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10년 넘게 투병한 롤러 최광호, 세 번째 도전 만에 금빛 레이스

김경윤 2023. 10. 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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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스케이트 간판 최광호(30·대구시청)가 궤양성 대장염 진단을 받은 건 은메달을 획득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직후다.

최광호는 "2026년에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롤러스케이트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이번 대회를 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라며 "지난 4개월 동안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이번이 은퇴 무대라는 각오로 집중 훈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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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AG 마치고 궤양성 대장염 진단…소화 불량·복통 문제로 은퇴까지 고민
동료 선수 이해원과 지난해 결혼 후 이 악물고 도전…0.002초 차이로 금메달
최광호, 금메달 환희의 순간 (항저우=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일 중국 항저우 첸탕 롤러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러스케이트 남자 스피드 1,000m 결승에서 최광호가 1위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고 있다. 2023.10.1 yatoya@yna.co.kr

(항저우=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롤러스케이트 간판 최광호(30·대구시청)가 궤양성 대장염 진단을 받은 건 은메달을 획득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직후다.

환희와 기쁨의 감정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알 수 없는 복통이 최광호를 괴롭혔다.

금방 사라질 것 같았던 통증은 계속됐고, 그는 제대로 음식 섭취를 할 수 없었다.

병원 정밀 검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첸탕 롤러스포츠 센터에서 만난 최광호는 "당시 궤양성 대장염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완치가 안 되는 질병이라고 했다"라며 "그 후 10년 넘게 질병과 싸웠다"고 했다.

몸 관리가 생명인 롤러스케이트 선수에게 궤양성 대장염 진단은 사형 선고와 다름없었다.

도핑 문제로 아무 약이나 먹을 수가 없었고, 음식도 제대로 소화할 수 없었다.

최광호는 "컨디션이 갑자기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됐다"라며 "몸이 안 좋아지면 훈련은 물론 일상생활을 하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금ㆍ은의 맛 (항저우=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일 중국 항저우 첸탕 롤러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러스케이트 남자 스피드 1,0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최광호(오른쪽)와 은메달을 차지한 정철원이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0.1 yatoya@yna.co.kr

최광호를 더 힘들게 했던 건 롤러스케이트의 존립 문제였다.

롤러스케이트는 2014년에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그는 "메달을 딸 수 있는 국제 종합대회 출전 기회가 사라져 암울했다"라며 "다른 길을 찾아야 할지 고민했던 시기"라고 했다.

다행히 롤러스케이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다시 채택됐으나 남녀 로드 20,000m 두 경기로 대폭 축소됐다.

최광호는 질병과 싸우면서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고는 남자 20,000m에서 준우승했다.

최광호, 금메달 환희의 순간 (항저우=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일 중국 항저우 첸탕 롤러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러스케이트 남자 스피드 1,000m 결승에서 최광호가 1위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고 있다. 왼쪽은 2위를 차지한 정철원. 2023.10.1 yatoya@yna.co.kr

롤러스케이트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출전 세부 종목이 또 바뀌었고, 최광호는 주 종목을 20,000m 장거리에서 스프린트 1,000m 단거리로 바꿔 다시 땀을 쏟았다.

지구력 위주의 훈련을 하던 최광호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최광호는 "2026년에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롤러스케이트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이번 대회를 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라며 "지난 4개월 동안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이번이 은퇴 무대라는 각오로 집중 훈련했다"고 했다.

이어 "다행히 훈련 기간엔 컨디션이 급격하게 나빠진 적이 없었다"라며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롤러스케이트 최광호(오른쪽)와 아내 이해원씨 [이해원씨 블로그 캡처. 재배포 및 DB금지]

최광호는 '도전 과정에서 가장 힘이 돼 준 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아내"라며 "아내는 대표팀으로 선발되지 못했으나 그 누구보다 간절하게 응원해줬다. 아내가 없었다면 도전을 이어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최광호의 아내는 현직 롤러스케이트 선수 이해원으로 둘은 지난해 12월에 결혼했다.

질병과 암울한 미래 속에 땀을 쏟아낸 최광호는 1일 첸탕 롤러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1,000m 결승에서 1분29초497초의 기록으로 대표팀 동료인 정철원(27·안동시청·1분29초499)을 단 0.002초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최광호는 '아내에게 전할 말이 있나'라는 말에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고마워"라며 수줍게 웃었다.

그는 결혼 1주년을 앞두고 아내에게 가장 빛나는 선물을 안겼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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