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지만 취소됩니다”…25년 만에 최대 규모 지진에 대만 여행객 발 ‘동동’

조연우 기자 2024. 4. 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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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만 1000명이 넘고 적어도 5일간 후속 지진이 발생할지 모른다던데, 천재지변에도 항공권을 취소하려면 돈을 내라니. 이건 말이 안 된다."

지난 3일 대만 동부 화롄현 인근 바다에서 25년 만에 최대 규모인 7.2 지진이 발생하면서 현지로 떠나려던 국내 여행객들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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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화롄 지역만 환불”
천재지변에도 ‘취소 수수료’
대만 여진 5일간 더 올 수도

“부상자만 1000명이 넘고 적어도 5일간 후속 지진이 발생할지 모른다던데, 천재지변에도 항공권을 취소하려면 돈을 내라니. 이건 말이 안 된다.”

하나투어 한 대만 패키지 상품 상품 약관. 명시된 취소 수수료 규정에 따르면 여행 개시 1일 전까지 취소 통보시 여행 요금의 30% 배상, 여행 개시 당일 통보 시 여행 요금의 50%를 배상해야 한다. 해당 패키지 상품 1인당 금액은 100만원대다. 하나투어 캡처

지난 3일 대만 동부 화롄현 인근 바다에서 25년 만에 최대 규모인 7.2 지진이 발생하면서 현지로 떠나려던 국내 여행객들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현재 사망자 9명, 부상자 1011명, 고립된 사람 143명까지 인명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5일간 여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다. 그러나 국내 주요 여행사들이 피해 지역인 대만 동부 화롄현 지역을 제외하곤 기존 약관대로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어 여행객들은 계획 강행과 위약금 지불이라는 갈림길에 섰다.

이날 가족과 대만 여행을 예정했던 A씨는 “건물이 2채나 쓰러졌고 여진도 발생할 수 있는데 위험 지역에 부모님을 모시고 갈 수 없다”며 “타이페이, 지우펀, 스펀, 단수이 등에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여행사 측에서 지진 발생지역이 아니라며 취소 수수료를 부과했다”고 말했다.

오는 8일 대만으로 신혼여행을 갈 예정인 직장인 김정현(32)씨도 “일본, 인도네시아 등 최근 지진이 발생한 지역은 피했는데, 예기치 못한 대만에 천재지변이 발생했다”면서 “결혼식 준비만으로도 정신없는데 여행 경비까지 날릴 처지라 억울할 따름”이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주요 여행사들은 대만 여행상품 취소 시 화롄 지역을 제외하곤 기존 약관대로 여행사별 환불 정책에 따라 정해진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항공권은 각 여행사가 항공사와 체결한 계약 조건에 따라 항공권 가격이 달라 항공사의 직접 판매 가격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지만, 취소 시에는 환급 규정에 따라 수수료가 발생해 미리 예상치 못한 손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여행업계는 지진 발생 지역이 포함된 상품은 위약금 없이 전액 환불하겠지만, 지진 발생 지역이 미포함된 상품은 환불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노란풍선 관계자는 “안전에 대한 문의는 계속 들어오고 있지만, 아직 취소 요청을 한 고객은 없다”며 “화롄 일정이 있는 패키지 상품의 경우 다른 안전한 지역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도 “고객이 원하면 화롄 지역이 포함된 상품만 차주까지 위약금 없이 환급해 주고 있지만 정확한 기간은 조율 중”이라며 “천재지변이 발생하더라도 항공사에서는 소극적으로 페널티를 부과하는 경우가 많아서 모든 취소 요청을 수수료 없이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기존 대만 패키지여행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신규 예약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화렌 일정을 포함한 상품에 한해 4월 24일 출발까지는 도의적 차원에서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패키지 상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비행기 표다. 호텔과 달리 항공사에서는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이 발생하더라도 100% 환불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항공권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1705건이다. 특히 2022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접수한 항공권 관련 피해구제 신청 1960건 중 여행사를 통해 구매한 항공권 피해는 6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항공권을 예매할 때 천재지변 가능성이라거나 사회 이슈 같은 내용은 한번 확인하고 사도록 권하고 있다”며 “여행 상품 계약 해지할 때 위약금 면제 가능 기준을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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