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리스크 분담해달라" 책임준공 대책 논의 착수

김노향 기자 2024. 5. 22.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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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면책 범위 확대하고 리스크 전가 행위 방지해야"
국토교통부는 건설업계의 책임준공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을 교류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공기 연장 요건 완화와 책임준공 미이행시 채무인수로 인한 리스크 분담 내용이 골자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사진=이미지투데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심사 과정에 자본이 적은 시행사의 채무불이행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금융회사가 요구해온 책임준공 확약이 고금리 여파로 뇌관이 되고 있다. 분양경기가 좋았던 때에는 시행사들이 청약 흥행을 예상해 무리한 책임준공 확약에 사인했지만 결국에는 신용을 제공한 시공사나 신탁사에 손실이 전가되고 있어 여러 사업주체들이 리스크를 분담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책임준공은 대주단이 PF 대출시 시공사가 정한 기한 내에 준공을 약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시공사가 시행사의 채무를 인수하는 계약을 말한다. 신탁사업의 경우 시공사가 채무인수를 못할 시 신탁사가 책임을 진다.

대부분의 대주단은 책임준공 계약에서 '천재지변·내란·전쟁' 등을 제외하고 시공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정부에 면책 범위 확대와 리스크 전가행위 방지 등을 건의해 왔지만 사적 합의에 의한 계약이므로 정부가 개입하기에는 모호한 측면이 있었다.

22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주 중 국토교통부는 건설업계의 책임준공 제도개선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책임준공 제도 개선 내용은 공기 연장 요건 완화와 미이행시 채무인수로 인한 리스크 분담이다.

건설업계는 책임준공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 기한을 연장하는 요건을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3월 열린 금융권과 건설업계 간담회에서 한승구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코로나와 전쟁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30% 발생한 것을 시공사만의 귀책 사유로 볼 수는 없다"며 "책임준공 확약상 불가항력 사유를 전염병, 물가 폭등, 악천후 등 시공사 통제범위를 벗어난 사유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공사가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못했을 때 PF대출 원리금 전부를 포함한 채무를 인수해야 하는 것은 과도한 리스크 전가로 불공정 계약이라는 게 건설업계 주장이다.

지난 4월 GS건설은 부산 강서구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에서 1312억원의 채무를 인수했다. 금호건설도 지난 2월 경기 수원시 오피스텔 신축사업의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612억원의 PF 대출 채무를 인수했다.

동양은 지난 2월 충북 음성군 물류센터에 대한 1800억원의 채무를 인수했다. 까뮤이앤씨도 같은 달 강원 양양군의 생활숙박시설 채무 402억원을 인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경기 안성시 물류센터의 책임준공 기한을 준수하지 못해 995억원의 채무를 인수하는 등 시행사 부실이 시공사로 전이되고 있다.


신탁사도 책임준공 부메랑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주요 11개 건설업체의 책임준공 약정금액은 2023년 12월 말 기준 61조원이다. 이 중 손실이 예상되는 잠재손실 규모는 약 3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나신평이 신용등급을 조사하는 7개사의 PF 대출을 분석한 결과다.

책임준공으로 인한 우발채무 현실화 규모는 9000억원 수준으로 전체의 6.2%를 차지한다. 공사비 미회수 금액은 2조9000억원으로 도급금액의 3.9%다.

책임준공은 신탁사도 위협하고 있다. 대주단이 채무인수를 위해 신탁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신탁사의 책임준공형 사업장 가운데 23%가 책임준공 기한을 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부동산 신탁사 14개사의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과 관련한 PF 잔액은 24조8000억원(자기자본의 4.5배)에 달했다.

신탁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도 분기 기준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요 부동산 신탁사 총 14곳의 올 1분기 영업손실이 58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손실 규모가 가장 큰 곳은 KB부동산신탁으로 적자가 571억원에 달했다. 교보자산신탁(-342억 원) 신한자산신탁(-298억 원) 등도 적자를 냈다.

흑자를 낸 신탁사들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코리아신탁(-79%) 무궁화신탁(-63%) 대신자산신탁(-62%) 우리자산신탁(-55%) 신영부동산신탁(-32%) 코람코자산신탁(-44%) 하나자산신탁(-11%) 등은 영업이익이 발생했지만 1년 만에 규모가 줄었다.

무엇보다 신용등급이 낮아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중소 건설업체들이 대부분 책임준공 계약을 체결해 부도에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PF 불황 시기에 시행사뿐 아니라 시공사와 신탁사 등 연관 산업이 연쇄 부실을 일으킬 수 있어 리스크 분담을 해야 한다"며 "중소 건설업체들이 부동산 호황 때에 무리하게 사업에 뛰어든 것은 잘못이지만 비올 때 우산 빼앗는 식으로 구조조정으로 내모는 정책은 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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