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청와대 인사들 "세월호 당일 박근혜 행방? 모를수 없어"

2014. 7. 11. 21: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무현·이명박 시절 청비서관들 "말못할 사정 있었을 것…대면보고 안했다는 것은 직무유기"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직후 7시간 이상 어디에 있었는지 몰랐다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주장에 대해 노무현·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한 인사들은 "불가능한 주장"이라며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국가 비상사태"라고 비판했다.

대면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청와대 인사들의 증언에 대해서도 "보좌기능이 무너진 것이자 말도 안되는 설명"이라고 이들은 평가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 16일 오전 10시에 첫 보고를 받았을 때부터 오후 5시10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할 때까지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해 김기춘 비서실장은 지난 7일 국회 운영위원회와 10일 세월호 국조특위 기관보고에 출석해 "정확히 모른다"고 답변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위치에 대해 알지 못한다", "비서실장이 일거수 일투족 다 아는 것 아니다"고 밝혔다.

김기춘 실장은 10일 국정조사에 나와서도 "대통령이 경내에 계시면 어디에 계시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일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 일정은 없는 날이었다.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 역시 1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일체 아는 바 없다"며 "말씀드릴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 5월 19일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 기자회견을 마친뒤 춘추관을 나서던 박근혜 대통령.ⓒ연합뉴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이 정확히 어디에 있었는지를 한 순간도 놓쳐서는 안되는 경호 임무를 받고 있는 경호실을 비롯해 핵심 보좌진인 비서실장이 당시 대통령의 소재를 모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당일 박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는 하지 않았지만 여러차례 유선보고는 한 것으로 볼 때 어디에 있는지는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세월호 당일 청와대의 대통령 보고 내역(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확보자료)을 보면, 국가안보실이 4월 16일 오전 10시에 3차례 서면보고, 10시15분에 7차례 유선 보고를 했으며, 청와대 비서실이 박 대통령에게 '구조상황 보고서' 등 11차례 서면보고를 했다. 청와대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은 오후 1시7분엔 368명을 구조했다는 내용의 서면보고 한차례, 국가안보실장이 오후 2시50분 구조인원을 정정(166명)한 내용을 유선으로 보고한 것으로 나온다. 모두 15차례의 서면보고와 8차례의 유선보고가 이뤄진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과 연설기록비서관을 역임한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1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유선으로 연결했다는 것은 본관(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곳)에 있을 경우 부속실에 먼저 연락을 해서 대통령에게 바꿔준다는 의미이거나, 관저에 있을 경우 관저 전화로 연결해주는 것"이라며 "적어도 어디 있는지는 알아야 통화가 가능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휴대폰 통화가 아니었다면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우리 때는 휴대폰으로 하더라도 부속실 직원에게 전화해 연결해주는데, 이것 역시 경내에 없다는 것이 확인돼야 휴대폰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어디있는지 몰랐다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말은 답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안여부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의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가 경호상 보안일 뿐 이미 지난 일정을 보안에 부칠 이유도 없다며 "왜 모른다고 하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고 전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이병완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이 모를 리가 있겠느냐"며 "이유가 뭐든, 사정이 있어서든 그냥 대외적으로 그렇게 얘기하기로 얘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간부를 지낸 A씨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비서실장이 대통령 동선을 모른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힘들다"며 "김 실장이 혹시라도 말실수를 한 것 아닌가 내눈을 의심할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본관-관저-비서관(동)-영빈관-상춘재로 형성된 청와대 경내에 대통령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되며, 비서실장이 핵심 참모인데 설령 몰랐다해도 알고 있다고 해야하지 않느냐"며 "24시간 경호체제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연합뉴스

공식 일정이 없을 때 대통령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할 경우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김경수 봉하사업본부장도 "공식일정이 없어도 모르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적어도 경호실에서는 100%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늘 따라다니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인사 A씨도 "파악하지 못하면 직무유기이며, 이는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이라며 "여성 대통령 밀착 경호를 위한 여성 경호원도 많이 채용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여 동안 대면보고를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김기춘 실장은 지난 10일 국정조사장에서 "서면이나 유선으로 보고하는 게 더 신속하고 빠르고 효과적"이라며 "모여서 하는 것 보다 빨리 정확한 상황을 대통령에게 여러차례 전화하고 문서를 보내서 지침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 A씨는 "이 정도 사안이면 대면보고를 해야 한다"며 "300여 명이 물 속에 빠져있는데, 달랑 종이문서 하나로 끝날 사안인가. 당연히 대면보고 하면서 위중성을 언급하고 결단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면보고를 안했다는 것은 직무자체를 태만히 한 것으로, 참모의 보좌기능 자체가 작동 안된 것"이라며 "요즘 청와대가 이상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당일 어디에 있었던 것인가. 김경수 봉하사업본부장은 "대통령이 있을 수 있는 곳은 청와대 경내에 있었다면 본관 및 관저, 아니면 외부 등의 가능성이 있다"며 "관저에도 업무실로 쓸 수 있는 서재가 있고, 얼마든지 업무를 볼 수 있으나 주로 주말에 업무를 이곳에서 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평일에 관저에만 있었다면 구설이 있을까봐 일부러 안알리려는 것인지, 아니라면 왜 모른다고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외부에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 김 본부장은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서면보고는 이메일로도 전자문서보고가 가능하다"며 "과거 노 전 대통령의 경우 공식일정이 없는 날 간혹 길상사나 삼청각, 광릉수목원 등을 개인적으로 가곤 했으나 부속실과 경호실은 100% 알고 있어야 하고 경호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간부였던 A씨는 "박 대통령이 공식일정이 없을 때 본관에 잘 안나온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런 오해를 살까봐 그러는 것인지 잘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외부에 있었을 가능성을 두고 A씨는 "대통령이 바깥에 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쉽지 않다"며 "SNS가 잘 발달돼있어 차가 움직일 때 경호원을 대동하게 되는데, 다니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다른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B씨는 박 대통령의 동선을 파악하지 못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경호) 체제가 어떻게 돼 있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짐작을 갖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