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준비할 것인가, 향할 것인가

2017. 6.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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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어린 시절 배워야 할 과목은 그리도 많았고 어김없이 시험은 달마다 다가왔습니다.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토로할라치면 입 다물고 공부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서슬 퍼런 충고가 사방에서 날아왔습니다. ‘무엇을 위해서’보다 ‘그저 열심히’ 하란 말씀들이었지요. 지난 4월 9급 공무원 시험일에는 23만 명이 넘는 청춘이 모두 저마다의 인생을 걸며 애타는 하루를 보냈다고 합니다. 고시촌 속 몇 년의 준비는 이제 당연한 통과의례처럼 받아들여집니다. 농담 삼아 전 국민이 공무원 되는 것이 차라리 어떠냐는 한숨 섞인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공직이 아닌 직업을 얻기 위해 준비할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사람에게는 붙이기 어려운, 기계의 명세서 같은 스펙이라는 단어가 이야기되는 이 사회는 옆의 친구보다 무기를 하나 더 장착하기 위해 끝없이 경쟁하라고 부추깁니다.

조직은 그렇게 힘들게 들어온 친구들을 바로 업무에 투입하기 어려워 다시 가르쳐야 한다고 합니다. 신입사원들도 열 명 중 세 명꼴로 채 1년이 안 되어 힘들게 얻은 직장을 떠난다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는 해결책으로 융합을 이야기합니다. 한 가지 전공만으로는 더 이상 복잡한 사회에 살아남기엔 한계라고 합니다. 정해져 있는 일에는 이미 사람이 너무도 많아 경쟁이 치열하니 지금의 것들을 섞어 무엇인가 다른 것을 해야 한다 합니다. 마치 하고자 하는 일이 있기에 그에 필요한 기술과 공부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분류가 소용을 다하니 무언가 섞어서라도 새 일을 만들어 보자는 의미처럼 다가옵니다. 밀가루와 설탕·버터를 섞어 자루에 넣은 후 적당히 흔들면 멋진 케이크나 달콤한 양과자가 마술처럼 나오는 것을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땅에서 돌을 고르고 피를 뽑으며 잠시 쉬는 사이에 집안의 가장 큰 일꾼인 소가 먹을 꼴을 베어오던 시절에는 다시 그 땅을 물려받아 같은 일을 해나가게 될 영원히 반복되는 삶이 있었습니다. 이제 각자에게 자기의 일을 선택하라고 독려하는 지금의 세상이 자유와 더불어 안겨준 불안에 우리 모두는 어쩔 줄 몰라 합니다.

더 이상 막연한 두려움을 쓸모없을지 모르는 것들의 준비로 잠시 잊으려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갈 삶을 향하고 맞설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할 듯합니다. 미래를 모르기에 그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건다면 현재의 지식과 도구를 가르치기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는지요.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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