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실적 일군 케이엠더블유 "김덕용 회장 뚝심 통해"
과거 적자 이어지면서 은행권 '좀비기업' 분류하기도
김덕용 회장 좌절 않고 필터 소형화 등 R&D 강하게 추진
5G 이동통신 시장 열리면서 '어닝서프라이즈' 구현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케이엠더블유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2963억원보다 131.1% 늘어난 684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379억원과 1088억원을 올리며 나란히 흑자로 전환했다. 매출액과 이익 등 실적 전 부분에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일궜다.
케이엠더블유가 ‘깜짝’ 실적을 올린 것은 5G 이동통신 시장 개화에 따라 기지국장비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케이엠더블유는 ‘매시브 마이모’(Massive MIMO, 대용량 다중입출력장치) 장비와 관련,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매시브 마이모는 안테나와 필터, 모뎀 등 기지국에 들어가는 대부분 장비를 하나로 통합한 것으로 5G 인프라 구축에 있어 필수 장비로 꼽힌다.
특히 케이엠더블유는 매시브 마이모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인 필터를 기존 제품보다 10분의 1 크기로 구현했다. 김 회장은 “5G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을 구현하기 위해 데이터 용량이 크게 늘어난다. 때문에 기지국장비와 부품 크기를 줄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케이엠더블유는 초소형 필터를 비롯해 매시브 마이모와 안테나 등을 핀란드 노키아와 중국 ZTE, 삼성전자 등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들에 활발히 공급중이다.
이 같은 케이엠더블유의 드라마틱한 실적 이면에는 은행권으로부터 좀비기업으로 분류되는 등 아픔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회사 창업주 김 회장은 우리나라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 꼽힌다. 김 회장이 지난 1991년 창업한 케이엠더블유는 이후 노키아와 에릭슨, 삼성전자 등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들과 잇달아 거래하며 성장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4G 이동통신 투자가 활발했던 지난 2013년 당시 케이엠더블유 매출액은 3179억원(영업이익 435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듬해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글로벌 4G 투자가 줄고, 여기에 중국 등 경쟁사들이 저가 기지국장비를 앞세워 잇달아 시장에 진입하면서 2014년 이후 매년 수백억대 적자가 이어졌다. 그러자 금융권이 고개를 돌렸다. 2016년 당시 주거래은행으로부터 차입금에 대한 연이율 12.3%를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은행과는 이전까지 4% 안팎의 이율로 거래해온 터였다. 또 다른 거래은행에서는 케이엠더블유를 ‘잠재부실기업’(좀비기업)으로 분류했다.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김 회장은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야만 했다. 자회사 텔콘 지분을 전량 처분하고 경기 화성 본사 사옥을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매각했다. 신수종으로 육성 중인 LED(발광다이오드)조명 사업마저 분사시켰다. 직원들을 위한 기숙사마저 헐값에 처분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15년 말 437%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초 186%까지 떨어졌다.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원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했다. 이전까지 한국과 중국에서 생산해온 기지국장비를 2017년부터 베트남에서도 제조하기 시작한 것. 현재 케이엠더블유는 기지국장비를 한국과 베트남에서 각각 50%씩 생산 중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김 회장은 매년 수백억원의 자금을 R&D에 쏟아붙는 ‘뚝심’을 보였다. 김 회장은 집무실 역시 연구소 바로 옆에 두고 R&D 과정을 수시로 챙겼다. 그 결과 초소형 필터 등 5G 기지국장비 분야를 선도하는 제품을 국내외 경쟁사보다 앞서 출시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을 거치는 과정에서 다행히 경영 환경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한국과 미국 등이 5G 이동통신 서비스에 착수한 것. 이 과정에서 케이엠더블유는 매시브 마이모와 안테나, 필터 등 5G 관련 제품을 업계에 활발하게 공급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실적은 ‘환골탈태’ 수준으로 개선됐다.
김 회장은 지난해보다 올해를 더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한국과 미국에 이어 중국과 일본, 유럽 등 전 세계 각지로 5G 이동통신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향후 인도와 중동, 중남미 등 신흥국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지난해보다 올해 실적이 더 기대되는 이유”라고 밝혔다. 한때 은행권으로부터 외면당하며 어려움을 겪은 그는 “금융권은 햇볕 날 때 우선을 주고 비가 오면 우산을 뺏는다. 사업할 때 금융권을 절대 믿으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강경래 (but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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