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칼럼] 망국의 유희, 게임을 이대로 둘 것인가

2011. 8. 3.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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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요 아래 지하를 보시오, 나는 저기 4층엘 가볼 테니…" 밤 12시를 넘어가고 있는 시각, 김 씨는 작전하듯 아내를 건물 지하로 내려보낸 뒤 자신은 길 건너편 쪽을 향했다. 오늘도 아들은 학교에 가면서 "수업 끝나면 도서관에 간다"며 나갔다. 하지만 11시가 넘어도 소식이 없자 부부가 현장을 급습하러 나온 것이다.

아들은 고1 때까지 반에서 3~4등 하더니 고2가 되자 20등 아래로 밀려났고 3학년 들어서는 아예 공부를 팽개치다시피 했다. 수업도 곧잘 빼먹고 조퇴를 밥 먹듯 했다. 맞벌이를 하느라 귀가가 늦은 이들 부부는 따뜻한 밥을 먹이지 못하는 미안함과 안쓰러움에 용돈을 넉넉히 주는 것으로 위안 삼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들은 진작 공부를 접고 그 돈으로 PC방을 전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도 어두컴컴한 지하 PC방 구석에서 게임에 빠져 있던 아들 목덜미를 사납게 낚아채 나오던 김 씨가 분을 못 참고, 카운터에 앉아 있는 주인한테 냅다 고함을 질렀다. "철없는 아이들 호주머니나 터는 야바위꾼 같은 자들이야, 당신들." 그러자 "정부에서 허가까지 내준 사업인데 내가 무슨 범죄라도 저질렀소" 하고 달려드는 통에 대판 싸움이 붙었다.

아들은 다시는 PC방에 안 가겠다는 다짐을 벌써 수십 번이나 했다. 그렇지만 돌아서면 무엇에 홀린 듯 한밤중에도 빠져나간다.

아들 머릿속엔 이제 공부도 부모도 없다. 장래 희망도, 미래를 위한 투자의 시간도 다 지워졌다. 지금 전국에 이런 아이들이 수도 없이 많다. 게임에 빠진 아이들에게 부모의 주민번호는 더 이상 부모 것이 아니다. 그걸 이용해 온갖 금지된 동영상까지 본다. 비슷한 처지의 학부모 모임에 가면, 하나같이 정부는 도대체 뭣하고 있느냐고 울분을 터뜨린다. 당국이 어떻게든 손을 써야 하는데 팽개쳐 놓고 있다는 불만이다. 요즘은 중학생은 물론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게임에 빠진다. 호기심 많고 예민한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공부는 힘들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게임과 동영상은 달콤하다.

PC방은 이런 청소년들의 일탈 공간이기도 하다. 비슷한 부류끼리 담배도 배우고, 동영상도 보고 나가선 술도 마시고 하는 모양이다. 이런 PC방을 정부가 뒤늦게 규제하자 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일자리 창출과 연결 짓기도 한다. 언뜻 보면 PC방은 종업원을 고용하고 청소년에게도 알바의 기회를 줘 고용에 이바지하는 듯이 보인다. 부분적으로는 맞을 수도 있는 얘기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도 과연 어떨까.

게임은 눈과 머리로 취하는 '마약'과 다름없다. 게임업체들이야 "우리는 그런 의도로 만들지 않았다. 사용자가 절제하고 적당히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게 맞는 말일까. 필자가 아는 어느 게임 개발자는 "어떻게든 빠져들어서 다시 컴퓨터로 돌아오도록 중독성을 많이 주입하는 개발자가 연봉도 높고 경쟁력 있는 기술자로 대우받는다"고 말해줬다. 게임의 메커니즘에 처음부터 '마약' 성분을 의도적으로 넣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게임산업이 흥해서 삼성전자보다 돈을 더 번다한들 그게 무슨 값어치가 있을까. 사랑하는 우리의 아들딸들, 미래 이 나라를 짊어질 동량들의 가슴과 머리를 바람 든 무처럼 푸석푸석하게 만들어 놓고 국민소득 4만달러 국가가 된들 무슨 소용이 있느냔 말이다.

국내 게임산업은 4조원을 넘는다. 넥슨, 엔씨소프트, NHN 3사 게임 매출만 2조원이 넘는다. 세계 시장은 어마어마하다. 스타크래프트를 만드는 블리자드 한 회사 매출만 5조원을 넘는다.

돈을 버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러나 인성을 망치고 인간의 성장기회를 빼앗아가는 게임은 결코 건전한 돈벌이라 할 수 없다. 일본에선 빠친코사업을 해서 아무리 돈을 벌어도 제대로 된 부자로 안 쳐준다. 아버지가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장을 경영하는 것이 떳떳하다고 말할 아들이 있을까. 게임은 망국의 유희다.

[전호림 편집부장 hor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17호(11.08.03일자) 기사입니다] [화보] `꿀벅지`에서 `전사벅지`로 변한 유이, 직접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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