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전복·변화의 프랑스 시인 자크 프레베르 시집 번역한 오생근 교수

정재숙 2017. 4. 1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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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문학자인 오생근(71)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때 샹송 부르기를 시험문제로 냈다. 프랑스 문학 전공자라면 프랑스어 노래 하나쯤은 부를 줄 알아야지 싶어서였다. 학생들 반응도 좋았는데 자크 프레베르(1900~77)의 시를 노랫말로 한 샹송이 인기였다. 이브 몽탕이 불러 귀에 익은 ‘고엽’, 에디트 피아프의 ‘마음의 소리’ 등 프레베르는 대중이 공감하는 ‘노래로서의 시’를 썼다.

“포크 가수 밥 딜런이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았지만 그 이전에 음유시인 자크 프레베르야말로 이 상을 받을만한 인물이었죠. 수업시간에도 그의 작품은 공부하는 시가 아니고 즐기는 시였어요. 그는 삶과 사랑과 자유를 좋아했고, 사랑을 파괴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싫어했죠.”
불문학자인 오생근 서울대 교수
오 교수가 최근 펴낸 『장례식에 가는 달팽이들의 노래』(문학판)는 국내에 본격 소개되는 자크 프레베르의 시화집이다. ‘절망은 벤치 위에 앉아 있다’ ‘깨어진 거울’ ‘바르바라’ ‘빨래’ ‘느긋한 아침’ ‘아침식사’ 등 시 82편을 적확하게 옮기고 꼼꼼하면서도 풍부한 해설을 달았다. 일러스트레이터인 가브리엘 르페브르의 그림이 시의 이해를 돕는다. 프레베르는 ‘거리의 초현실주의자’라 불리며 사회의 폭력과 불평등에 저항하는 위반과 전복과 변화를 추구했는데 오 교수는 이 대목이 그동안 우리가 프레베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프레베르가 1946년 발표한 첫 시집 『말』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등 대중성이 강한 작업을 했기에 그를 모르면서도 안다고 착각했어요. 그런 오해와 편견을 반성하려고 그의 시 전집을 구해 읽었는데 한 편 한 편 눈이 뜨이자 대단한 시인임을 알게 됐고 번역해야겠다는 의욕이 솟았어요. 그는 시의 이름으로 정신을 경직되게 만드는 모든 것을 거부하고 조롱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사건의 시’라고 불립니다. 스스로 작가라 아니라 불량배라 한 까닭이죠.”

오생근 교수는 프레베르의 시를 새롭게 만나면서 인생에서 우연처럼 중요한 일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프레베르가 ‘고엽’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헤어지게 만든 인생을 원망하기보다 오히려 그들을 만나게 해주었던 인생에 감사한다고 말했듯이. 오 교수는 “나날의 우연을 기뻐하며 프레베르와 그의 시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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