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심에 산 집이 독 됐다”…영끌족 성지 ‘노도강’ 속절없이 하락
주담대 상단 8% 돌파 목전
원리금 부담에 단타 영끌족 증가
집값 하락까지 ‘이중고’ 지속 전망
주담대 상단 8% 돌파 목전
원리금 부담에 단타 영끌족 증가
집값 하락까지 ‘이중고’ 지속 전망
서울 노원구에서 4~5억원 급락한 단지들이 속출하면서 고금리와 집값 하락 이중고에 시달리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노원구 월계동 월계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4㎡는 7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최고가인 작년 8월 12억5000만원 보다 5억원(42%) 하락한 금액이다. 중계동 경남·롯데·상아 아파트 전용 114㎡ 역시 직전 거래인 작년 7월 최고가(11억9000만원) 4억4000만원 급락한 7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노원구는 지난해 매수자 중 2030세대 비율(49.3%)이 절반에 육박했다. 매수세가 몰리면서 집값 상승률 역시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잇단 금리 인상에 대출 이자 부담에 늘자 하락률 1위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에 대출 받아 집값 상투에서 집을 산 영끌족들의 한숨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음에 따라 한국은행도 이달 2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의 추세대로라면 올 연말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는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연 8%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4억원(30년 만기, 원리금균등 조건)을 대출한 차주는 월 이자만 266만원, 원리금은 293만원 납부해야 한다. 한국은행 데이터 통계결과 금리가 오르기 전인 작년 연 4% 금리 때와 비교해보면 차주 1인당 평균 연이자 부담 증가액은 약 163만원에 달한다.
추가 금리인상은 이미 침체기에 놓인 부동산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기자본이 부족해 상당 부분 대출을 끼고 집을 산 2030세대 영끌족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
정성진 부땡톡 대표는 “금리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영끌족들은 최근 몇 년간의 집값 급등기에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패닉바잉(공황매수)’에 나선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잇따른 정부 규제에도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더 늦으면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다’는 강박감에 너도나도 저가 아파트 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어 “하지만 최근 대출이자가 급격히 오르면서 애써 장만한 내 집은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며 “ 문제는 집을 털어내고 싶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이자 부담을 울며 겨자 먹기로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한국부동산원 자료)는 72.9로 지난주(75.4)보다 2.5포인트 내렸다. 지난 5월 첫째 주(91.1) 이후 26주 연속 떨어졌고, 2019년 4월 넷째 주(72.4) 이후 3년 6개월여 만에 가장 낮다. 매매수급지수는 매수와 매도의 강도를 0~200 사이 숫자로 나타낸 것으로 100보다 낮을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서울 5대 권역 중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도봉·강북구가 포함된 동북권 매매수급지수가 67.3으로 가장 낮았다.
서울 외곽 아파트를 사들인 영끌족 상당수가 단타 매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봉, 강북구의 경우 집합건물을 사들인 후 1년 내에 되판 집주인 비율이 10%를 상회했다. 지난해 ‘영끌’ 수요가 몰렸던 외곽 소유자들이 높아진 금리에 손절하는 아파트가 증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도인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 노원·도봉·강북구에서 올해 1~10월 집합건물을 판 매도인은 총 6796명으로, 이중 590명(8.6%)이 1년 이내 보유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타 매도인 비윤은 서울 25개 자치구 중 도봉구가 가장 높았다. 도봉구는 2442명 중 277명이(11%) 1년 이내 집합건물을 되팔았다. 강북구는 2267명 중 233명(10%)으로 그 뒤를 이었다. 노원구는 2297명 중 80명(3%)이 1년 내에 건물을 처분했다.
비율이 아닌 숫자로 따져도 서울 외곽 지역에 단타 매도인이 집중됐다. 같은 기간 강서구에서 집합건물을 1년 내 되판 매도인은 343명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4%에 불과하지만, 매도인 수로는 서울 자치구 중 1위다. 이어 도봉구 277명, 은평구 262명, 강북구 233명 순으로 집계됐따.
영끌족 단타가 늘어난 원인으로는 금리 인상 외에도 집값 하락세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기준 올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변동률(한국부동산원 자료)은 -2.80%다. 특히 1년 이내 매도 비율이 높은 도봉구(-5.06%)와 강북구(-3.84%)는 내림 폭은 더 가팔랐다. 단타 매도인 수가 많은 강서구는 -2.80%, 은평구는 -4.34%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2030세대는 영끌 혹은 빚투, 갭투자 방식으로 집을 사들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이들은 코인, 주식에 이어 부동산까지 하락기를 겪으면서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빚을 통해 자산을 불리는 ‘부채주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