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609' 70년만에 폐쇄..부산 성매매 집결지 사라진다
올해 초 집창촌 건물 30여채 철거
2022년 38층 레지던스 완공 예정
부산의 성매매 집결지(집창촌)가 하나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대표적 집창촌인 부산 서구 완월동, 부산진구 범전동 300번지, 해운대 609등이 그렇다.
부산 해운대구는 3일 오전 10시 우동 645번지, 이른바 ‘해운대 609’ 부지에서 주민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609 폐쇄 행사를 가졌다. 성매매 피해 상담소 ‘꿈아리’ 김향숙 소장이 609가 폐쇄되기까지의 경과를 설명하고, 주민 대표 등이 ‘성매매 근절 선언’을 했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폐쇄를 공식 선포했다.
해운대 609는 한국전쟁 이후 1971년까지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 자리 잡았던 미군 609 수송부대 명칭에서 이름을 따 성매매 집결지로 형성됐다. 2000년대 중반까지 번창했으나 2008년 성매매 금지법이 제정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업소 수와 성매매 여성 수가 2015년 30곳 70명 정도였으나 2017년 25곳 34명, 2018년 8곳 24명, 2019년 1월 6곳 20명으로 줄어들었다. 2019년 12월에는 성매매 여성이 모두 사라졌다.
해운대구는 그동안 해운대경찰서·소방서 등과 ‘609 폐쇄를 위한 지역협의체’를 구성하고, 꿈아리와 함께 성매매 여성들이 스스로 떠나도록 설득하거나 의료·법률 지원 등을 하며 직업 전환 등을 도왔다.
해운대구가 609 폐쇄를 위해 해당 부지(4만2856㎡)를 매입해 관광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민간이 이 부지를 사들여 올해 초 집창촌 건물 30여채를 모두 철거하고 건축허가를 받아 오는 2022년 완공 예정으로 지하 5층, 지상 38층짜리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을 건립 중이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탄생한 609는 우리의 어두운 과거의 한 장면이었다”며 “관광지 해운대구 주민의 오랜 소망이 해소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의 집창촌 가운데 범전동 300번지는 이미 재개발되면서 오피스텔 등이 들어서 있다. 서구 완월동은 일부 영업이 이뤄지고 있으나 여성단체와 부산시 등이 역시 폐쇄를 추진 중이다. 부산 서구 관계자는 “완월동에는 올해 초 업소 40곳에 100여명의 성매매 여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20곳 50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는 올해 초 시행에 들어간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조례를 만들어 완월동 폐쇄를 추진 중이다. 박민성 부산시 의원은 그러나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 조례가 제정됐으나 아직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의 다른 집창촌도 사정은 비슷하다. 1909년 일제가 만든 공창으로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대구 도심의 ‘자갈마당’은 110년만인 2019년 철거돼 현재 주상복합 건물이 건립되고 있다. 전북 전주시 전주시청 뒤에 자리한 집창촌인 ‘선미촌’도 일부 영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전주시가 2017년 4월 성매매 피해자를 돕는 자활 지원 조례를 제정한 이후 민·관 협력으로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전주시는 일부 업소를 사들여 서점 등 문화시설로 바꾸는 문화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집창촌이 많았으나 상당수가 폐쇄됐으며, 현재 영업 중인 15곳에도 여성가족부가 상담소 등을 두고 지원 사업을 하며 폐쇄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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