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반복된 LH의 쇄신안… 혁신 공회전에 “실효성 없다” 목소리도

채민석 기자 2023. 8. 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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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근절, 조직개편, 혁신 관련 조직 구성, LH 권한 축소 등
”근본적 대책 마련 없이 사후 대책만 마련” 비판
”장기적으로 LH 해체해야” 주장도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고강도의 대책을 마련하겠다.
2023년 8월 2일 이한준 LH 사장
뼈를 깎는 노력으로 환골탈태하겠다.
2021년 4월 26일 김현준LH 사장

‘공공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LH가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했지만, 과거 ‘임직원 부동산 투기’ 당시 발표했던 재발 방지 대책과 달라진 것이 없어 ‘말로만 혁신’에 그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 역시 근본적 대책 마련이 빠져 있어, 실효성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채민석 기자

22일 조선비즈 취재 결과 LH가 지난 2021년 내부 직원 부동산 투기와 납품비리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발표한 쇄신안과, 지난 20일 발표한 전관예우 근절 관련 방안에는 비슷한 맥락의 대책이 다수 포함됐다. 이 중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전관예우 근절 ▲조직개편 ▲혁신 관련 조직 구성 ▲LH 권한 축소 등이었다.

LH가 2021년과 올해 발표한 대책방안에는 모두 ‘전관예우 근절’과 관련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지난 20일 LH서울지역본부에서 진행된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회의’에 따르면 LH는 지난달 31일 이후에 설계·감리 심사에 통과한 전관업체와의 계약을 전면 취소하기로 했다. 심사가 진행 중인 용역은 심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또 문제가 발생한 업체의 입찰 제한 기간을 현행 최대 2년에서 더 늘리고, 전관업체 입찰을 아예 배제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외에도 LH 퇴직자 미보유 업체에게 가점 부여 및 퇴직자 명단 제출을 의무화하거나, LH 퇴직자 및 전관업체 DB를 구축하겠다고도 밝혔다.

사실 이러한 내용들은 지난 2021년 6월 발표된 혁신안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당시 LH 직원들이 토지 개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가족이나 지인 등의 명의로 부동산을 매수해 수익을 남겨 논란이 됐었다. 그해 3월에는 전직 간부가 알선한 업체들이 건설자재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LH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전관업체·LH 고위직 관계자 등 9명이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당시 LH의 책임론이 대두되자, LH는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취업제한대상을 7명에서 고위직 전체(529명)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퇴직일로부터 5년간 퇴직자가 소속된 기업은 수의계약을 금지하고, 퇴직자 접촉 신고제 등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바 있다.

‘조직개편’에 대한 혁신 방안은 거의 똑같다. LH는 이번 대책을 통해 본사의 조직을 대폭 줄이고, 지역본부 내근조직을 축소해 현장으로 발령하겠다고 했다. 주거 및 급여와 관련한 직원 600여명은 지자체로 이관을 추진하는 등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이 사장은 지난 2009년 한국토지공사(토공)와 대한주택공사(주공)를 LH로 통합한 것에 대해 “무늬만 통합이고 내부적으로는 L이랑 H가 나눠먹고 있다. 조직을 바꿔야 한다”며 조직개편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에도 LH는 조직개편 방안으로 직원을 20%(2000여명) 이상 감축하고, 타 기관과 기능이 중복되거나 민간·지자체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이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토공-주공 분리 방안도 3안까지 제시하며 그해 8월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8979명이었던 인력은 현재 8885명으로 거의 줄어들지 않았고, 토공-주공 분리 방안도 공회전 중이다.

‘LH의 권한 축소’와 관련해 이번 대책안에는 민간참여형 시공 확대를 통한 시공·설계권 축소와 감리 선정 권한 포기 등의 방안이 담겼다. 지난 2021년에는 다른 종류의 권한이지만, 공공택지 입지조사 업무를 국토부에 이관하고, 공사현장 현장감독관 권한을 축소한 바 있다.

‘혁신 조직 구성’도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등장하는 소재다. 이번에 LH는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 설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1년 직원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신설한 ‘LH 혁신방안 이행 전담조직’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파트 무량판 부실공사 진상규명 및 국민안전 TF 제3차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LH가 2년간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지협적인 부분에서 사후 대책만 마련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대책 역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설계·구조·시행·시공·감리 등 5개 분야가 각각 전문성을 갖추고 다른 분야들을 크로스체크 해야 하지만, 역량 부족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5개 분야의 협업이 가능하도록 건설 시스템 자체를 변경하고 교육제도를 마련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혁신안은 이러한 내용을 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LH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함인선 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는 “과거에는 택지가 많이 공급돼야 했기 때문에 LH가 필요했지만, 현재는 양의 문제가 아닌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LH의 중앙집권적으로 마련한 기준은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장기적으로 LH를 해체하고, LH 직원을 현장으로 보내 현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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