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2022] 양자컴퓨터·양자통신 시대 연 과학자 3명, 물리학상 영예(종합)

고재원 기자 ,이영애 기자,박정연 기자 2022. 10. 4. 19: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알랭 아스페 프랑스 파리 사클레대 교수, 존 클라우저 미국 존 클라우저 협회 창립자, 안톤 차일링거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 AP/연합뉴스 제공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은 양자 얽힘 현상을 검증하고 양자컴퓨터 등 양자기술 시대를 여는 데 공헌한 물리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실제 실험을 통해 얽힌 상태의 입자를 조사하고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양자 컴퓨터나 양자 암호화 통신 등 양자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기술들의 기반이 됐다는 평가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알랭 아스페 (75) 프랑스 파리 사클레대 교수 겸 에콜폴리테크 교수, 존 클라우저(80) 미국 존 클라우저 협회 창립자, 안톤 차일링거(77)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를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노벨 위원회는 “수상자들은 얽힌 쌍에서 한 입자에서 일어나는 일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에 너무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다른 입자에서 일어나는 일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혔다”며 “이들 연구자들은 양자 기술의 새로운 시대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수상자 선정 배경에 대해 밝혔다.

최근 양자 컴퓨터와 양자 암호 통신 등 양자 역학 관련 연구와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양자와 관련된 기술을 구현하는 핵심 원리는 '양자 얽힘' 현상이다.

동전에 앞면과 뒷면 두 개의 면이 있다고 치자. 2개의 동전을 던져 어떤 면이 나오는지 따지게 되면 4가지 경우의 수가 나온다. 먼저 던진 동전과 뒤에 던진 동전이 서로 독립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먼저 던진 동전이 어떤 면이 나왔느냐가 뒤에 던지는 동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동전 두 개가 얽혀 있다. 먼저 던지는 동전이 앞이 나오면 뒤에 던지는 동전도 앞이 나오게 할 수 있다. 동전 간 거리가 멀어져도 반대쪽 동전이 어떤 면이 나왔는지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물리학에서는 양자 얽힘이라고 한다. 

조동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양자 얽힘 현상은 양자 역학에서만 나오는 특별한 물질의 상태”라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양자 컴퓨터의 근간이 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양자 얽힘 현상은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에르빈 슈뢰딩거를 통해 이론으로 증명됐다. 1964년 존 벨은 ‘벨의 부등식’을 통해 기존에 제안된 양자역학 이론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제시했다. 벨의 부등식이 등장한 뒤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양자역학에 대한 이론으로 서로 과학적 다툼을 벌인 것이다. 

존 클라우저 미국 존 클라우저 협회 창립자. 위키피디아 제공

클라우저 창립자는 벨의 부등식을 발전시켜 실제 실험을 진행했다. 클라우저 창립자의 연구는 벨의 부등식이 위배된다는 점을 증명하며 기존 고전 양자역학 이론이 성립함을 증명했다. 정현석 서울대 물리천문학과 교수는 “벨이 제안한 부등식에서는 양자역학이 고전적 세계관과 충돌한다”며 “클라우저 창립자는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하며 이론적으로 발전시켜 결국 벨의 부등식이 깨진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클라우저의 연구 역시 몇가지 허점이 존재했다. 아스페 교수는 1982년 이런 허점을 채우는 연구를 진행했다. 레이저로 칼슘 원자를 들뜬 상태로 만들어 이 상태가 다시 바닥 상태로 떨어질 때 방출되는 얽힌 상태의 광자를 실험했다. 벨의 부등식을 완전히 깨버렸다는 평가다. 

2022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알랭 아스페 프랑스 파리 사클레대 교수 겸 에콜폴리테크 교수. 아카데미아 유럽 제공

차일링거 교수는 이론과 실험으로 증명된 양자 얽힘 현상을 실제 활용한 연구를 제시했다. 차일링거 교수는 양자 상태를 한 입자에서 멀리 떨어진 입자로 이동할 수 있는 ‘양자 순간이동’이라는 현상을 시연했다. 세계 최초로 양자통신 실험에 성공한 것이다. 

차일링거 교수의 제자인 판젠웨이 중국과학원(CAS) 소속 중국과학기술대 교수는 지난해 1월 4600km 떨어진 곳에서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구현하는 데 성공하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그동안 강력한 노벨 물리학상 수상 후보자로 예측돼 왔다. 지난해 과학전문지 인사이드 사이언스는 양자역학 분야 가장 유력한 후보로 알랭 아스페 프랑스 에콜폴리텍 교수와 존 클라우저 박사, 안톤 자일링거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물리학과 교수를 후보에 올렸다. 정연욱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교수는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았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며 “양자 역학의 얽힘 현상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인지를 증명한 연구자들”이라고 말했다. 

안톤 차일링거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 Jaqueline Godany/오스트리아 과학 아카데미 제공

노벨위원회는 “획기적 실험을 통해 얽힌 상태의 입자를 조사하고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물리학자들에게 상을 수여한다”며 “이들 연구는 양자기술의 새로운 시대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2022년 노벨물리학상은 12년 전 울프 물리학상 시상식이 재연됐다. 알렝 아스페, 존 클라우저, 안톤 차일링거 세 연구자는 2010년 양자 얽힘 현상을 검증한 같은 업적으로 울프상을 수상했다. 울프상은 이스라엘 발명가인 리카르도 울프가 설립한 울프재단에서 주는 상이다. 수학자와 과학자, 예술가에게 매년 시상하는데 과학계에서 노벨상 다음으로 권위있는 상으로 여겨진다.

이들이 울프상을 수상한 후 노벨상을 받기까지는 12년이란 시간차가 있다. 그간 이들의 연구는 벨 부등식이 위배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검증했고 양자역학과 고전적 세계관이 충돌한다는 이론을 발전시켰다.

한편으론 양자컴퓨터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부각됐다는 설명이다. 정연욱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교수는 "연구 성과 측면에서 보면 2015년 벨 부등식의 위배를 실험적으로 더 정교하게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상의 변화 관점에서 보면 울프상 시상이 이뤄졌던 2010년만 해도 양자컴퓨터는 개발 극초기 단계였지만 이제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관련 기업만 4개에 달한다"며 "이번 수상은 양자컴퓨터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3명은 10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5340만원)의 상금을 나눠 갖는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며, 올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으로 시상식이 비대면 개최되거나 축소됐던 2020년과 2021년 수상자까지 한자리에 모인다.

[고재원 기자 ,이영애 기자,박정연 기자 jawon1212@donga.com,yalee@donga.com,hesse@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