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불어닥칠 역전세난…임차인 보호·권리구제 어떻게?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올해 하반기 우려되는 역(逆)전세 대란을 앞두고 임차인 보호와 권리구제 대책 마련 관련 입법적 관심이 높다.
작년 말 터진 '빌라왕' 사건 같은 조직적 전세사기가 아니라도, 매매·전세가 동반 하락 속 부동산 투자 열풍이 한창이던 2021년 가을 계약된 전세가 만료하는 올해 9월 전후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피해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에는 다수의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우선 가장 최근 발의된 법안으로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이 지난달 30일 발의한 '주택 임차인 보증금 회수 및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이달 3일 올린 '임대보증금미반환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안'이 있다.
공공이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을 매입해 경매 등 보증금 회수 절차를 대신 진행하고 임차인에게 적정수준의 보증금을 보전, 신속한 피해 구제에 초점을 맞춘 큰 틀은 비슷하다. 조 의원안은 공공 주체를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등 채권매입기관으로 구체화했다.
또 공공이 보증금미반환주택을 매입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이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해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 공급하자는 게 심 의원 안이라면, 조 의원안은 환가 등 채권매입 비용 회수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세부적으로 차이를 뒀다.
민주당 의원 25명이 추가로 이름을 올린 조 의원 법안은 "코로나 경제위기 이후 2022년부터 금리인상 등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주택가격 대비 전세보증금이 더 높아 임대차보증금 전부를 회수하지 못하는 깡통주택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고 제안 취지를 밝히고 있다. 심 의원 법안에는 정의당 의원 6명 외에도 조 의원 등 민주당 의원 3명과 현재 무소속인 양정숙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 중에도 관련 법안이 다수 보이지만, 이들 법안은 모두 임대인이 등록 임대사업자라는 법·제도적 틀 안에 있을 때만 유효하다는 한계가 있다. 주로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하고 민주당계 무소속 및 정의당 의원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세사기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일정 기간 신규 임대사업자 등록을 제한하거나 기존 등록을 말소하고, 임대사업자의 임대보증금 보증 계약 관련 변동 사실을 임차인에게 알리도록 하는 법안(박상혁 의원 등 20인) △임대사업자가 보증 미가입으로 등록이 말소될 경우 임대주택 등록을 제한하자는 법안(허종식 의원 등 11인) △대위변제가 이뤄진 임대사업자는 추가 등록을 제한하고 관련 정보를 보증회사간 공유토록 한 법안(김회재 의원 등 15인) 등이다.
이 밖에 빌라왕 사건을 겨냥해 준비된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은 논의를 거쳐 수정한 국토교통위원장 안이 올해 2월 27일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국민의힘 김학용 의원의 이른바 '전세사기 차단' 피해방지법 등이 당시 논의에 반영됐다. 보증금반환채무 미이행으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하고 그로부터 6개월 뒤에도 1억원 이상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내용이다. 시행 시기는 '공포 후 6개월'로, 이 직후 국토교통부는 홈페이지와 안심전세앱을 통해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한국공인중개사협회도 회원인 개업중개사 80%가 사용 중인 부동산 거래정보 공유 프로그램 '한방'을 통해 임대인과 임차인 동의 하에 나이스 신용평가에서 제공하는 신용점수와 담보대출 건수·액수, 비금융 연체정보 등을 열람하는 기능을 지난달 6일부터 출시해 운영 중이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의 카드 대출과 현금서비스, 핸드폰 요금 납부 내역까지 등기부등본만으론 알 수 없는 신용 정보를 확인한 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한편 민주당 '임대주택 임차인 권익향상을 위한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임대주택 임차인의 주거안정과 권익향상을 위한 입법적 개선 방안' 토론회를 열고 제도적 미비점을 점검했다. 지난해 1년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접수된 보증사고는 5446건 1조 1731억원으로, 최근 5년 사이 크게 늘어난 추세(2018년 372건 792억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김민기 의원은 "부동산 경기 하락이 이어지면서 깡통전세가 급증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 피해도 커지고 있다"며 "불안감 없이 주거 안정을 이루는 일은 여야 없이 국회가 함께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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