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동의보감]섬유질 풍부한 콩들의 왕, 완두
완두가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식품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다양하지 않아 봄철 풋콩이 나올 때쯤 밥에 조금씩 넣어 먹는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완두는 고대 이집트 투탕카멘왕의 왕릉을 발굴했을 때 그 부장품에서 발견됐을 만큼 역사가 깊은 곡물이다. 중국에는 5세기에 전해졌는데, 완두의 덩굴 끝에 달리는 어린 싹인 두묘는 중국 요리 중에서 고급 채소로 꼽힌다.
완두는 덜 익은 꼬투리를 먹는 품종과 풋콩을 먹는 품종, 그리고 완숙용 세 가지가 있고 재배시기도 광범위하여 거의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 보통은 10월 중순에 파종하여 이듬해 4~6월에 수확하며, 우리가 식탁에서 흔히 보는 완두는 이 무렵에 수확한 것이다. 하지만 5~6월에 씨를 뿌려 늦여름부터 초가을에 거두는 억제재배법에 의한 완두도 있어 여름 무더위에 지쳐버린 입맛을 되살리는 데 이용하면 아주 좋다.
특히 완두에는 비타민 B1, B2가 풍부하고 비타민 B6, E도 들어 있어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들에겐 탄수화물 대사를 순조롭게 도와주는 영양식품으로 적극 권할 만하다. 비타민 B1이 부족하면 각기병(다리가 붓고 맥박이 빨라지는 질환)에 걸린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딱히 각기병이 아니어도 식욕부진이나 변비, 피로감, 부종 등으로 고생하기 쉽기 때문에 평소 완두콩 밥을 즐겨 먹으면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영양분을 고루 섭취할 수 있어 효과 만점이다.
완두의 씨알은 탄수화물이 주성분이며 단맛이 뛰어나고 단백질도 많다. 그리고 콩류 중에서 섬유질이 가장 풍부하여 변비를 풀어주고 대장암을 예방하며 동맥경화증에도 효과가 있다. 더욱이 꼬투리째 먹는 청대 완두에는 비타민 C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 C의 양은 삶은 완두 100g당 34㎎으로 토마토(20㎎)보다 많으며 귤(35㎎)과 비슷한 편이다. 항암작용과 노화방지 효과가 뛰어나다는 비타민 A도 풋콩이나 강낭콩보다 많다. 청대 완두는 그야말로 영양 덩어리다.
민간요법에서는 완두를 일명 탄두라 하여 위를 쾌하게 하고 오장을 이롭게 한다고 해서 차와 함께 먹거나 볶아서 먹었다. 젖이 잘 나오지 않는 산모들은 완두를 삶아서 먹었으며 위장과 폐 기능 강화에도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싱싱하고 좋은 완두는 껍질을 벗길 때 딱 소리가 나면서 두 쪽으로 갈라지며 색깔은 되도록 진한 것이 좋다. 꼭지와 수염이 모두 싱싱한지도 잘 살펴 고르도록 한다. 완두콩밥을 더욱 맛있게 지으려면 완두콩을 미리 까두지 말고 밥하기 직전에 까서 넣는다. 밥물은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잡고 뜸 들이는 시간도 넉넉히 한다. 그리고 쌀을 절반 정도 안친 후에 완두콩을 넣고 그 위에 다시 쌀을 덮어서 밥을 하면 빛깔도 변하지 않고 맛도 훨씬 좋아진다.
<한의사·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겸임교수 조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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