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세게 운좋은 아이"..딸기먹다 파래진 입술, 옆엔 소방관 아빠[영상]
“케이크를 먹던 아기의 입술이 갑자기 새파랗게 변했습니다. 그러더니 자신의 입 부분을 가리켰어요.”
지난해 11월 이상무 울산 남부소방서 소방장은 아찔한 경험을 했다. 17개월 된 아들이 케이크 위에 올려진 딸기를 먹던 중 기도가 막혀서다. 이 소방장은 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이상 행동을 보이자 순간적으로 당황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 소방장은 이날 저녁 쌍둥이 아들들과 아내의 생일파티를 열었다. 케이크에 초를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 뒤 쌍둥이와 케이크를 먹고 있었는데, 쌍둥이 중 동생이 케이크 위에 올려진 딸기가 먹고 싶은지 딸기를 빤히 쳐다봤다고 한다. 이 소방장은 딸기 한 조각을 아들의 입 안에 넣어줬다.
몇 초 뒤 이 소방장의 품에 안겨 있던 아들이 갑자기 입을 만지며 비정상적인 숨소리를 냈다. 이 소방장이 자세히 보니 아들의 입술이 새파랗게 변해 있었다. 이 소방장은 순간 산소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청색증을 의심했다고 한다. 기도가 이물질에 막혀 폐쇄될 경우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입술 등 얼굴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 올 수 있다.
이물질에 의해 기도가 완전히 막힌 경우 말을 하지 못하고, 기침도 못 하며 목을 감싸 쥐는 모습을 보이다 몇 분 이내에 저산소증으로 의식을 잃고 심정지에 빠지게 된다. 이 소방장이 아들을 내려놓고 응급처치법인 ‘하임리히법’을 하려던 순간, 아들은 딸기를 내뱉으며 숨을 쉬었다.
이 소방장은 “기도 폐쇄와 관련한 교육을 많이 받았지만, 막상 내 아이의 기도가 막히고 거기다 기침도 못 하니 당황스러웠다”며 “딸기가 바로 튀어나와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이 장면은 육아 유튜브(은수은찬TV)를 운영하는 이 소방장이 아내의 생일 기념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설치해둔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울산 안전체험관에서 교관으로 활동했고 소방안전교육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던 이 소방장은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다시 보며 교육 자료로 쓰는 방안을 고민했다. 하임리히법은 기도에서 이물질을 빼내는 응급처치방법으로, 특히 1세 이하의 영아나 돌이 갓 지난 아기의 하임리히법은 일반적인 방식과는 달라 부모가 익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 이 소방장은 자신의 사례를 예로 들며 ‘아기 목 안에 이물질이 걸렸다면?’을 주제로 한 교육 영상을 만들었다. 이 소방장이 제작한 영상에 따르면 1세 미만의 영아 기도 폐쇄 상황이 왔을 경우 아기의 머리가 아래로 향하도록 한 손으로 아기의 턱을 감싸서 들고, 반대편 손바닥 아랫부분으로 날개뼈 중앙을 5회 두드린다.
이어 아기를 바로 눕혀 양 젖꼭지 사이를 두 개의 손가락으로 강하고 빠르게 5회 압박한다. 손가락은 가슴과 직각이 되게 눌러야 한다. 이 방법을 이물질이 제거되거나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반복하면 된다.
이 소방장이 제작한 영상은 지난 1월 울산 남부소방서 안전제험영상공모전에서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됐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실생활에서 직접 겪을 수 있는 안전사고를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해 앞으로도 시민의 안전의식 강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 영상은 울산소방본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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