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찬성한다던 의원 다 어딨나.. 넘어진 수술실CCTV법 [김기자의 토요일]
여당 의원 2명만 긍정입장 피력
논의 내내 발언 안 한 의원 여럿
의사 출신 신현영도 의견개진無
흐지부지 넘어간 뒤 "논의 없었다"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회의원 전원에 편지를 돌려가며 당부한 수술실CCTV 법안이 국회 첫 문턱도 넘지 못한 이유가 드러났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자율적으로 설치하도록 하자는 입장을 개진했고 다수 의원이 이에 찬동한 것이다.
경기도의 전폭적 지원에도 도내 300여곳 병원급 의료기관 중 단 2곳만 사업에 참여하는 등 의료계 거부감이 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자율적 설치를 대안으로 내세운 점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법안은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
■뜨거운 국민, 차가운 국회··· 온도차 뚜렷
5일 국회 보건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열린 3차 회의에서 다수 의원이 수술실CCTV 설치법에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수술실 내부가 아닌 입구에만 달자거나 입법 대신 자율적으로 달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여럿이었다.
아예 논의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반대의사를 표명한 의원도 적지 않았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빠른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의원은 전체 11명 의원 가운데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 명뿐이었다.
김 의원은 “우리 사회를 보면 힘 있는 집단들이 그 힘을 이용해서 당연히 이루어져야 되는 것을 못 하게 막은 사례가 많다”며 “수술실CCTV 설치도 그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의원은 “(문제는) 수술을 누가 하는지 또 수술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나중에 어떤 사고가 벌어졌을 때 아무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며 “입법의 취지는 확실하다,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의료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수술실 내부 CCTV 설치를 주장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리를 펼쳐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김 의원은 “수술실 내부는 오히려 의료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설치를 주장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에 대한 의협의 반대 의견은 저는 이해가 전혀 안 된다”며 “오히려 의료인 입장에서도 (수술실CCTV로) 자신의 과실이 없다고 입증할 수 있어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주 의원을 제외한 여당 의원 중에는 서영석 의원 정도가 관련한 조사 및 연구를 전혀 진행하지 않은 보건복지부를 질타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서 의원은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 중 수술실 입구에 CCTV가 설치된 곳이 60% 정도라는 통계를 가져온 보건복지부를 향해 “우리가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하자는 건 수술행위에서 불법행위가 있는지를 검증하고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을 담을 수 있는 영상기기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라며 “출입구에서 입출입만 확인하는 그런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입 닫은 여당 의원들··· 수술실CCTV 좌초되나
두 의원 외에는 대부분의 의원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강력범죄 의사면허 규제강화 법안에 적극 의견을 개진한 강병원, 김원이 의원조차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다른 환자보호 법안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신현영 의원은 이번에도 입을 열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적극적으로 발언한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은 “수술실 출입구 같은 곳에 CCTV는 제가 볼 때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게 무조건 맞다”고 발언했으나 수술실 내부 설치에 대해선 사실상 반대의견을 냈다.
서정숙 의원 역시 “수술실 출입구 60.8% CCTV 설치는 이 법안이 올라온 배경과 이런 것 일부 공감하는 부분에 비추어서 이것은 확대가 절실하다”며 CCTV를 출입구에 한정해야 한다고 관심을 돌렸다.
이미 찬반논의가 상당부분 진행되고 경기도 조사에서도 도민 절대 다수가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난 수술실 내부 설치에 대해 서 의원은 “좀 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미애 의원, 최연숙 의원 등도 법안 자체보다는 수술실CCTV 설치 현황과 부작용을 언급하는데 시간을 소비했다. 발의된 수술실CCTV 설치법안에 대한 의견은 내지 않았다.
위원장 강기윤 의원 역시 “자율적인 부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법제화에 사실상 반대했다.
경기도와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 주도로 수술실CCTV 설치 문제가 수차례 공론화됐고 이 과정에서 법안에 대한 뜨거운 여론이 확인됐음에도 소관 상임위 다수 의원이 소극적 자세로 일관한 점엔 비판이 제기된다.
■수술실CCTV 입법, 여당 의지에 달려
논의에 앞서 홍형석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이 정리한 찬반 근거는 법안의 정당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홍 위원은 수술실CCTV 설치 찬성 논거로 △수술실의 폐쇄성, 정보 비대칭, 의식·인지가 없는 환자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의료사고 발생 시 정보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로 대리수술.유령수술 등 범죄와 부정의료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 △촬영정보가 의료진의 무과실 입증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반대 논거로는 △의료인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점 △환자의 환부 촬영 등 사생활의 비밀 침해 우려가 있다는 점 △수술 의료진에게 과긴장, 집중력 저하, 심리적 위축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 △수술을 동반하는 과목의 기피현상 심화가 우려된다는 점 △침습행위인 의료행위의 특성상 의료분쟁의 확대를 초래시킬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수술실CCTV를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설치해 운영한 경기도와 의료사고 피해자 단체 등은 수차례 이뤄진 간담회에서 △의료인의 권리보다 환자의 인권이 우선한다는 점 △환자 동의하에 촬영해 사생활 침해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 △의료진의 위축은 주요한 의견이 아니란 점 등을 들어 반대논거에 설득력이 높지 않다고 반박해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한편 수술실CCTV 논의는 지난달 3차 회의 이후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논의 일정과 안건은 제1소위 위원장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간사 협의를 거쳐 잡힌다.
야당 반대에도 열쇠는 더불어민주당이 쥐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회법상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1소위 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내줬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제1소위 11명 의원 중 6명으로 과반을 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들 고 권대희씨 사망 이후 수술실CCTV 법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수년 째 알려온 이나금 닥터벤데타 공동대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극소수 잘못된 의료인의 범죄행위에 마취된 환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국민들이 180석이라는 많은 의석을 몰아준 의미를 잊지 말고 여당이 국민을 위한 법안을 꼭 통과시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의료범죄 근절을 위해 싸워온 시민 모임 닥터벤데타는 환자보호 3법이 원안 그대로 통과돼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단체다.
강병원, 김원이 의원실은 보도가 나간 뒤 수술실CCTV 법안을 포함한 환자보호 3법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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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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