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앞다퉈 경쟁.. 바다·오지서도 '접속' 가능한 세상 연다 [심층기획]

남혜정 2021. 9. 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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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인터넷 시대 '성큼'
2040년 세계 우주산업 시장 약 1260조원
스페이스X '스타링크'·아마존 '카이퍼' 등
저궤도 위성 발사 뛰어들어 주도권 잡기
세계 78억명 중 36억 통신 인프라 부족
위성 상용화 땐 공간제약 없어 파급 효과
완전자율주행차 시대에도 큰 역할 기대
지난해 5월30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우주선 펠컨9이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날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못한 사람이나 연결은 돼 있더라도 매우 제한적이거나 매우 비싼 값을 지불하고 있다. ‘스타링크’는 5세대 이동통신(5G)이나 광통신망의 빈틈을 채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한마디로 현재 5G나 광통신망이 닿지 않는 3~5%의 인구를 위한 보완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2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기조연설에서 올해 8월부터 극지방을 제외한 세계 전역에 ‘스타링크’ 시범서비스를 한다고 발표했다.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가 세운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주도하는 ‘우주 인터넷’ 사업이다. 2025년까지 고도 500㎞의 지구 저궤도에 소형위성 1만2000개를 쏘아 올려 지구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1Gbps급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한마디로 산악지대, 사막, 바다 등 지구 어디서나 사각지대 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우주에 통신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먼 미래에서만 가능할 것 같았던 우주 인터넷 시대가 현실로 훌쩍 다가왔다. 스페이스X를 비롯해 각국의 민간 기업들은 우주 인터넷 사업에 발빠르게 뛰어들고 있다. 특히 완전자율주행차 시대가 얼마 남지 않은 현실에서 우주 인터넷은 자율주행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4일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2040년 세계 우주산업 시장 규모를 1조1000억달러(약 1260조원)로 전망했다. 이 중 글로벌 위성통신 시장은 2018년 543억4600만달러에서 2040년 5846억7400만달러로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주 인터넷이라 불리는 저궤도 위성통신은 고도 160~2000㎞ 상공의 위성을 통해 이동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단말기에서 보낸 신호를 위성이 받아 전달하며 통신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지상과 거리가 가까워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기존 전화나 인터넷 등 우리가 사용하는 통신의 99% 이상은 여전히 케이블에 의존하고 있다. 휴대폰과 기지국 사이 통신은 무선으로 이뤄지지만, 기지국이 데이터를 받아 네트워크로 전송하는 과정은 유선이다. 현재 광통신망 기반 통신서비스는 기지국 설치가 어려운 바다, 산간, 오지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위성통신은 우주 상공에 기지국이 떠 있어 공간 제약이 없다.
원웹 발사로켓 개념도. 한화시스템 제공
◆차세대 먹거리로 급부상한 우주 인터넷

저궤도 위성통신은 ‘광역성’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차세대 통신기술 유망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78억명 중 36억명은 통신 인프라 부족으로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저궤도 위성통신이 상용화되면 지상의 인프라와 관계없이 전 세계 어디서나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인터넷이 닿지 않는 36억 인구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파급 효과가 크다. 36억명이 디지털 경제에 편입되면서 인터넷 콘텐츠 등 관련 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각종 사고 및 재난 현장에서도 우주 인터넷은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스타링크는 2020년 미국 서부 워싱턴주 산불 피해 지역에서 주민과 긴급 대응 요원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재난 피해 지역 대응을 지원했다.

무선 데이터 통신의 폭발적인 증가도 저궤도 위성통신이 급부상하는 이유 중 하나다. 새로운 산업으로 꼽히는 완전자율주행자동차나 6세대 이동통신(6G),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메타버스, 사물인터넷(IoT) 등이 활성화되려면 언제 어디서나 끊김 없이 데이터가 처리될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완전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1시간에 4TB정도의 데이터를 발생시킨다. 이는 한달에 7GB를 사용하는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1만7000명의 데이터 사용량보다 많은 양이다. 대용량 데이터 통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저궤도 위성통신은 5G기술을 보완하고 6G기술의 기반이 되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인터넷 주도권 잡아라”…세계 민간 기업들 경쟁 나서

현재 전 세계 민간 우주 기업들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우주 인터넷을 선점하기 위해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시장에 먼저 뛰어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압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선두에 나섰고 후발 주자 기업들이 그 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2012년 영국에서 설립된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자인 원웹은 오는 11월 정식 서비스에 앞서 올해 여름부터 알래스카, 캐나다 등에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원웹은 올해 초 연방통신위원회(FCC)에 6372개 위성에 대한 궤도 승인을 요청해 둔 상태다.

캐나다 통신업체 텔레셋은 2023년 우주 인터넷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2020년 78개 위성과 20203년 220개 등 총 300여개의 위성을 발사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이 카이퍼 프로젝트를 위해 발사할 로켓 개념도. 아마존 제공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도 저궤도 위성인터넷 서비스 자회사인 카이퍼를 설립했다. 카이퍼 프로젝트는 지상 600㎞ 전후 저궤도에 총 3236개의 위성을 배치해 빠르고 지연시간이 낮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6년까지 1500개가량의 위성을 발사해 1차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정부가 직접 우주 인터넷 구축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우주 인터넷망의 이름을 ‘국가 네트워크’라는 의미의 ‘궈왕’으로 명명하고 1만3000개의 위성을 투입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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