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이주대책, 7700가구 공급해도 전세가 상승…이주수요 분산 현실성 낮아"

심나영 2024. 12. 19. 16: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 국토부의 1기 신도시 이주대책에 우려
"이주 27년부터하는데 29년 이주 주택공급이라니…"
"과천시 2기 재건축 때는 공급 과잉…지금과 달라"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주수요와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전세대란'이 발생할 확률이 낮아 주택 시장에 맡기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과거 공급과잉일 때 시기와 비교해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주 시기에도 전셋값이 오르지 않을 거라 판단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비사업 추진이 더딘 곳은 관리처분 시기를 조정해 이주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국토부 계획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이주 수요 시장에 맡기겠다"는 정부

19일 국토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이주대책'을 발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이주가 시작되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입주 물량을 파악해보니, 각 1기 신도시 중심으로부터 10km 이내 공급물량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5년간 연평균 입주 물량은 7만가구로, 연평균 이주 수요인 3만4000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천시 2기 재건축의 경우, 2016∼2018년 이주 수요 5000가구가 발생했음에도 비슷한 시기 9km 떨어진 안양에 신규 입주 물량 8000가구가 나와 전셋값이 오히려 떨어졌다"며 "이주수요 흡수만을 위한 이주단지를 건설·운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에 적용되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재건축으로 철거되는 주택 소유자·세입자를 위해 이주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이주대책 사업자가 이주단지를 조성하거나 이주민에게 순환용 주택, 임대주택을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서울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이나 가락시영아파트(헬리오시티)와 같은 기존 재개발·재건축처럼 1기 신도시도 주택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이주 수요를 흡수하도록 할 계획이다.

일시적으로 부족한 곳에 7700가구 공급…준공은 29년
부동산 전문가 "현실성 떨어져" 우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5단지 한양아파트 (사진=박승욱 기자)

다만 일시적·국지적으로는 입주 물량이 부족한 곳에는 1기 신도시 내외 유휴부지에 공공·민간주택 77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7700가구 중 3700가구는 성남도서관 인근 보건소 부지 등에 지어지며 2029년 준공이 목표다. 4000가구는 부지와 준공 시기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국토부의 계획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시했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유휴부지를 활용한 7700가구 공급의 가장 큰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라며 "공급 계획은 누가 사업에 들어갈 건지 등도 정해지지 않았고 가격 형성은 어떻게 되는 건지도 불분명해서 공급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토부는 이주 수요가 2027년부터 발생한다고 하는데, 지금 공급 계획은 29년 준공을 목표로 해서 2년간 시차가 있다"며 "계획대로 다 되더라도 전세가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신 팀장은 "정부는 공급 원활하면 전세가 자극 안 한다고 하면서 2016~2018년 과천 사례를 들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그때는 지금과 상황이 완전 다르다. 당시는 공급 과잉이던 시기고 지금은 공급이 부족하다. 인허가만 봐도 예년의 60% 수준에 불과하다"며 "그때를 들어 전셋값이 오르지 않을 거라고 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가 정비사업 추진이 더딘 곳은 관리처분 시기를 조정해 이주 수요를 분산할 방침이라고 밝힌 데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송 대표는 "선도지구 선정 때처럼 조합마다 시기에서 안 밀리려고 경쟁하는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관리처분이 밀리면서 사업이 늦어진 단지는 공사비 상승 등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당연히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도 신 팀장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계획대로 2029년 3700가구 준공해서 공급하더라도, 2027년 이주 수요가 발생하면 이 기간에 전세가는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이주대책을 생각한다면 이주할 주택의 유형, 평형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이것 자체가 어렵다"며 " 이주대책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지금 상황에서는 빠르게 대책이 나오면서 추상적인 개념에 그쳤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