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최악 한파’에 줄도산…건설업 ‘4월 위기설’ 재점화
대형 건설사, 유동성 확보 주력
PF 우발채무·미분양 급증 부담
정부 “연쇄도산 이어지진 않을 듯”
올해 들어 중소·중견 건설사가 잇달아 도산하며 건설업계 위기론이 재점화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가 본격화된 가운데 건설 원가 상승과 미분양 급증 등을 버티지 못한 건설사가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마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산 매각 등에 나서면서 건설업계에서는 ‘4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건설업 내부의 위기감 고조에도 건설사의 연쇄 도산이나 국가 경제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지난달 27일 수원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올해 들어서 신동아건설과 삼부토건과 안강건설 등 중소·중견 건설사 법정관리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에도 부도가 발생한 건설업체는 총 29곳으로 2019년 49곳을 기록한 이후 최대치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비축된 대형 건설사들도 재무 건전성 확보에 돌입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본사 사옥 매각을 검토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SK에코플랜트와 GS건설은 그간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폐기물, 수처리 자회사 매각에 나섰다.
건설사들의 경영 상황이 악화된 것은 PF 우발채무, 책임준공 채무 인수, 공사 미수금, 미분양 급증 등으로 사업 전 단계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의 PF 우발채무는 작년 9월 말 기준 32조5000억원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과중한 수준의 PF 우발채무는 건설사의 재무 안정성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금융 당국이 PF 정리에 속도를 올리면서 건설사의 PF 우발채무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부터 부동산 PF 대출 연장이 어려운 사업장의 경우 경·공매로 보내라는 지침이 당국으로부터 내려오면서 PF 보증을 선 건설사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건설사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2023년 이후 건설 수주가 감소하고 분양 경기에 따른 선별적인 착공 전환에 나서면서 주택 공급 물량이 줄어들자 건설사의 선수금 유입도 감소했다. 또, 경기 침체 및 대출 규제 강화로 미분양이 확대되면서 건설사는 공사대금을 회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주요 건설사의 원가 역시 90%대를 넘어서면서 수익성이 급감했다.
미분양 주택 역시 올해 1월 전국 7만2624가구로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역시 2만2872가구에 달한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금융 당국이 계속해 대출을 옥죄면서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박찬보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미분양 프로젝트에 대한 대손 반영 등이 본격화되면서 수익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초기 분양성과 저하, 수주 및 착공 감소로 인한 선수금 유입 축소 등으로 운전 자본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건설업 불황이 깊어지면서 건설사들은 정부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건의하고 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지방 미분양 주택 3000가구 매입 등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지원 방안보다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특히 지방 건설사들이 버티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정부에 세제 혜택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 나오는 4월 위기설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방 중소·중견 건설사의 도산이 이어지겠지만 건설업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확률은 낮다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가 자산이나 자회사를 내다 파는 것 역시 유동성을 확보할 여력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 중소·중견 건설사가 무너지고 대형 건설사도 경영 악화를 맞닥뜨리며 건설업이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다”며 “하지만 전체 건설업의 연쇄 도산 위기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건설업의 부실이 금융 등 다른 업권으로 전이되는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 역시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의 상황은 아주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만약 PF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쌓은 PF 충당금으로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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