미·일·대만 반도체 공급망협의체(팹4) 구성을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만 애매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13일(현지시간) 2018년 이후 5년간 일본 공급망에 13조8000억엔(약 132조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방일 출장에 맞춰 양국의 돈독한 관계를 강조한 것이다.

애플 측은 "2019년 이후 일본 협력사에 대한 매출이 30% 이상 증가했다"면서 "일본 내 협력기업 숫자가 1000개를 돌파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쿡 CEO는 이번 일본 출장에서 협력사인 소니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아이폰에 소니 제품이 납품되는 것으로 추정해왔지만 애플이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쿡 CEO가 이번 출장에서 소니를 "일본 내 최고의 파트너사"라고 밝히며 치켜세운 만큼 양사의 협력은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내년 출시될 아이폰15 모델에 소니가 개발 중인 차세대 이미지센서가 대량 탑재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니는 현재 차세대 이미지센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지난 2분기 기준 소니는 39.5%로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다. 이를 2위인 삼성전자가 21.1%로 맹렬하게 뒤쫓고 있다. 삼성은 후발 주자이지만 고화질 이미지센서를 앞세워 조금씩 점유율을 뺏어오고 있다.

하지만 소니와 애플이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면 점유율 격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닛케이는 "소니가 최신 센서를 차기 아이폰에 공급하게 되면 삼성을 비롯한 경쟁사를 제치고 시장 우위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막강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소니는 2025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6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애플은 일본 내에서 소니와 더불어 대만 TSMC와의 협력도 기대하고 있다. 소니가 설계한 이미지센서 제품을 TMSC가 신설 중인 구마모토현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해 애플에 납품하는 그림이다. 이 때문에 쿡 CEO는 연일 TSMC와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TSMC의 애리조나 공장 장비 반입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쿡 CEO는 "애플은 칩 제조를 위해 TSMC와 협력하고 있다"면서 "TSMC가 미국에서 새롭고 더 깊은 뿌리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협력관계를 확대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TSMC도 미국과 일본을 확고한 동맹으로 규정하고 양국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TSMC는 최근 미국 반도체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의 3배 이상인 400억달러(약 52조원)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TSMC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일본 공장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허우융칭 TSMC 부사장은 지난 8일 "일본 구마모토현에 건설 중인 공장 외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건설 중인 구마모토 공장에는 총 9800억엔(약 9조2800억원)이 투입됐다.

미국과 일본 연대는 애플뿐만이 아니다. 미국 IBM도 일본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와 손잡고 2027년까지 2나노 공정을 개발해 반도체 칩을 생산하기로 연합을 맺었다.

업계는 미국과 일본, 대만의 삼각 연대로 인해 한국이 반도체 패권 지도에서 소외당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대만 각국이 정부 차원에서 자신들의 강점을 내세워 연합하고 있는데 한국은 민간 기업인 삼성전자 홀로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방위로 싸우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외교적·제도적 지원이 없다면 점점 더 쉽지 않은 싸움이 펼쳐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찬종 기자 / 이새하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