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보는 순간 사촌은 격분했다, 고3 코로나 의심 사망 전말
인터넷 도박 등 A군 비행에 화난 사촌형 체벌 후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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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후 ‘코로나 의심’ 포항 고3…“사인은 패혈증”
지난해 6월 9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브리핑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고등학생 A군(당시 17세)의 사망과 관련한 이야기를 꺼냈다. 정례브리핑 도중 한 기자가 “경북 포항 고3 학생이 갑자기 사망했다.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는 보도까지 나왔다”고 질문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권 부본부장은 “코로나19 PCR(유전자 증폭)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 일단 코로나19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사법당국 내지는 수사당국 등의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 속에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던 A군은 당시 폐에 심각한 손상이 있어 급성폐렴에 따른 사망으로 추정됐다. 당시 A군은 숨지기 이틀 전 학교에 등교해 “몸에 기력이 없다”면서 조퇴한 데다 학교 폭력이나 극단적 선택과도 관련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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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 후 열흘 넘게 앓아…가족 방치 속 사망
하지만 A군의 사인은 예상과 달리 ‘다리 부위 손상에 따른 패혈증과 배 안 출혈’로 드러났다. 패혈증은 조직이나 기관에 상처가 생겼을 때 미생물에 의한 감염이 일어나 생명을 위협하는 증상을 말한다. A군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은 지난해 5월 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후 경북 포항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A군은 사촌형인 B씨(30)에게 부탁을 했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사기를 쳤고 선배들에게 돈을 빌렸는데 이자가 많이 붙었다”며 “돈을 갚아 달라”고 했다.
B씨는 정확한 상황을 알기 위해 A군의 휴대전화를 건네 받아 메신저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살펴봤다. 이 과정에서 A군이 친구나 선배들에게 돈을 빌려 인터넷 도박을 해 빚 독촉을 받고,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범행한 내용을 확인했다. 또 여성의 은밀한 신체 부위를 촬영하는 등 행동을 한 것도 발견했다. 당시 A군은 이미 학교 교사의 치마 속을 촬영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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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 비행에 화난 사촌형이 때리고, 아버지가 방치해
격분한 B씨는 베란다에서 50㎝ 길이의 나무 빗자루를 들고 A군의 양팔을 수 차례 때리고 A군을 바닥에 엎드리게 한 후 엉덩이와 허벅지를 수 차례 때렸다. 이 때 A군은 엉덩이와 허벅지 부위에 피하출혈 등 상해를 입었다.
문제는 A군이 맞은 후 패혈증 증세를 보였지만 아무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A군의 아버지(46)는 이날 B씨로부터 “훈육 차원에서 체벌했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A군의 몸에 광범위한 멍이 든 것을 확인했다. 아버지는 당시 A군의 상처가 예사롭지 않다고 느끼고는 있었지만 병원에 데려가지는 않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A군 아버지는 검찰에서 “상처 부위에 진물이 나는 것을 보고 그냥 약을 발라 나을 상처가 아니라는 생각은 했다”고 진술했다.
A군은 11일 후인 같은 달 20일 학교에 등교했다. 당시에도 A군의 몸 상태는 심각했다. 담임 교사는 경찰에서 “당시 A군이 코로나 격리실 앞 복도에 있는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숨을 가빠하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며 “어떤 식으로든 병원 진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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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못 가누고 집안에 대변 보는데 병원 안 데려가
이튿날 A군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 이날 오전 아버지가 학교에 전화해 “배가 아파 학교에 가지 못하니 병결 처리해 달라”고 했다. 이때 A군은 극심한 고통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집안 곳곳에 대변을 보는 등 증세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당시 아버지는 오후 2시쯤 A군을 혼자 두고 집을 나섰다가 다음 날인 22일 오전 6시30분에 귀가했으나 A군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채 그대로 다시 출근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결국 사촌형 B씨가 이날 집에 들렀다가 숨져 있는 A군을 발견했다.
발견 후 A군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날 오전 11시28분 엉덩이와 허벅지 부위 손상에 따른 패혈증과 배 안 출혈 등으로 숨졌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1형사부는 지난 26일 열린 1심 재판에서 상해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어버지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아버지는 재판 과정에서 “아들이 병원 치료를 완강히 거부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집에서 자가치료를 했다”며 “고의적으로 아들의 치료를 소홀히 하는 방임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군이 당시 만 17세로 성년에 가까운 나이였다 하더라도 여전히 보호자인 피고인(아버지)의 기본적 보호·양육·치료를 필요로 하는 아동이었다”며 “A군이 입은 상해 피해의 정도와 예후, 그에 관한 피고인 인식 정도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보호자로서 A군에게 필요한 조치를 다했다거나 조치 의무가 면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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