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車 급정차하자 "앗 뜨거워"..공포의 '버스 안 커피'
하루 승객 3만 여 명 추산
화상·세탁비 다툼 잇따라
금지 스티커 부착한 대구시
서울시는 11월 중순부터
음료 반입 자제 안내방송
좌석에 앉아 있던 김씨의 옆에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한 손에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섰다. 버스가 덜컹거릴 때마다 컵의 뚜껑 입구로 새어 나오는 커피가 신경 쓰였다. 버스가 급정차했을 때 우려는 현실이 됐다.
“앗 뜨거워.”
커피컵에서 쏟아진 커피가 김씨의 손등과 트렌치코트에 떨어졌다. 황급히 물티슈로 손등을 닦은 뒤 올려다보자 가해 여성은 그제야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씨는 “다행히 화상을 입진 않았지만, 커피에 얼룩진 옷을 세탁소에 맡겨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버스 안 음료로 인해 생기는 ‘커피 갈등’이 늘고 있다. 버스업계는 하루 약 3만명의 승객이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버스에 승차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서울 시내버스가 하루에 6900여 대 운행되는데 한 대에 평균 4~5명의 승객이 컵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도 테이크아웃 컵을 든 버스 승객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셔츠에 아메리카노 도장이 찍혔다. 세탁비 받아내느라 힘들었다’는 글이 올라오자 ‘나도 옆 사람이 커피를 쏟아 신발까지 젖었다’, ‘커피 든 사람은 버스를 타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댓글이 붙었다. ‘프로 불편러네. 그럴 거면 혼자 살지’, ‘내 돈 주고 내가 먹는데 왜?’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SNS에서는 ‘뒷 좌석에 앉은 사람이 쏟은 커피로 등에 화상을 입었다’는 경험담과 ‘커피 들고 탄다고 기사님이 눈치를 준다’는 불만 글이 적지 않다.
커피를 든 승객의 승차를 무작정 막는 것도 문제다. 승객들이 버스회사나 서울시에 “승차거부를 당했다”고 민원을 넣는 경우가 있다. 버스기사는 ‘시내버스 운송사업 약관’에 따라 ‘불결·악취 등 승객에게 피해를 끼치는 물품’은 운송을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음료가 든 테이크아웃 컵이 여기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다. 커피를 든 승객의 승차 여부가 기사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버스를 타려다가 버스 기사에게 제지를 당한 직장인 조모(27)씨는 “어떤 버스는 가능하고, 어떤 버스는 불가능하냐. 정확한 지침도 없는데 버스 타기 직전에 음료를 들고 타면 안된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다음 달 중순부터 모든 서울 시내버스 안에서 ‘타 승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커피 등 음료를 갖고 타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의 안내 방송을 하기로 했다. 김정윤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음료가 화상 등 안전사고를 일으키고, 다른 승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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