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주년 특별전 여는 전주영화제, 정준호 논란은 계속
[성하훈 기자]
▲ 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전주영화제작소에서 열린 에서 우범기 조직위원장이 올해 영화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올해 25회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세월호 참사 10주년을 맞아 특별전을 마련한다. 세계적인 거장 차이밍량 감독의 '행자 연작' 10편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하고 한국영상자료원 50주년을 맞아 10편의 고전 명작들도 선보인다.
전주영화제가 3일 오후 서울 CGV 용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폐막작과 주요 상영작들을 발표했다. 올해 상영작은 모두 43개국 232편(국내 102편, 해외 130편)이다. 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 영화만 82편이다. 전체 편수는 지난해 42개국 247편(해외 125편·국내 122편)보다 15편 정도 줄었으나 정부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된 여건을 고려할 때 규모에선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조직위원장인 우범기 전주시장은 "전주영화제가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제로 자리잡았다"고 인사했다. 민성욱 집행위워장은 "25회 의미를 강조하며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전주영화제다운 작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개막작으로는 일본 미야케 쇼 감독의 <새벽의 모든>이 선정됐다. PMS(월경전증후군)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고,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두 사람이 서로 도우며 마음의 상처들을 치유하는 내용이다. 폐막작은 캐나다 카직 라드완스키 감독 <맷과 마라>다. 결혼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마라와 자유로운 영혼의 작가 매트와 재회한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 전주영화제 세월호 10주년 특별전에 상영되는 극영화 <목화솜 피는 날> |
ⓒ 전주영화제 제공 |
올해 영화제에서 주목되는 것은 특별전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별전'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되는 해 '그날'을 기억하고, 다시 한번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준비됐다. 거대한 참사가 남긴 상흔은 아직도 제대로 치유되지 않았고, 오히려 이태원 참사와 같은 또 다른 비극을 겪어야 했다는 점에서 전주영화제다운 특별전으로 평가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열렸던 전주영화제에 참석했던 영화인들은 국가적 무능에 분노하며 영화를 통해 이를 고발하기로 결의를 다졌고 실천에 옮긴 바 있다.
최근 개봉한 작품들까지 포함해 6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한 편의 극영화와 다섯 편의 다큐멘터리로 구성됐는데, 유일한 극영화인 〈목화솜 피는 날〉은 유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다. TV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2016), <소방서 옆 경찰서>(2022) 등을 연출한 신경수 감독의 첫 영화로 박원상, 우미화, 조희봉, 최덕문 등이 출연한다.
〈침몰 10년, 제로썸〉은 세월호 참사 이후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2015), 〈엄마 나예요, 아들〉(2018) 등 세월호 관련 다큐를 만들어온 윤솔지 감독의 신작이다.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누구나 명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고 원인에 대한 해명과 구조 과정의 문제점이 아직도 규명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팽목항을 지키는 유가족들의 삶을 담은 단편 다큐멘터리 〈남쪽 항구에는 여전히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3개의 단편 다큐멘터리를 묶은 옴니버스 프로젝트 〈세 가지 안부〉 등더 상영된다. 4월 개봉한 〈바람의 세월〉과 3월 개봉한 〈세월: 라이프 고즈 온〉도 이번 특별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개봉영화가 국제적인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일은 드물지만 10주년이란 의미가 문턱을 낮추게 했다.
차이밍량 감독의 '행자 연작'도 관심을 끄는 프로그램이다. 붉은 승복을 입은 행자, 배우 이강생이 맨발로 느리게 걷는 영화들을 모아 놓은 것인데, 10편을 한 자리에 모아 소개한다. 중국 고전 <서유기>에 등장하는 삼장법사에게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두 발로 걸어서 사막을 건너야 했던 모습을 상상하며 행자의 이미지를 이강생 배우를 통해 구체화했다.
전주영화제 25년과 한국영상자료원 50주년을 맞는 특별전 '다시 보다: 25+50'은 옛 영화를 스크린에서 마주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을 비롯해 봉준호 감독의 첫 장편영화인 〈플란다스의 개〉와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정지우 감독의 〈사랑니〉, 한국 최초 여성 감독 박남옥 감독의 데뷔작인 <미망인>, 빨치산을 인간적으로 그렸다는 이유로 반공법 논란에 휘말렸던 이강천 감독의 <피아골>, 신상옥 감독 <지옥화>, 올해 별세한 김수용 감독의 <안개>, 이두용 감독 <피막> 등이 상영된다.
▲ 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전주영화제작소에서 열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이 영화제 섹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후보지지 논란을 일으켰던 공동집행위원장 정준호 배우가 "정치적 의도가 없고 선거운동에 참여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국힘 예비후보 지지' 전주영화제 정준호... 영화계 '불편').
22대 총선 경기 화성을에 출마한 국민의힘 한정민 후보는 지난 2월 28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 "친동생처럼 저를 아껴주시는 정준호 배우님이 사무실을 찾아주셨습니다"라며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정준호 배우는 "화성에 간 일이 없고 당시 후보로 나온 친한 동생이 저의 사무실을 찾아와 부탁했고, 사진 찍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상대가 자기 사무실로 찾아왔다며 상반된 주장을 하는 모양새다.
또한, 정준호 배우는 "그 친구가 사무실을 떠나면서 사진을 같이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고, 그렇게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게 선거운동에 참여한 것처럼 비쳤다"라고 해명했다. 정준호 배우는 "내가 우유부단해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라고 했으나,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어 경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준호 배우는 이날 '영화 예산 삭감 등을 블랙리스트의 재발로 인식하고 있는 독립영화계의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독립영화를 중심에 두고 있는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독립영화계와 접점을 찾지 못한 모습으로 영화계가 우려의 시선을 거두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김건희 가족 남양주 땅 인근, '그린벨트' 대거 풀렸다
- 한동훈의 컵라면, 구의역 김군의 컵라면
- 나무 심기 어렵다면? 4월 4일에 당신이 해야 할 일
- 이태원 유족들 "저희는 믿어요, 용산에서도 심판해주실 거라고"
- "임성근 전 사단장 '황제연수' 의혹, 화랑대연구소로 출근 안해"
- [경기 의정부갑] 박지혜 46.7%-전희경 38.3%
- [인천 연수갑] 박찬대 45.6%-정승연 42.8%
- [성남 중원] 이수진 47.6%-윤용근 32.8%
- [안양 동안을] 이재정 47.9%-심재철 38.1%
- 유럽 덮친 홍역... 우리도 안전하지 않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