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전례 찾기 힘든 자진 파업철회
“조합원들 지도부 보이콧한 것”
16일에 걸친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가 조합원 투표로 9일 끝났지만, 민노총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정부가 제시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이라는 타협안을 거부하고 운송 거부를 강행했으나 빈손으로 끝났고, 그냥 얻을 수 있던 ‘3년 연장’조차 정부의 원점 재검토 입장에 따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법과 원칙을 강조한 정부의 강공책과 여론 악화에 직면한 화물연대 지도부가 파업 철회 여부를 조합원 투표에 부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민노총 내부 조직 논리상 중요 결정 때 내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번엔 ‘파업 철회를 결정할 테니 이를 조합원들이 승인해 달라’고 한 게 아니라 ‘파업 철회 여부를 조합원들이 투표로 결정해 달라’고 한 것이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조합원 사이에선 ‘책임을 아래로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9일 진행된 파업 철회 투표 참여율은 13.67%에 그쳤는데, ‘조합원들이 화물연대 현 지도부를 사실상 보이콧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노동계에선 1995년 11월 민노총 발족 이후, 이번처럼 정부에 완패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민노총이 정부의 원칙적 대응에 밀려 스스로 파업을 철회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정부는 군 대체 인력 투입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민노총의 총파업에 손을 들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철도 노조가 민영화 반대 총파업을 벌일 때 지도부 체포를 위해 민노총 본부에 강제 진입하기도 했지만 역시 민노총은 굽히지 않았다.
민노총은 내부적으로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민노총은 14일 2차 총파업·총력투쟁 대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9일 오후 이를 전격 철회했다. 민노총은 당초 화물연대 파업을 노란봉투법 입법과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반대의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하자 투쟁 동력 자체가 사라지면서 향후 방향을 고민하는 처지가 됐다.
양경수 위원장을 필두로 한 민노총 현 지도부의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이번 화물연대 사태 때 민노총 총연맹이 연대 파업을 추진했지만 대다수 노조가 외면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개별 노조들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에 대해서만 행동하고, 정치 투쟁 목적의 파업에 대해서는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도 민노총으로서는 악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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