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홈페이지에서 사라진 스페인어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2016년 3월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웃나라 쿠바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깜짝 출연한 적이 있다. 진행자는 쿠바와 미국의 야구 시합이 열리는 날의 날씨가 궁금하다며 “카사블랑카의 기상 당국에 문의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카사블랑카 하면 모로코 제1의 도시부터 떠올리기 쉬운데 쿠바 수도 아바나 인근에도 카사블랑카라는 곳이 있다. 진행자가 카사블랑카 기상 당국에 전화를 걸자 뜻밖에도 오바마가 받았다. 그러면서 “여기가 바로 백악관”이라고 했다. 스페인어 카사블랑카(Casa Blanca)는 ‘하얀 집’이란 뜻이다. 영어로 하면 ‘화이트하우스’(White House), 곧 백악관이라는 점에 착안한 일종의 언어유희인 셈이다.

2024년 11월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 수도 리마를 방문했다. 그는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과의 양자 정상회담 결과를 언론에 설명하는 도중 갑자기 스페인어에 얽힌 사연을 소개했다. 자신이 젊은 상원의원이던 시절 (스페인어가 널리 쓰이는) 텍사스 출신의 선배 상원의원으로부터 “당신, 언젠가 대선에 출마하게 될 수 있으니 스페인어를 배우는 게 좋을 것”이란 조언을 들었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하지만 난 영어밖에 할 줄 모른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선배의 충고대로 스페인어를 공부했다면 정치인으로서 더 큰 성공을 거뒀을 것이란 후회의 의미로 풀이된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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