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코로나앱 내놓는 일본..'제2의 아베 마스크' 되나

윤설영 2020. 6. 19. 13: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구 60%는 써야 효과 나는데
스마트폰 보급률은 64% 불과
위치추적, 신원 파악도 안돼

일본 정부가 19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를 확인하기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공개했다. 그런데 타이밍이 한참 늦은데다 실효성을 놓고 의문도 제기된다. 정권 지지율만 갉아먹은 ‘아베노마스크’의 2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개발한 앱 ‘COCOA’는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밀접접촉자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블루투스를 켠 사용자 중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경우, 과거 14일 동안 1m 내에 15분 이상 머물렀던 사람을 가려내 통보하는 방식이다.

일본 정부가 19일 내놓은 코로나19 밀접접촉자 통보 앱 [사진=후생노동성]


일본 정부는 “한국, 중국 방식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블루투스 기능으로 접촉 이력만 조사할 뿐, GPS를 사용해 위치정보를 파악하지 않는다면서 “개인정보를 철저하게 보호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COCOA’는 미국 애플사와 구글이 공동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일본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사 등에 개발을 의뢰해 내놓았다.

그러나 5월 초 시장에 내놓으려고 했던 앱은 개발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는 바람에 출시가 예정보다 한 달 가까이 늦어졌다. 그 사이 전국에 내려졌던 긴급사태선언은 모두 해제됐고, 19일부터는 현(県)을 넘나드는 이동이나 음식점의 영업시간 자제 요청도 모두 해제되는 등 코로나 이전으로 일상이 거의 회복된 상태다.

앱 개발에 관여했던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국민의 위기감이 높았을 때 앱이 투입됐어야 했는데 늦었다” 라는 반응이 나온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5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완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AP=연합뉴스]


지난 4월 일본 정부는 내각관방 주도로 일반 사단법인에 앱 개발을 맡겼다. 그러나 “기술 제공은 보건당국에만 할 수 있다” 애플과 구글의 방침을 뒤늦게 파악하고는 혼란에 빠졌다.

담당부처는 후생노동성으로 바뀌었고, “아무래도 대기업에 맡기는 게 안전하다”는 지적에 5월이 되어서야 마이크로소프트 측에 앱 개발을 의뢰했다. 개발 의뢰에만 한 달을 허비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그 사이 세계에선 40개국 이상이 자체적으로 앱을 도입했다. 일본은 후발주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우여곡절 끝에 앱이 나왔지만 문제는 또 있다. 영국 옥스포드대는 “인구의 60%가 이용해야 앱의 실효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블루투스를 켠 ‘적극적 사용자’를 6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2019년 일본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개인 스마트폰 보유율은 64.7%에 그친다. 아직도 일반 휴대전화(폴더폰)를 갖고 있는 사람이 26.3%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일본 정부가 참고로 한 싱가포르의 경우 앱 보급률이 30% 정도로 감염 확대를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급률이 높은 편에 속하는 아이슬란드도 40%대에 머무르고 있다. 닛케이 신문은 “보급률 60%라는 수치는 대화 앱인 LINE에 필적하는 높은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사진 Pixabay]


밀접접촉자를 가려내더라도 코로나19 검사를 받거나 자가격리하도록 관리 할 수 있느냐도 문제로 지적된다. 밀접접촉자의 위치추적도 할 수 없을뿐더러, 밀접접촉자라는 사실은 본인밖에 모른다. 일본 정부도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지 않아 밀접접촉자 대상은 파악하지 않는다. 결국 해당자 본인의 자발적 행동에 맡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내에선 뒤늦게 애당초 이 앱의 도입 목적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다카기 히로미쓰(高木浩光)는 “밀접접촉자를 발견해서 빨리 검사를 받게 하려는 건지, 불특정다수와 접촉을 피하도록 하기 위한 것인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품질 논란에 거센 비판을 받은 '아베노 마스크'에 빗대 '아베노 아프리(어플의 일본식 표기)’ 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주간지 다이아몬드 온라인은 아예 “시작도 안 했지만 실패가 틀림없다”고 썼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