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제 후회수’ 처리 하루 앞두고···정부 “전세사기 피해주택 경매차익으로 피해자 임대료 지원”

유희곤 기자 2024. 5. 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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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차익 보증금 전환·불법건축물도 매입대상으로
국토부 장관 “야당안은 집행 불가능·주택기금 손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정부가 27일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 차익을 피해 임차인의 임대료 지원에 사용하고, 불법건축·신탁사기 주택도 매입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전세사기 지원 대책을 내놨다. 야당과 피해자 단체가 주장하는 ‘선구제 후회수’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될 수 있다고 정부는 강조했지만, 전문가들은 기존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고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선구제 후회수’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불과 하루 앞두고 대책을 발표해, 정부가 특별법 통과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 위한 명분쌓기용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토부가 이날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전세사기 주택을 경매로 매입할 때 경매 차익(LH 감정가-낙찰가)을 피해자 지원에 사용하기로 했다. 경매 차익을 임대보증금으로 전환해 월세를 낮춰 피해자가 해당 주택에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게 하고, 퇴거할 때 경매 차익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법 위반건축물, 신탁사기 주택도 앞으로는 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대상에 포함된다. 불법 건축물은 안전 문제가 없으면 이행강제금 부과를 면제하고, 다가구주택은 피해자 전원이 동의하면 LH 등이 경매에 참여해서 경매차익을 피해액 비율대로 안분한다.

전세사기 피해자 전용 정책금융상품 요건도 완화된다. 지금까지는 피해 주택임대차 계약이 종료하면 1개월이 지나야 했고 법원에 신청해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아야만 대출을 갈아탈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계약 종료 이전에도 대환대출이 가능해진다.

피해자가 신규 또는 사기 피해 주택을 매입할 때 최대 4억원까지 빌릴 수 있는 전세사기피해자 보금자리론 지원 대상에는 주거용 오피스텔이 추가된다. 이밖에 다가구주택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임차인은 임대인 동의 없이도 확정일자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개선된다.

정부가 이날 밝힌 방안의 핵심은 경·공매 차익의 활용이다. 국토부는 기존의 경매 제도가 야당이 내세우는 ‘선구제 후회수’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선구제 후회수는 피해자의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의 공정가치를 평가한 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이를 매입해 피해자에게 우선 돌려주고 나중에 회수하는 방식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의 가치를 가장 공정하게 평가하는 방법이 경매이고, (LH가 피해주택을 매입해) 피해자가 현 주거지에서 계속 살 수 있게 하는 게 ‘선구제’”라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 4월 전국 연립·다세대주택의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72.2%였고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LH 감정가가 경매 감정가보다 높아야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은 이미 있던 제도로서 저조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지난해 6월 특별법 시행 후 이번 달까지 인정한 피해자는 1만7060명인데, 그중 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공매로 낙찰받은 주택은 단 한 가구이다. 피해자가 LH에 우선매수권을 양도한 주택은 60가구이지만 법원이 피해자의 경·공매 유예 신청을 받아들인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야당의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반대하려다 보니 아직 본격화하지도 않은 경·공매 절차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 같다”면서 “현재의 틀에서 피해자를 돕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시 정부의 대응 계획을 묻는 질문에 “여야간 협의도 없었고 국민도 내용을 잘 모른다”면서 “행정부가 집행하기 불가능한 내용이고 주택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도 있어서 굉장히 곤란하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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