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 좋아지면"..정부 '수출 낙관론' 근거는 반도체·중국
對중국 수출 2.8%↓..올해 들어 감소 폭 가장 작아
자동차·車부품·섬유 등 경기 민감 품목 반등에 주목
[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우리나라 수출이 두 달 연속 20%대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정부는 주요 수입국의 경기만 회복되면 반등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최근 부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것이지 구조적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근거는 반도체와 대(對)중국 수출의 회복세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80억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평균 수출은 14.5% 늘었다. 이 두 수치가 모두 플러스로 전환한 것은 18개월 만이다.
지역별로는 중국(34.1%), 미국(46.4%), 유럽연합(20.5%)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대폭 늘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온라인 교육 등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서버, PC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슷한 이유로 컴퓨터 수출도 82.7% 증가했다.
산업부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이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에 대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추세에서 이런 성과를 냈다는 점에 주목했다. 얼마 전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와 IHS마켓은 올해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각각 12.5%, 5.5%에서 -0.9%, 2.5%로 끌어내린 바 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폭이 한 자릿수로 들어온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달 대중국 수출액은 107억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8% 줄었다. 지난 3월과 4월 수출 감소폭은 각각 6.6%, 17.9%에 달했다. 조업일수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수출은 4.0% 증가했다. 지난 4월과 비교할 경우 일평균 수출은 7.4% 늘었다.
다른 주요 지역과의 수출 증감률을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미국으로의 수출은 29.3% 줄었고 EU와 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도 각각 25.0%, 30.2% 감소했다.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중국의 경제 활동이 정상화되면서 수출도 많이 회복됐다"며 "미국이나 유럽, 아세안은 아직 코로나19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지만 추세가 완화되면 우리 수출도 반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특히 경기 변동에 많은 영향을 받는 품목들은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상승세로 전환할 여지가 있다.
대표적인 품목에는 자동차, 자동차부품, 섬유 등이 꼽힌다. 이 3개 품목이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가량이지만 지난달 전체 수출 감소분(108억5000만 달러)의 36.5%를 차지했다. 이외에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은 국제유가 급락의 영향으로 각각 69.9%, 34.3% 하락했다.
나 실장은 "자동차 수출은 주요 교역국 딜러들이 문을 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수요가 대폭 감소했다"며 "다만 공장은 대부분 재개됐기 때문에 주요국들의 경제 활동 재개 정도에 따라 수출 반등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수출 전망을 낙관하는 근거로 우리나라 경제 및 수출에 대한 주요 기관들의 평가도 제시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최근 수출 통계를 보면 지난 3월 기준 수출 상위 10개국의 수출은 모두 감소했고, 이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한국의 수출 증감률은 -1.4%이다. 다른 나라들은 영국(-20.5%), 프랑스(-17.9%), 이탈리아(-15.3%), 독일(-9.8%), 미국(-9.3%), 네덜란드(-9.1%), 일본(-8.9%), 중국(-6.6%), 홍콩(-4.7%) 순으로 낙폭이 컸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4월 경기선행지수에서 99.9를 기록하면서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OECD 32개국 가운데 전월 대비 수치가 증가한 유일한 나라다.
나 실장은 "수입 현황을 보면 자본재 수입이 상당히 늘었는데 이는 우리의 생산 기반이 견조하다는 것"이라며 "주요 교역국의 상황이 호전되면 수출도 충분히 반등할 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uss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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