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인문학] 예술가의 성공은 안목 있는 일부에서 나온다
이연식 미술사가
예술가로 동료·주변서 인정받는건
성격좋고 모두 맘에 든단 의미아냐
재능이 종종 미움·질투 유발하기도
성공엔 몇몇 영혼 흔드는 뭔가 필요
대중의 사랑 얻는건 나중의 일일뿐
첫째 동료들의 인정을 받는 단계, 둘째 평론가의 인정을 받는 단계, 셋째 컬렉터의 인정을 받는 단계, 넷째 대중의 인정을 받는 단계.
사실 저자의 논지는 엉성하고 허술하지만 ‘4단계 이론’ 자체는 숙고할 가치가 있다. 우선 동료들의 인정을 받는 단계에 대해 저자는 빈센트 반 고흐의 예를 들었다. 반 고흐는 생전에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사후에는 명성을 얻었는데 이처럼 다소 늦게라도 명성을 얻을 것을 예견하게 하는 요소가 그의 삶 국면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주변의 동료들이었다. 반 고흐 내면의 잠재력을 알아보지 않았더라면 폴 고갱, 에밀 베르나르, 폴 시냐크, 조르주 쇠라 같은 화가들이 사람을 귀찮게 하는 반 고흐를 상대해줬겠느냐는 것이었다.
세상은 알아주지 않지만 같은 예술가 동료들에게서는 이해를 받았던 비운의 천재! 매력적인 설명이다. 그런데 찬찬히 따져보면 맞는 게 별로 없다.
일단 반 고흐는 냉정히 말하자면 동료들에게 거의 인정받지 못했다. 툴루즈 로트레크는 반 고흐와 친했고 나중에 누군가가 반 고흐에 대한 험담을 하자 싸우려 들 정도로 그를 옹호했지만, 그의 작품을 정말로 훌륭하다고 여겼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예술가 집단 내에서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는 과정에는 종종 미움과 질투가 동반된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에 인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인상주의 그룹을 주도했던 에드가르 드가나 에두아르 마네 같은 예술가가 그렇다.
드가는 성질이 고약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추종자가 적지 않았다. 로트레크는 드가가 자신의 개인전에 와서 작품들을 보고 어떻게 평가할지 전전긍긍하며 기다렸다. 마침내 전시장에 나타난 드가가 한 바퀴 둘러보면서도 아무 말을 하지 않자 로트레크는 숨을 못 쉴 지경이었다. 인상주의 그룹의 여성 화가 베르트 모리조는 드가가 자신의 작업에 대해 뜨뜻미지근해하자 초조해했고, 미국인 여성 화가 메리 커샛은 드가를 만난 뒤로 거의 평생토록 예술에 관해서는 드가의 안목과 판단에 의지했다.
바우니스가 말한 두 번째 단계인 평론가의 인정을 받는 단계도 얼른 보면 그럴듯하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어긋난다. 한창 마네가 ‘핍박’을 받던 시절 소설가 에밀 졸라는 평론가로서 마네를 옹호했다. 하지만 졸라의 평이 마네에 대한 세간의 평판을 뒤집지는 못했다. 심지어 졸라 스스로도 소설 ‘작품’에서 마네와 폴 세잔을 섞어서 실패한 화가의 모습으로 묘사했다. 당대의 평론가들은 인상주의를 비롯한 새로운 사조에 대해 적대적이었다. 평론가 루이 르루아가 모네의 그림을 보고 조롱하는 의미로 “나는 그 그림에서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벽지만도 못한 그림이다”라고 썼던 글에서 ‘인상주의’라는 명칭이 유래한 것은 유명하다. 그 뒤로 ‘야수주의’와 ‘입체주의’ 또한 평론가들이 폄하하는 의미로 쓴 말이 사조의 명칭이 됐다.
바우니스의 견해를 긍정적으로 이해하자면 이렇다. 성공할 예술가는 주변의 눈 밝은 이들에게 일찍부터 인정받는다. 여러 사람에게 널리 인정받는 것은 나중 일이고, 우선은 몇몇 사람의 영혼을 흔드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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