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베테랑 토크①] 이순재 "연극은 배우의 예술..꼭 해볼만한 행위"
그 마음가짐 하나로 61년을 달려온 배우 이순재(82)도 그 중 하나다. “연기를 시작할 때 나는 부모님께 말도 못 꺼냈다”고 웃으며 말한 그는, 이젠 모든 이들이 인정하는 이 시대 최고의 연기자이자 배우들의 ‘우상’이 됐다.
그런 그를 어찌 ‘특별기획 : 베테랑 토크’에서 만나지 않을 수 있으랴. 이순재에게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불과 5분 만에 흔쾌히 응하겠다며 바로 만날 날짜를 정했다. 이순재를 만난 곳은 다름아닌 그가 원장으로 있는 한 연기 아카데미. 그 아카데미 지하 연습실에서는 이순재가 참여하는 연극 ‘사랑해요, 당신’팀이 작품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었고, 잠시 신문을 보고 있던 그는 반가운 인사를 건네며 인터뷰에 임했다.
그는 약속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도착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거장의 기품이 느껴졌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인터뷰. 1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는 마치 ‘최고의 강의’를 보고 듣는 기분이었다. 해박한 지식, 연기에 대한 열정, 그리고 후배들을 위하는 마음에서 왜 그가 여든이 넘어서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친한 옆집 할아버지의 매력이 느껴질 만큼 따뜻한 사람이기도 했다.
먼저 그가 출연하는 연극 ‘사랑해요, 당신’에 대해 물었다. ‘사랑해요, 당신’은 마음과 다르게 가족들에게 퉁명스러운 남편 ‘한상우’가 치매에 걸린 아내 ‘주윤애’를 돌보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작품으로 극단 사조가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1979년 창단 이후 네 작품 정도 연출을 하며 인연을 맺은 이순재는 유승봉 대표의 제안으로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극단 자체가 쉬고 있다가 대표가 다시 연극 한 편을 해보자고 해서 하게 됐지. 소재가 ‘치매’인데 노년층이 많이 걸리는 질병을 이야기로 만들어보겠다고 하더라고. 내용을 보니까 잔잔하면서도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하게 됐어. 사실 우리 나이가 되면 걱정 하나, 둘씩은 갖고 있어요. ‘치매’라는 게 어떤 질병하고는 달라서 갑자기 찾아오니까. 특히 우리 같은 배우는 치매가 오면 끝이라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지. 최근에 마친 ‘세일즈맨의 죽음’도 대사가 엄청나. 물론 두 달이라는 연습 기간이 있지만 이 나이가 되면 자꾸 깜빡 한다는 거지. 그런데 무대 위에서 그러면 다 망치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틈틈이 기억력에 대한 점검을 해야 된단 말이지.”
말을 하며 이순재는 이 작품에 대한 꿀팁(?)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이 작품이 가족의 소중함를 담고 있긴 하지만 치매가 찾아오기 전 증상이나 혹시 치매가 걸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초적인 의학지식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누군가는 겪는 일이 아닌가. 이런 작품을 보면서 예방 방법이나 조치에 대한 것도 배우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이순재는 연기 예술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여전히 우리가 하는 일을 비하하며 우리를 예술가로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연기도 예술이라는 것을 늘 강조하며 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아직도 내게 숙제로 남은 것은 내 연기가 예술성에 도달하는 것이야. 어느 정도 경지에 달해야 가능할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하는 중이야. 그 목적을 갖고 연기를 하는 것이지. 우리 때는 이 직종이 돈을 못 버는 직종이기 때문에 예술가가 되기 위해 선택한 것임이 확실했어. 그 시절에 우리는 많은 작품을 보며 예술을 동경했고 예술가가 되고 싶었지. 연기라는 것도 하기에 따라서 예술성, 창조성이 생기고, 결국 거기에 도달하려고 노력을 하는 거야. 정체된 상황에서 반복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해. 그건 연기자의 의지에 달렸어요. 그런 사람일수록 늘 생명력을 지니고 창조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지.”
짧으면 몇 주, 길면 몇 달을 계속 무대에 올라야 하는 연극을 하기 위해 배우들은 체력 유지가 관건이다. 올해로 82세가 된 이순재의 특별한 체력 관리 비법이 궁금했다. 그는 “다행히 무대에서 움직일 체력은 남아있다”라며 웃었다.
“어딘가 하나 망가지면 그만 해야지, 정기적으로 골프 연습을 하러 다녀. 오늘 새벽에도 실내에서 골프 연습을 하다가 왔어. 나이가 많아서 격한 운동은 하지 못하고 그 정도만 하지. 몸도 움직이긴 하지만 골프가 정신을 집중하는데 좋은 운동 같아.”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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