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 위에 공수처? 검사도 수사관도 10배수 몰렸다

하남현 2021. 2.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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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 없는 1호 수사'로 존재 가치 증명해야

“무소불위 검찰을 통제하려면 검찰 부패까지 수사하는 공수처가 필요하다”(이재명 경기도 지사) “검찰이 절대 권력이라면 검찰을 수사할 수 있는 공수처는 슈퍼 절대 권력”(원희룡 제주도 지사)

1월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식에서 김진욱 초대 처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 등이 제막 후 박수치고 있다. 뉴스1


이 지사와 원 지사가 지난해 12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놓고 벌인 설전의 내용이다. 공수처가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 이래 유일한 형사소추 기관이던 검찰에 대한 사건 이첩 요구권과 독립적 기소권까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공식 출범했다.

이후 공수처 검사 23명을 뽑는 데 233명, 수사관 30명에 293명이 각각 지원해 1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채용 공모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공수처 1호 사건을 지난 5일까지 접수한 결과 100건이 몰리기도 했다. 그만큼 국민적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공수처 출범은 1996년 참여연대의 입법 청원에 이어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가 공수처 신설을 담은 부패방지법을 발의한 지 25년 만이다. 이후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입법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가 20대 국회 말 2019년 12월 30일 공수처법 통과로 빛을 보게 됐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3급 이상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이다. 전·현직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관, 헌법재판관, 장·차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장성급 장교 등이 포함된다. 이중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범죄에 대해선 기소 및 공소유지권도 갖는다.

한마디로 윤석열 총장이 지휘하는 검찰 견제용, 무소불위 '검찰 위의 검찰'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수처 출범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검찰 권력 분산 vs 무소불위 ‘옥상옥’
우선 공수처법은 공수처 직무를 ‘고위공직자 범죄 등에 관한 수사, 공소제기와 그 유지’로 규정하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부여했다. 검찰 권력은 분산하겠다며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추진하면서 정작 공수처에는 몰아줬다.

또 ‘공수처장이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면 다른 수사기관(검·경)은 응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예컨대 검찰은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 사건의 이첩을 요구받으면 즉시 모든 수사 자료를 공수처에 넘기고 손을 떼야 한다. 검찰 위에 군림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지점이다.

검찰과 마찬가지로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여당의 권력에 취약해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적 외압의 방패막이가 공수처장의 첫 번째 과제”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여당은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공수처 출범 닷새 뒤인 1월 26일 김 처장이 취임 인사차 방문한 자리에서 “공수처와 민주당은 협업 관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순천지청장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김 처장이 출범 직후부터 중립성 훼손 오해를 살만한 불필요한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공식 출범일인 21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공수처 현판이 걸려 있다. 2021.1.21/뉴스1


1호 수사 사건 선정부터 중립성 입증해야
결국 공수처가 수사를 통해 정치적 중립성을 입증할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김진욱 처장이 첫 단추인 ‘공수처 1호 수사’를 무엇으로 선택할지 큰 관심이 쏠린 이유이기도 하다.

야권에선 당장 울산시장 선거 개입이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의혹 같은 현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 사건들의 이첩을 요구해 가져간 뒤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결론 내릴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등도 1호 수사 후보로 오르내린다.

여권도 윤석열 검찰총장 처가 관련 사건 등을 공수처가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공수처가 깨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가 정치적 편향 우려를 불식하려면 1호 사건부터 객관적으로 선정해야 한다”며 “또 정치적 논리와 관계없이 수사한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오른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여운국 차장이 3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공수처 왜 필요한가…"성역 없는 수사가 관건"
초대 공수처의 수사 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공수처 1, 2인자인 처장과 차장 모두 판사 출신으로 수사 경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진욱 처장은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특별검사팀에서 2개월 수사관을 한 게 전부다. 여운국 차장은 판사를 20년 했을 뿐 직접 수사 경험이 전혀 없다.

김진욱 처장은 대신 “검사 출신을 법이 정하는 최대한(12명)으로 뽑겠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 검사 공모엔 부장검사 4명을 뽑는 데 40명, 나머지 19명 검사 모집엔 193명이 원서를 냈다. 김 처장은 검사 지원자 중 “전체 절반가량은 검찰 출신이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검사는 인사위원회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인사위는 처장과 차장, 처장이 위촉한 외부 전문가 1명, 여·야 추천 위원 각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공수처는 여야에 16일까지 인사위원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야당 추천이 늦어지면 검사 채용도 당초 계획보다 미뤄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나기주 법무법인 지유 대표변호사와 오영중 법무법인 세광 구성원 변호사를 인사위원으로 추천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국 수사를 어떻게 하느냐가 공수처의 관건”이라며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는지가 공수처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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