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출 규제’에도 온기 vs ‘규제 완화’ 지방은 침체 지속
조유정 2024. 11. 20. 06:03
지방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에도 수도권과 지방 온도차가 심화하고 있다. 특히 분양 시장에서 온기차가 확연하다. 서울은 6년 만에 청약 경쟁률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지방은 악성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
19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청약경쟁률(1순위 기준)은 164.39대1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10.25대1)과 지난해(56.93대1) 대비 각각 16배, 3배가량 증가했다. 또 올해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 13.2대1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지방의 올해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6.71대 1에 그쳤다. 제주는 총 653가구 모집에 638명이 접수해 0.98대 1로 미달 됐다. 대구(1.11대 1)와 △부산(1.21대) △강원(1.18대 1) △광주(1.68대 1) 등도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올해 청약 대어로 꼽히는 단지들이 분양을 앞두며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분양 시장 최대어로 손꼽히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서울원 아이파크’는 이달 분양을 앞뒀다. 롯데건설은 연내 성북구 삼선5구역 재개발을 통해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를 분양할 예정이다. 성북구에는 10년 만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며 많은 관심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또, 영등포구에서는 DL이앤씨가 당산동4가 유원제일1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e편한세상 당산 리버파크’를 오는 25일 분양할 예정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중랑구 상봉터미널 부지 개발을 통해 ‘더샵 퍼스트월드 서울’ 분양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과열된 서울 시장을 억제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월1일부터 수도권에 한에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시행됐다. 스트레스 DSR 2단계는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각각 가산금리 0.75%p(포인트)를 적용하는 규제다.
반면, 지방은 미분양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한기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10년 만에 미분양 CR리츠를 재도입했다. CR리츠는 미분양 주택을 기존 분양가 또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해 임대로 운영하다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매각하는 제도다. 또, 지난 1‧10 대책을 통해 1주택자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 시 1주택 특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미분양 물량은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6776가구다. 이 중 5만2878가구가 지방 미분양 물량이다. 특히 악성 미분양을 뜻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7262가구로 조사됐다. 이는 2020년 8월(1만7781가구) 후 4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악성 미분양의 83.2%(1만4375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지역별로는 전남(2558가구)과 경기(1795가구), 경남(1706가구) ,대구(1669가구), 부산(1535가구), 제주(1390가구), 경북(1284가구), 울산(1074가구), 충남(1000가구) 순이다.
전문가는 대출 규제에도 서울 위주 분양 시장 온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 분양시장은 입주 감소 전망이 이어지면서 신축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연내 3대 업무지구와 접근성이 좋은 곳들이 분양을 앞둬 청약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서울은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신축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대표도 “대출 규제로 인해 일부 위축돼 수백대 1에 달하던 경쟁률이 낮아질 수는 있다”면서도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 공급 부족 우려 등으로 분양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 부동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송 대표는 “지방은 누적된 미분양 물량이 있다.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주택 경기 회복은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CR리츠 정책이 나왔지만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면서 “근본적으로 주택 경기 문제가 아닌 인구 감소, 산업, 기업 부족 등으로 미분양 물량 해소에 어려움이 있어 양극화 현상이 이어지는 것”이라 밝혔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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