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상위 10개국 중 2개국만 승선검역..항만검역에 구멍 숭숭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 2020. 6.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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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포함해도 3개국 불과..나머지 7개국 누적확진자 491만명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코로나 유행할수록 항만유입 '시한폭탄'
23일 오후 부산 감천항에 정박한 러시아 국적 냉동화물선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선원들이 부산의료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 화물선 선원 21명 중 16명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 = 국내에 정박 중인 러시아 국적 화물선 2척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17명이 무더기로 발생하면서 항만 검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러시아 화물선은 유증상자가 있는데도 이를 부산검역소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탓에 23일 기준 내·외국인을 포함해 176명의 접촉자가 발생했다.

더욱이 러시아 선박은 서류만 제출하면 검역을 통과하는 전자검역 대상인 점이 뒤늦게 밝혀졌다. 마음만 먹으면 유증상자가 있어도 검역을 통과하는 허점이 있었던 것이다.

◇러시아 코로나 대유행, 승선검역엔 제외…뒤늦게 "검역 강화"

러시아는 누적 확진자 수가 23일 오후 6시 기준 59만명 이상이다. 미국과 브라질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 많다. 그런데도 러시아 선박이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검역을 마칠 수 있는 전자검역 대상이었다는 점을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크다.

방역당국은 뒤늦게 러시아를 승선검역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3일 브리핑에서 "러시아를 승선검역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승선검역은 검역법에 따라 검역관이 직접 선박에 올라 검역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검역관리 지역에서 온 선박 또는 감염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한 선박에서 승선검역이 이뤄진다.

반면 전자검역은 검역법에 따라 관련 기관들이 원하는 서류를 전자 시스템을 통해 제출하는 방식이다. 각국에서 국제보건규약(IHR)에 따라 보건·위생 검사를 실시하고, 안전하다는 점을 서류로 인증하면 된다.

그러나 검역관리지역에서 출발한 배이거나 유증상자가 있다고 통보한 경우, 선박 운행 중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검역관이 승선해 검역조사를 진행한다. 그런데 러시아 선박은 유증상자 3명이 발생했는데도 부산검역소에 제출한 서류에는 해당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 검역법을 어긴 것으로 방역당국은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은 상위 10개 국가에서 이탈리아와 이란 등 2개 국가만 국내에서 승선검역 대상이라는 점도 우려스럽다. 국내 승선검역 대상 국가는 중국과 이탈리아, 이란 등 3개 국가다. 향후 러시아를 추가해도 상위 10개국 중 3개 국가만 승선검역이 이뤄지게 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시스템사이언스 및 엔지니어링 센터(CSSE)에 따르면 23일 오후 6시30분(한국시간) 기준 코로나19 누적확진자 수 상위 10개 국가는 미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영국, 페루, 칠레, 스페인, 이탈리아, 이란 순이다. 미국은 누적 확진자 수가 231만2303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뒤이어 브라질도 110만6470명에 달했다.

승선검역 대상이자 전 세계 9~10위를 차지하는 이탈리아와 이란은 각각 23만8720명, 20만7525명이다. 상위 10개국 중 승선검역을 진행하거나 대상이 될 예정인 3개 국가를 제외한 7개 국가의 누적 확진자 수는 약 491만명에 달한다. 이들 국가에서 온 선박에서 러시아처럼 또 다른 집단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23일 오후 부산 감천항에 정박한 러시아 국적 냉동화물선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선원들이 부산의료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 화물선 선원 21명 중 16명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마음만 먹으면 늑장신고, 전자검역 허점…접촉자 계속 늘어날 듯

러시아 선박 집단감염 사태는 현행 전자검역 시스템에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해외 선박이 마음만 먹으면 신고를 늦게 하거나 거짓으로 서류를 꾸며 제출해도 이를 제대로 검증하기 어려워서다.

부산검역소는 이 선박의 해운대리점을 통해 감염 위험을 뒤늦게 인지했는데, 이때는 이미 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코로나19가 전파된 후였다. 이로 인해 180명 가까운 접촉자가 발생했다. 과태료 부과 등 선사에 내려지는 행정처분에 비해 우리나라가 겪는 사회적 비용이 훨씬 크다.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방역당국은 승선검역이 적은 이유에 대해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다만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주요 지역에 조직과 검역 인프라를 확충하면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질병관리청 조직에 대해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인력을 충원하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선 작업을 위해 러시아 선박에 탑승했다가 접촉자로 분류된 내국인에는 도선사와 세관 직원, 통역 담당자, 해운대리점 수리업체 관계자들이 포함돼 있다.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확진자 수는 현재 17명에서 더 늘어날 수 있다. 접촉자도 마찬가지다.

이들 중 일부가 지역사회에 코로나19를 전파했다면 해외유입에 의해 대규모 집단감염 발생을 배제할 수 없어 역학조사 결과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국내로 들어오는 해외유입 확진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고위험 국가는 전자검역보다 승선검역 위주로 검역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6명으로 누적 확진자는 1만2484명이 되었다. 신규 확진자 46명의 신고 지역은 서울 6명, 대구 1명, 인천 1명, 대전 4명, 경기 7명, 충북 1명 순이고 검역 과정 26명이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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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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